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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70m 상공서 멈춰 선 케이블카…현장은 아수라장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7.21 08:33|수정 : 2025.07.21 11:41


▲ 20일 설악산 케이블카가 등산객들을 태우고 내려오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56분께 강원 속초시 설악산 케이블카가 운행 중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났는데 안내도 제대로 없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20일 오후 강원 속초시 설악산 케이블카 탑승객 86명은 70m 상공에서 2시간 넘게 공포에 떨었습니다.

이날 오후 3시 56분 설악산 케이블카 상·하행선 총 2대가 모두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오후 6시 10분 임시 복구되면서 하행선 탑승객들은 하차했지만, 상행선 탑승객들은 상층 정류장인 권금성 전망대에 내려서 대기해야 했습니다.

상행선 탑승객과 상층 정류장 대기자까지 전원 무사히 탑승장으로 돌아오기까지는 4시간 30여 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길게는 하산까지 6시간이 넘게 걸린 이들은 업체 관계자 등에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케이블카 안에서 대기했던 이들은 혼돈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날 오후 4시 20분을 기해 속초와 고성 등 설악권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될 정도로 혹독한 더위 속에 이들은 좁은 케이블카 안에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더군다나 정원(50명)에 육박한 인원들(상행선 42명, 하행선 44명)이 별도 냉방시설 없는 케이블카에 2시간 이상 있어야 해서 일부 탑승객들은 탈수 증세를 보이거나 호흡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일 오후 3시 56분께 강원 속초시 설악산 케이블카가 운행 중 멈추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구조 작업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업체 측이 사고 현황 등에 대해 정확하게 안내하지 않으며 혼란을 키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탑승객은 "맨 처음에 덜컹하는 느낌이 들면서 케이블카가 멈췄다"며 "멈춰 선 원인에 대해 관계자들끼리도 말이 달라 혼란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가족과 함께 속초를 찾은 박 모(17) 양은 오후 2시쯤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올랐다가 이번 운행 중단 사태로 오후 8시가 넘어 하산했습니다.

박 양은 "경기도 파주에서 부모님이랑 놀러 왔다"며 "하산하고 시장도 가고 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모두 못하게 됐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면서 "권금성 인근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관광객들의 불만이 계속 커졌다"며 "복구되고 내려오기 전 번호표를 배부했는데 이때도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등 혼선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권금성 전망대에는 매점이 있어 관광객들은 물과 간식 등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초반에는 탑승객들이 자비로 구입했다가 구조가 지연되면서 무료 배포로 바뀌었습니다.

강 모(48) 씨는 "처음에는 간식을 지급해주지 않다가 사람들이 계속 항의하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아지자 무료로 받았다"며 "자비든 배부든 물과 간식은 그래도 공급이 돼서 다행이다"고 말했습니다.

업체는 임시 복구를 마치고 소방 당국과 함께 이날 오후 6시 10분 하행선에 타고 있던 44명을 우선 구조했습니다.

같은 시간 상행선 탑승객 42명은 권금성 전망대에 하차했습니다.

이어 케이블카 복구가 끝나며 권금성에서 대기하고 있던 총 215명은 순차적으로 하산해 오후 8시 30분쯤 전원 구조됐습니다.

소방 당국은 탑승장 인근에 대기하며 하산한 탑승객들 건강을 살폈으나 다행히 병원에 이송된 인원은 없었습니다.

소방 당국 등은 유압 오일 누출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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