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대선특집 리부트2025⑩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계엄 이후 국민 감정, 균형 무너지고 불안·의심 늘어
- 계엄 트라우마는 국가의 폭력…뺨 맞은 것과 같아
- 국회 투입 군인, 신념 체계 무너진 고통 엄청나
- 당시 군인들이 '소극적 행동'? 적극적 제동 건 것
- 계엄 정당성 외치는 尹, 진심이란 게 학계 중론
- '진심으로 전하는 틀린 얘기'와 '진실' 구분해야
- 정치 양극화, 다양한 관심사 가지면 안 일어나
- 내집단 내 다양성 인정하면 집단 간 갈등도 치유
- 집단 트라우마 대처법, 우선 잘 자려는 노력부터
- '감사합니다' 한 마디 빈도 높여도 수면에 유리
- 외로울수록 음모론 빠져…서로 몰아넣는 일 피해야
- 계엄으로 다친 마음 '리부트'하는 처방법은 '걷기'
■ 방송 : SBS 김태현의 정치쇼 (FM 103.5 MHz 7:00 ~ 09:00)
■ 일자 : 2025년 7월 18일(금)
■ 진행 : 김태현 변호사
■ 출연 :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계엄과 탄핵을 지나 다시 활짝 피어날 대한민국. 김태현의 정치쇼 특별 기획 리부트2025]
▷김태현 : 김태현의 정치쇼가 준비한 리부트2025.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계엄으로 멈췄던 국정 운영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죠. 그러면 우리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요? 계엄 트라우마에서 과연 자유로워졌을까요? 오늘은요, 우리의 마음 상태를 한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전 국민의 마음 멘토로 불리는 분이죠.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경일 : 안녕하세요.
▷김태현 : 교수님, 우리 국민들이 계엄을 겪은 지 반년이 넘었어요.
▶김경일 : 그렇네요.
▷김태현 : 당시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초현실적인 계엄에 놀랐던 국민들의 마음, 계엄령이 선포됐을 때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들은 뭐라고 정리해 볼 수 있을까요?
▶김경일 : 사람들이 굉장히 소중한 걸 잃었을 느끼는 엄청난 충격이라는 게 또 있죠. 특히 예를 들어서 상상하기도 힘든 내 가족을 잃는다 이런 것들이 있고요. 또 다른 하나가 뭐냐 하면 당연시되는 것들이 당연시되지 않는 그런 게 왔을 때 느끼는 막막함이라는 게 있어요. 그러니까 나한테 아주 소중한 걸 잃었을 때의 큰 슬픔에 기반한 트라우마도 있고 그게 아니라 너무나도 당연한 햇빛, 공기, 물 이런 것들 있죠. 혹은 전기 같은 거. 이런 것들을 내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데 이제 그중에 하나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슬픔보다는 굉장히 큰 불안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에 기반한 막막한 불안감을 강하게 순간적으로 느끼셨을 국민들이 꽤 계셨을 겁니다.
▷김태현 : 당시에 걱정돼서, 계엄 해제가 새벽이 됐으니까 잠을 못 주무시는 분도 있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 뉴스만 보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이런 그분들의 반응, 그것도 일종의 계엄 트라우마다 이렇게 정의할 수 있는 건가요?
▶김경일 : 사람들이 어떤 그런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 내가 하루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여러 가지 것들이 있죠.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이런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면 예를 들어서 저 같은 경우는 환율도 좀 보고 주가도 좀 보고 날씨도 보고 그다음에 우리 김 변호사님 진행하시는 프로그램도 좀 보고.
▷김태현 : 감사합니다.
▶김경일 : 그리고 다른 방송도 좀 보고 그리고 영화도 좀 보고 밥도 먹고 이러죠. 그러니까 여러 가지 일을 해요. 그런데 이런 일을 겪게 되면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에너지가 모두 한 곳으로 들어가서 다른 것들을 못 하는 거예요. 그러면 다른 것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니까 일상생활의 또 다른 불균형으로 인해서 내 생활이 좀 망가지죠.
▷김태현 : 그렇겠네요.
▶김경일 : 다시 또 불균형이 일어나죠. 그런데 다시 또 그것에만 집중하죠. 그러니까 우리가 계엄 이후에 굉장히 많은 분들이 한 가지 뉴스, 한 가지 종류의 소식에만 계속 집중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챙겨야 될 생활에 자질구레해 보이지만 당연히 마땅히 해야 되는 많은 것들에 신경을 못 쓰니까 이런 게 일어나죠.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생활에 펑크 난다.
