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충분할까. 앞서 개봉한 '전지적 독자 시점'과 마찬가지로, 올여름 텐트폴 시장의 두 번째 한국 영화로 출격하는 '좀비딸'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할리우드와 마찬가지로 한국 영화에도 오리지널 각본이 사라지는 추세다. '좀비딸' 역시 인기 웹툰('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영화는 작은 바닷가 마을 은봉리에서 시작한다. 동물원에서 맹수 전문 사육사로 일하던 정환(조정석)은 원인 모를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 수아(최유리)를 지키기 위해 어머니 밤순(이정은)이 살고 있는 시골로 내려와 은둔 중이다. 정부가 감염자 사살이라는 극단의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딸을 포기할 수 없는 정환은 맹수를 조련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아를 사회화하는 훈련을 시작한다. 오랜 고향 친구 동배(윤경호)와 연화(조여정)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며 정환의 '딸 지키기' 프로젝트는 위기를 맞게 된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을 지키는 아버지'라는 로그라인에서 엿볼 수 있듯 '좀비딸'의 큰 방향성은 가족 드라마다. 여기에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가세하면서 영화는 큰 무기를 얻었다. 지난해 여름 470만 흥행에 성공한 '파일럿'의 일등 공신이자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코미디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조정석의 활약은 '좀비딸'의 확실한 강점이다.
조정석은 많은 배우가 가장 어려워하는 코미디 연기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낸다. 웃기려고 우스워지는 우를 범하지 않고, 극과 신에 맞는 톤 앤 매너를 유지하며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좀비딸'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한껏 뽐낸다. 이정은과 최유리와의 앙상블은 물론이고 말 못 하는 고양이 '애용이'와의 호흡마저도 능수능란하다.

'좀비딸'의 또 다른 정체성은 좀비물이라는 점이다. 원인 모를 좀비 바이러스로 대한민국은 아수라장이 됐다.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정부의 모습은 어설프고, 국민들은 공포에 떨다 자기도 모르게 감염되는 형국이다. 과거 관객들은 좀비물을 매력 있는 공포 장르의 하나로 생각하며 즐겼다. 그러나 코로나19 시대를 지나온 현재, 바이러스는 곧 피부로 와닿는 현실적인 공포다.
물론 '좀비딸'은 좀비코미디라는 장르 특성상 무겁지 않게 바이러스가 퍼진 사회상, 감염자들을 묘사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 초반 몰입감 있게 사건에 진입하고,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각종 에피소드에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

'좀비딸'은 좀비 호러와 코미디, 가족드라마를 혼합하는 시도를 한다. 그 비율은 1:1:1을 지향한 것 같다. 어떤 요소도 과하거나 튄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애쓴다. 그 점이 영화의 방향성을 애매하게 만들기도 한다.
후반에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 부성애 등은 신파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기대만큼은 덜 웃기고, 예상보다는 신파가 센 이 작품에 관객들이 어느 정도 호응할지에 따라 흥행의 크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좀비딸'이 내세우는 상업성이 '적당히 웃기다가 적당히 울리는' 것이라면 꽤 성공적이다. 좀비소동극은 박장대소까지는 아니지만 소소한 웃음을 전달하고, 딸에 대한 아빠의 헌신과 애정은 눈물샘도 자극한다. 다만 모든 게 적당해서 확 터지지 않는 건 단점이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