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두고 우리나라와 미국이 상호관세 15%에 극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조선산업 협력을 포함해 487조 원 대미 투자 계획도 밝혔는데, 이번 협상이 예상보다 빨리 타결된 배경과 주요 합의 내용,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타결 원하면 트럼프 직접 만나라"…협상 급물살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간 구윤철 부총리 등 우리 협상팀은 당초 장관급 협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앞서 미국과 영국 스코틀랜드를 오가며 협상을 벌인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협상의 키를 쥔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공략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이런 데에는 최종 사인 직전까지는 가급적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는 게 유리하다는 전략이 깔려 있었습니다. 변칙 협상의 달인으로 이름난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추가 요구사항을 밀어넣거나 특유의 압박으로 판을 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 측 인사의 한 마디 충고가 분위기를 급반전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한 내에 "타결을 원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조언한 겁니다.
기획재정부 소속 협상단 관계자
"(먼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계획은 없었습니다. 만나면 일본처럼 추가적으로 뺐기는 게 생길 수 있어서 장관 간 합의로 끝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미측에서 협상 타결을 하려면 트럼프한테 가서 만나야 한다고 했답니다."

앞서 러트닉 상무장관도 관세 협상의 최종 결정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갖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러트닉 미 상무장관
"트럼프 대통령이 운전석에 앉아 있습니다. 그는 모든 카드를 손에 쥐고 있으며, 그가 말했듯이 관세율을 결정하고 국가들이 시장을 얼마나 개방할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게 된 협상팀은 30~40분가량 협상안을 직접 설명하며 설득했고, 우리 시간으로 오늘 새벽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자동차 관세 15% 아쉬워…쌀, 소고기 지켰다"
우리 정부가 밝힌 주요 합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 미국이 8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관세는 25%에서 15%로 낮춘다 (자동차 관세도 15%)
▲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관세는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한다 (최혜국 대우)
▲ 한국은 미국에 3천500억 달러(약 487조 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제공한다
- 1천500억 달러는 조선 협력 펀드('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 2천억 달러는 반도체, 원전, 2차 전지, 바이오 등에 대한 투자 펀드
▲ 1천억 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산 에너지 제품을 구매한다
▲ 한국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다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은 가운데 우리의 주력 수출 상품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이 15%로 정해진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경쟁 상대인 일본과 EU도 똑같이 15% 관세에 합의했는데, 그동안 무관세였던 우리와 달리 2.5% 관세를 부과받고 있던 터라 상대적으로 우리 부담이 더 커진 셈입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우리는 당연히 12.5%가 맞는다고 마지막까지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측에서) '우리는 이해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쌀과 소고기 시장을 내어주지 않은 것은 성과로 꼽힙니다. 우리 협상단은 시장 개방이 어려운 이유를 끈질기게 설명했고, 미측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추가적인 시장 개방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농축산물에 대한 미측의 비관세 장벽 축소 및 시장 개방 확대 요구가 강하게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과채류에 대한 한국의 검역 절차에 대해 문의하며 이에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농산물을 비롯한 몇몇 협상 의제를 놓고 양측은 다른 입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협상 대상이 워낙 광범위하고, 관세율을 정하기 위한 큰 틀의 접근이다 보니 합의안 해석이 각각 다르게 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점은 앞서 협상을 타결한 일본과 EU 등의 사례에서도 나타납니다.
서로 다른 말.말.말…이익의 90%는 미국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타결 소식을 알리면서 자신의 SNS에 이렇게 썼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SNS 중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고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했습니다."
'쌀'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농산물 완전 개방을 언급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김용범 정책실장은 분명히 개방하지 않은 것이 맞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정치적인 수사로 봤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트럼프 대통령의 글은) 정치 지도자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책임진 각료들과 나눈 대화인데 농축산물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고 합의된 게 없습니다."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도 두 나라는 다른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대통령실은 명목 GDP의 20%와 맞먹는 487조 원 규모 대미 투자가 결국 우리나라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측 해석은 달랐습니다.
러트닉 미 상무장관 SNS 중
"3천500억 달러 대미 투자에서 발생한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인이 가져가며, 투자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집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이익의 90%를 일방이 가져간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합의 내용을 메모한 비망록을 보면 '투자로부터 이익의 90%를 '리테인'(retain·보유)한다'고 돼 있는데, 이것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보유(retain)'라는 의미는 "투자 결과로 생긴 이익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고 (미국 내에서 재투자에 사용되며) 미국에 머무른다는 뜻이 아니겠나"라고 반문했습니다.
<15% : 0%> "새로운 도전"…진짜 협상은 지금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밀어부친 상호관세의 여파로 국제 경제 질서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원래 '상호관세'라는 것은 교역 상대국의 불평등한 관세율이나 비관세 장벽에 대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과하는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서 개념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관철하는 수단,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협박의 칼날이 돼 버린 것입니다.
이번에 미국은 관세 협상의 기준을 '무역 적자 규모'로 세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규모 격차가 상당한데도 우리와 일본은 유사한 투자 부담을 안게 됐는데, 이는 두 나라 대미 무역 흑자 폭이 비슷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15 : 0. 앞으로 우리가 미국에 물건을 팔려면 최소 15%의 관세를 물어야 합니다. 미국은 우리에게 관세를 내지 않습니다. 지난 2012년에 어렵게 마련된 한미 FTA 체제가 사실상 붕괴된 것입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FTA라는 것이 상당히 많이 흔들리고 각 나라의 협상도 세계무역기구(WTO)나 FTA 체제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아쉬운 부분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