▷김태현 : 맞아요.
▶김경일 : 그렇죠. 이런 것들이 일어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가중되고 불안함이나 불편함이 계속 더 쌓이면서 그렇기 때문에 뭐지? 왜 이렇게 내가 잘 못하고 있지? 예전보다 이렇게 균형감이 떨어졌지? 이럴 때 이제 총체적으로 나오는 게 균형 감각, 워라밸이 무너졌다는 느낌이 오는 거죠.
▷김태현 : 말씀 들으면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주변의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고 이게 이제 일종의 계엄 트라마다 이런 말씀이시잖아요. 근데 일각에서는 이게 계엄 트라우마를 넘어서서 국가 폭력이다. 물리적 힘을 써서 때리거나 죽여야만 폭력이냐? 이것도 폭력이지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맞는 얘기인가요?
▶김경일 : 심리학자들은 분명히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기준으로 말씀을 드리기 때문에 폭력이 맞죠. 물리적인 폭력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만약에 김 변호사님한테 말도 안 되는, 근거도 없는 비방이나 아니면 욕설을 했어요. 그러면 제가 면전에 대고 하든 아니면 온라인을 통해서 하든 물리적으로 맞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적이거나 아니면 언어에 준하는 그런 폭력을 당하시잖아요. 뇌에서는 뺨 맞은 거랑 똑같이.
▷김태현 : 그래요?
▶김경일 : 그리고 진짜로 칼에 찔린 거랑 똑같이, 뼈 부러진 거랑 똑같이 그런 고통의 중추들이 반응합니다. 그래서 저희 심리학자들은, 이게 법률적인 문제는 좀 다른 거잖아요. 하지만 저희들은 분명히 같은 정도의 죄로 봐야 된다. 그리고 같은 정도의 가해로 봐야 된다는 입장을 대부분 가지고 있죠.
▷김태현 : 제가 보니까 가장 계엄 날 트라우마를 겪으셨을 만한 분들이 당시에 국회에 출동했던 군인들 아닌가 싶거든요.
▶김경일 : 그럼요, 그럼요.
▷김태현 : 내가 왜 여기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진짜 자괴감도 들었을 것 같은데 그분들의 후유증, 개인적으로 교수님 보셨을 때 어느 부분이 제일 크다고 보세요?
▶김경일 : 일단 이분들은 신념 체계가 무너졌다고 하는 그 고통이 엄청나실 거예요.
▷김태현 : 신념 체계.
▶김경일 : 그러니까 사람이요. 사람마다 자기가 지켜야 되는 신념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 신념 체계라는 게 그 사람의 존재 이유, 즉 정체성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어떤 일을 했더라도 나의 신념 체계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하면 그러면 굉장히 내 존재 이유에 대한 그런 의심마저 들 정도로 고통스러워하시죠. 굉장히 많이 투입됐던 분들이 우시고 방 안에서 나오지 않으시려고 하고 이렇게 되잖아요. 그게 왜 그러냐 하면 그분들은 신념이 있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그래요. 그래서 신념 체계를 만들어 놓은 이런 위기를 대비한 인력들은 정말이지 조심스럽게 누군가가 이끌 때 임의적으로 이분들을 지휘하면 안 되고요. 그리고 그분들은 그 신념 체계 때문에 우리가 반드시 주목하고 또 그분들을 평가할 때 우리가 생각해야 되는 게 우리 이런 표현하잖아요. 소극적으로 행동했다. 아니에요. 그분들 굉장히 적극적으로 행동하신 거예요. 그러니까 그분들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자발적으로 계속 멈칫했다는 건 신념 체계와 그다음에 현재 가진, 그러니까 나의 직무적인 직업적인 혹은 이런 신념 체계와 현재의 상황적인 신념 체계가 엄청난 충돌을 하고 있을 때 자기의 본질적인 신념 체계에 집중을 하면서 그 속도를 느리게 했다는 게 느린 게 아니라 엄청난 브레이크를 밟으신 거거든요. 그래서 그분들이 소극적이었던 게 아니다. 굉장히 적극적이었던 거다.
▷김태현 : 오히려.
