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태한 산모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캡처한 초음파 사진과 심박 그래프
신생아와 다름없는 36주 차 태아를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시킨 뒤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로 병원장과 의사가 구속 상태로 오늘(23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정현 부장검사)는 오늘(23일) 살인, 의료법 위반, 허위진단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80대 의사 윤 모 씨를 구속기소했습니다.
수술을 직접 집도한 60대 대학병원 의사 심 모 씨, 20대 산모 권 모 씨도 살인 혐의 공범으로 각각 구속·불구속 기소됐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씨 등은 지난해 6월 25일 임신 34∼36주 차인 권 씨에 대해 제왕절개 수술을 해 태아를 출산하게 한 뒤, 미리 준비한 사각포로 태아를 덮고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윤 씨는 권 씨 진료기록부에 '출혈 및 복통 있음'이라고 적는 등 사산한 것처럼 허위 내용을 기재했습니다.
병명에 '난소낭', 수술명에 '난소낭 절제술'이라고 적은 허위 증명을 발급했습니다.
윤 씨는 권 씨가 유튜브에 임신 36주 차에 낙태한 경험담을 유튜브에 올려 논란이 되자 지난해 7월 12일 사산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했고, 증명서는 화장대행업자 등에게 건네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습니다.
윤 씨는 병원 경영난을 겪자 임신중절수술로 돈을 벌기 위해 일반 입원 환자를 받지 않으려고 관할 관청으로부터 '입원실·수술실·회복실' 등을 폐쇄하는 내용의 변경 허가를 받은 뒤, 브로커들로부터 알선받은 임신중절수술 환자들만 입원시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2년간 윤 씨가 브로커들로부터 소개받은 환자는 총 527명으로, 건당 수백만 원 상당의 수술비를 받아 총 14억 6천만 원을 챙겼습니다.
이 중 59명은 임신 기간이 24주 차 이상으로 너무 길어 다른 병원에서 중절 수술을 거부당한 이들이었습니다.
유튜버 권 씨 역시 윤 씨 병원을 찾기 전 방문한 병원 두 곳으로부터 수술을 거절당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의료기록을 남기기를 원하지 않는 산모들도 윤 씨를 찾았습니다.
윤 씨는 고령으로 수술을 집도할 수 없게 된 뒤에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의사 심 씨에게 수술 집도를 맡겼습니다.
심 씨는 윤 씨로부터 건당 수십만 원의 사례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윤 씨에게 환자를 알선하고 총 3억 1천200만 원을 챙긴 한 모 씨 등 브로커 2명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권 씨가 유튜버에 올린 낙태 관련 영상을 두고 살인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자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 경찰에 진정서를 내면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경찰은 병원 압수수색 등을 거쳐 이달 4일 윤 씨와 심 씨를 구속 송치했고, 검찰이 병원 관계자를 재조사하며 윤 씨의 범행 동기 등을 밝혀냈습니다.
법원은 경찰이 신청한 윤 씨(5억 8천15만 원)와 한 씨(1억 6천610만 원)에 대한 추징보전 신청도 받아들였습니다.
향후 유죄 확정시 추징할 것에 대비해 미리 재산을 빼돌리는 등 처분하지 못하도록 동결하는 조처입니다.
2019년 형법상 의사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후 입법시한인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재 의사 낙태 관련 처벌 규정은 입법 공백 상태입니다.
이를 틈 타 일부 산부인과 병원과 브로커들이 출산이 임박한 고주차 태아들에 대해서도 무분별한 임신중절수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검찰은 "경제적 동기로 생명을 경시해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본건으로 취득한 수익금이 전액 추징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