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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모교 67년 만에 역사 속으로…9월 폐교 앞두고 마지막수업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7.28 07:57|수정 : 2025.07.28 07:57


▲ 김이지(12) 양이 25일 오전 안동시 예안면 월곡초등학교 삼계분교장 6학년 교실을 향해 손인사를 하고 있다. 

"김이지 양은 우리 학교 마지막 학생, 마지막 희망입니다."

25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의 모교인 경북 안동시 예안면 월곡초등학교 삼계분교장 6학년 교실에서 담임교사 전재준(42) 선생님은 이 학교 마지막 남은 학생인 김이지(12) 양과 함께 삼계분교장의 마지막 수업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전 교사는 사회 교과 보충 자료를 화면에 띄운 뒤, 수업 종료 직전까지 '우리나라 무역의 특징'에 대해 꼼꼼히 설명했습니다.

전교생이 단 한 명뿐인 교실에서도 수업은 여느 때처럼 진지하게 진행됐습니다.

전 교사는 김 양에게 "우리 학교 전교 회장이자, 가장 착하고 똑똑한 학생"이라며 농담 섞인 칭찬도 잊지 않았습니다.

수업 내내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던 김 양은 종이 울리자 이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이지 학생은 전 교사에게 "졸업할 때까지 함께해 주기로 했잖아요"라고 말하며 교실 안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날 수업을 끝으로 67년의 역사를 지닌 월곡초등학교 삼계분교장은 문을 닫습니다.

김이지 학생은 2학기부터는 본교인 월곡초등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갑니다.

그간 김 양은 본 교과 수업은 오전에 삼계분교장에서, 체육·음악·실과 등 여러 학년이 함께하는 수업은 오후에 본교인 월곡초등학교에서 받아왔습니다.

본교 역시 전교생이 6명뿐인 작은 학교입니다.

이날 오전 11시 45분 김 양은 책가방을 메고 교실 밖으로 나와 정든 교실을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렇게 삼계분교장은 조용히 67년의 막을 내렸습니다.

전 교사는 "예전에는 교육 당국이 작은 학교를 살리려는 시도를 이어갔지만, 이제는 그런 노력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삼계초는 1954년 동계국민학교 삼계분교로 개교해, 1957년 삼계국민학교로 승격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졸업하던 1976년에는 6학년 학생 수가 70명을 넘겼습니다.

그 시절 예안면 도촌리 오지에 살던 이 대통령은 먼 등하굣길에도 불구하고 매일 걸어서 학교에 다니며 꿈을 키웠습니다.

1999년 9월 삼계초는 월곡초 삼계분교장으로 통합됐고, 2021년 이후 신입생이 더는 입학하지 않았습니다.

나 홀로 전교생이 된 김 양은 한 학기 내내 꿋꿋하고, 씩씩하게 학교생활을 이어갔습니다.

매일 담임교사와 전담 교사가 곁을 지켰습니다.

김 양은 "1학년 신입생 때부터 다닌 학교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속상하다"며 "친구들이 하나둘 전학을 가고, 저만 남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학교의 졸업생이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땐 깜짝 놀라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직 장래 희망을 정하지 않았지만, 초등학교 선배인 이 대통령처럼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 학교에서 대통령이 나온 게 자랑스럽다. 제가 마지막 후배니까 더 열심히 하겠다"며 "9월에 열리는 안동시민운동장 육상대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경북에서는 오는 9월 1일 자로 폐교되는 학교와 유치원이 총 7곳에 달합니다.

문경 산북초등학교 창구분교장 병설 유치원, 의성 단밀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성주 용암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안동 월곡초등학교 삼계분교장, 문경 산북초등학교 창구분교장, 의성 단밀초등학교, 성주 용암초등학교가 긴 역사의 한 장을 넘기고 폐교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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