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분리해서 감독 기능 없이 분쟁 조정만 맡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는 지난 18일 국정기획위원회 청사 앞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기능 분리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했습니다.
노조는 금소처 분리가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목표에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감독 체계의 비효율과 책임 분산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금융당국 조직개편 논의의 일환으로 금감원에서 금소처를 떼어내 감독·검사 기능이 없는 소비자 보호 전문 독립 기구로 세우는 방안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정위가 금소처 분리를 검토하는 것은 그간 금감원이 감독 및 검사 기능에 치우쳐 소비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시각이 반영된 겁니다.
당초엔 금융감독위원회와 별도로 독자적인 검사 및 감독권을 지닌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세우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영국과 호주 등이 이러한 체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각각 감독·검사 기능을 지닌 '공룡' 기관을 두 개나 운영하는 데 따르는 비용 부담과 업무 중첩 등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금융사들 역시 두 기관에서 감독과 검사를 받게 되면 중복 규제로 인한 혼란과 업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이에 대안으로 금소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으로 독립시키고 분쟁 조정과 민원 처리 등만 넘기는 방안이 부상했습니다.
그러자 분리 대상이 된 금소처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일부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금소처 분리 찬반을 묻는 설문을 하는 등 의견 수렴에 나섰습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직원들이 직접 국정기획위에 금소처 분리 반대 입장을 전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개편 대상 기관이 과도한 목소리를 낼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집단행동 여부나 수위 등을 쉽게 결론내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금융 소비자 분쟁과 민원을 직접 처리하는 직원들은 감독권이 없는 독립 기관에서는 소비자 보호 업무를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 감독권이 없는 소비자보호원은 전혀 무서울 것이 없다"면서 "소비자보호원이 금융사에 분쟁과 관련한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더라도 여기에 응할 유인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직원들 전문성 하락과 사기 저하 문제도 지적됩니다.
지금은 금소처 직원들이 금감원에서 순환 근무하며 감독·검사 등 다른 업무를 해볼 수 있습니다.
또 민원 처리만 전담하는 조직에선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실제로 최근 금소처에서는 전문 자격증 등을 보유한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사직을 고려하는 대규모 이탈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기관 감독·검사 기능과 소비자 보호 기능은 절연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한 조직 내에서 정보와 인적 교류를 유지하되 금소처의 권한을 확대하는 식으로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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