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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협박 안 통하네…미국 제재 브라질 대법관 "비겁한 위협에 굴복 안 해"

김수형 기자

입력 : 2025.08.02 11:26|수정 : 2025.08.02 11:27


▲ 1일(현지시간) 환한 미소 짓는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브라질 연방대법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재 대상에 오른 브라질 연방대법관이 "비겁하고 무의미한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모라이스 브라질 연방대법관은 오늘(1일)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회의에서, 자신에게 내려진 미국의 제재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제게 적용된 제재를 무시하고 소임을 다하겠다”며 “압력이나 강요를 통해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하려는 시도는 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은 브라질 사법부 방송 채널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습니다.

그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피고인으로 한 ‘중요한 형사 사건’에 대해 올해 하반기 중 선고를 내릴 예정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열대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쿠데타를 모의하거나 지지자들을 선동해, 지난해(2023년) 1월 8일 선거 불복 폭동을 일으킨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또 룰라 대통령에 대한 암살 모의에도 관여한 정황이 있다고 현지 검찰은 밝혔습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특별재판관할권’에 따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연관된 헌정 질서 훼손 사건들을 직접 심리하고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 룰라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공개하며, 브라질산 제품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재판이 부당하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미국 재무부도 같은 날,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 책임법’에 따라 지모라이스 대법관을 제재 명단에 올린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법은 해외에서 중대한 인권 침해를 저지른 인물을 제재할 수 있도록 행정부에 권한을 부여합니다.

즉, 미국 측은 보우소나루 재판을 ‘인권 침해’로 본 셈입니다.

이에 대해 브라질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상원의장, 대법원장, 외교부 장관 등 고위 인사들이 지모라이스 대법관을 지지한다고 일제히 밝혔습니다.

룰라 대통령 역시 “트럼프는 브라질에서 사법부가 독립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며 미국의 제재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국가 주권 훼손, 재판 중 강요, 수사 방해 혐의로 추가 수사를 받고 있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가택연금과 전자발찌 착용을 한시적으로 명령한 바 있습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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