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이주노동자에게도 인권과 노동권이 있는데 그렇게 사람을 묶어 놓은 건 사람 이하로 생각하는 겁니다. 이런 장면들, 행동들을 볼 때마다 너무 분하고 화가 납니다."
우다야 라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이주노조 위원장은 오늘(25일) 언론 통화에서 최근 전남 나주시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사례를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서 전남 나주에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 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한 채 지게차로 들어 올리며 조롱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2월에는 전남 영암 돼지 농장에서 일하던 20대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 끝에 숨진 사건도 있었습니다.
본인도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인 라이 위원장은 이 같은 괴롭힘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욕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징계한다', '불법(체류자) 만들어 버린다'고 협박하는 것들이 제일 많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에게 아파 보인다고 병이 나았다는 소견서를 받아오라면서 일을 못 하게 하며 괴롭히기도 하고, 한국인 동료들이 때려서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고 나오는 사건들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예외 사항을 제외하고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고용허가제가 이 같은 사태의 원인이라는 것이 라이 위원장의 생각입니다.
라이 위원장은 "괴롭힘을 당해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걸 무기로 삼는다"며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자유롭게 해주는 게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이어지는 폭염도 이주노동자들을 덮쳤습니다.
전날 경북 포항에서는 야산에서 네팔 국적 40대 남성 A 씨가 제초 작업을 하던 중 쓰러져 사망했고, 이달 7일에는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공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출신 20대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모두 온열질환이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라이 위원장은 오늘 오후 포항을 찾아 A 씨의 사망 경위를 파악할 예정입니다.
라이 위원장은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경우 근로자에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시간을 부여하도록 하는 규정을 포함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5인 미만 사업장 같은 열악한 곳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데다 이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요구할 수도 없다"며 "사업주들은 눈치를 보며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라이 위원장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이주노동자의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을 지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온 지 30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이런 문제가 생기면 잠깐 이슈가 되고 그다음에는 없던 일이 돼 버렸다"며 "법, 제도뿐만 아니라 정부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국인 156만 1천 명 가운데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30만 3천 명으로 집계돼 처음 3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비전문취업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비전문 인력이 한국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한 비자로, 이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광·제조업(80.5%)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농림어업(14.4%), 건설업(3.0%)이 이를 뒤따릅니다.
이들은 대부분 광·제조업이 몰려있는 경기(38.9%)와 동남권(17.2%), 충청권(16.5%) 등에서 일하고 있으며, 서울은 0.6%로 가장 낮습니다.
이들의 국적은 100% 아시아입니다.
베트남 13.5%, 중국 0.2%이며, 이 밖에 기타 아시아(우즈베키스탄·필리핀·인도네시아·태국·몽골·캄보디아·일본·네팔 등)가 86.3%를 차지합니다.
(사진=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