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독일, 러시아 공습 가능성 대비해 지하 벙커 복원 추진

김경희 기자

입력 : 2025.07.21 17:01|수정 : 2025.07.21 17:01


독일이 냉전 이후 대거 폐쇄했던 지하 벙커를 러시아의 공습 가능성에 대비해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독일 당국은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대피소로 개조할 수 있는 공공 공간 목록을 작성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더욱 튼튼한 보호 시설 구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범 사업으로 우선 2026년 말까지 100만 명이 대피할 수 있는 벙커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도시 곳곳에 남은 회색빛 고층 방공호는 아직 건재하며, 일부는 미술관, 호텔, 고급 주택 등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다만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대형 벙커 대부분은 복원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막대하고 대규모 인파가 밀집하면 오히려 공격 목표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독일 당국은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철역, 건물 지하 등 기존 구조물의 내구성을 강화해 대피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아울러 개인 지하실을 벙커로 개조하려는 독일 국민도 많아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냉전 시기 운영되던 약 2천 개의 벙커와 대피소 중 현재 남은 시설은 58개로, 산술적으로 이들 시설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독일 인구의 0.5%인 48만 명에 불과합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베를린에 있는 4개의 벙커를 포함해 남아 있는 대피소들은 기능을 상실했으며, 운영도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불과 20년 전 독일은 자국 영토에 군사적 공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판단해 마지막 남은 공습 대비 벙커들을 폐쇄했다"며 "그러나 오늘날 이 결정을 되돌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자극받아 오는 2029년까지 국방 예산을 약 2배로 증액해 전쟁에 대비하는 국가가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