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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통상 농산물 카드로 '쌀·소고기' 불가…'연료용 작물' 고려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7.23 10:37|수정 : 2025.07.23 11:30


정부가 오는 25일 예정된 한미 통상협의에서 농산물 카드로 쌀과 소고기 시장 확대는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번 협상에서 국가 식량안보와 직결된 농산물 대신 바이오에탄올용 옥수수 등 '연료용 작물 수입 확대' 카드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23일) 언론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정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농산물 품목인 쌀과 소고기 시장 개방은 협상 카드로 제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껏 협상 카드 중 농산물 분야에서 미국산 쌀 수입 확대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허용이 쟁점으로 거론됐으나 우리 정부는 농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민감도를 고려해 두 품목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산 쌀, 소고기 수입 확대는 다른 국가와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쌀의 경우 한국은 미국과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등 5개국에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에 할당한 물량이 13만 2천304t(톤)으로 32%를 차지합니다.

미국 물량을 늘리고 다른 나라 물량을 줄이려면 세계무역기구(WTO)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미국만 더 늘려주려면 통상절차법에 따라 국회 비준이 필요합니다.

소고기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광우병이 발생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국가산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는 수입 금지 품목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이를 허용하면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통상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대신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농산물 시장 개방을 통상 카드로 써야 할 경우 '연료용 농산물' 수입 확대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이오에탄올용 옥수수 같은 연료용 작물은 이미 국내에 수입되는 상황이고, 식량용 작물과 시장 자체가 달라 식량안보 문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또 앞서 미국이 우리 측에 요구해온 사과와 유전자변형작물(LMO) 감자 수입 허용은 통상 협상과 별개로 이미 시장이 개방돼있어 과학적 평가와 절차를 거치면 수입이 가능합니다.

농산물 검역 협상의 경우 병해충 유입 위험성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절차를 거치면 됩니다.

미국은 약 30년 전 사과 검역 협상을 요청했고, 수입 위험분석 8단계 과정 중 2단계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주로 사료용 옥수수와 대두를 유전자변형생물체(LMO)로 수입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농촌진흥청이 '적합' 판정을 내린 미국 심플롯사의 식품용 LMO 감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검사 절차만 남은 상태입니다.

통상 당국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일본은 미국과 상호관세 협상에서 농산물 시장 확대를 카드로 썼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이 부과하는 상호관세 세율을 32%에서 19%로 낮추는 대가로 미국이 자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와 농산물, 의약품에 대해 각종 규제 적용을 면제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은 미국과 상호관세 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쌀과 일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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