▶김경일 : 라고 하면서 그분들의 능동성에 대한 평가를 꼭 해 드려야 되는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난 다음에 이 문제를 절대로 덮지 말고 우리는 신상필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분들이 보였던 갈등과 그분들이 느끼셨던 그때의 행동들에 대한 진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려드리지 않으면 이거는 굉장히 중요한 우리나라의 미래에 큰 문제가 될 겁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금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요. 그리고 일단 그 내란 재판이 끝난 건 아니지만 어쨌든 헌법재판소에서 비상계엄 불법이다 이렇게 법적으로 판단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선거에서도 정권이 교체됐으니까 정치적으로 판단을 받은 거죠. 그런데 본인은 이거 정당해, 계몽령이야 이런 얘기까지 합니다. 이건 어떤 심리라고 봐야 되는 거예요?
▶김경일 : 일단 심리학자들끼리 저희도 이런 주제로 많이 얘기를 해 봅니다.
▷김태현 : 그러실 것 같아요.
▶김경일 : 심리학자들의 중론은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요. 진심인 것 같아요.
▷김태현 : 본인은 그렇게 진심으로 믿는 거다?
▶김경일 : 근데 내 마음이 진심일 때 사람들은 진실에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김태현 : 이건 되게 무서운 얘기일 수도 있는데.
▶김경일 : 그래서 심리학자들이 선거를 쭉 연구해 보면 진실을 얘기하는 사람보다 진심을 얘기하는 사람들의 당선 비율이 더 높습니다, 확률이.
▷김태현 : 그래요?
▶김경일 : 왜냐하면 우리는 진심으로 하는 얘기는 거짓이 아니니까 무언가 좋은 이야기일 거야라고 하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팩트체크를 해 주거나 증거를 대면 무너지기 쉽죠.
▷김태현 : 맞아요.
▶김경일 : 근데 진짜 설득이 안 되는 분들이 진심으로 자기 신념을 얘기하는 분들이거든요.
▷김태현 : 그럴 수 있겠네요.
▶김경일 : 그래서 어떤 사람이 "저 사람 속마음, 진심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사람이야" 이것과 "저 사람이 있는 그대로 진심을 얘기하는데 틀린 얘기를 하는 사람이야" 이거는 구분해낼 수 있는 그런 걸 언론도 그렇고 그다음에 사회의 많은 어떤 시선들이 좀 구분해낼 수 있는 성숙도가 좀 필요하겠죠.
▷김태현 : 알겠습니다. 김태현의 정치쇼가 준비한 리부트2025. 오늘은 지난 12월 비상계엄 이후에 한 번은 짚어봤어야 할 트라우마 문제, 이거를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가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일단은 우리 국민들이 계엄으로 인해서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었어요. 불안도 있고 우울도 있고 이걸 극복을 해야 되잖아요, 트라우마도 극복해야 되고 스트레스도 관리해야 되고. 근데 아직도 뉴스는 계속되잖아요. 또 특검이 수사가 계속되니까. 재판... 아마 올해 내내 그럴 것 같거든요. 근데 주변에 그런 분들이 계세요. 야, 이거 뉴스 봐야 되냐? 보면 또 스트레스 받고 안 보자니 왠지 걱정되고. 이럴 때 이런 뉴스들을 어떻게 소비해야 되는 거예요?
▶김경일 : 특정한 종류, 특히 요즘 정치에 관련된 뉴스만 자꾸 보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되나요? 어떻게 안 볼 수 있나요? 이렇게 질문하시면.
▷김태현 : 안 보면 불안하고 보면 또 짜증나고 이런.
▶김경일 : 이미 거의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안 보는 건 불가능합니다. 인간이 습관을 제어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김태현 : 맞아요.
▶김경일 : 그래서 정치 뉴스 그만 보자가 아니라 다른 뉴스도 보자가 더 맞는 방향이고요.
▷김태현 : 다른 것도 보자?
▶김경일 : 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적인 입장이 이쪽저쪽이든 어느 쪽이든 한 방향으로만 가고 있는 문제가 있어요. 다양한 주제들이 존재합니다, 세상에는.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과 그런 편차들이 존재하죠. 그걸 하지 않는 이상은 계속해서 악순환이 벌어질 거예요.
▷김태현 : 알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진영 정치, 정치적 양극화 이게 원래 좀 심하다는 얘기는 있었는데 이번에 비상계엄하고 또 탄핵, 조기 대선 이거 거치면서 더 심해졌다는 평가들이 나오거든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심리적으로, 심리학적으로는 어떤 기제가 작용하길래 그렇게 상대 진영에 대한 적대감 이게 깊어지는 걸까요?
▶김경일 : 우리가 기본적으로 거기에만 몰입했을 때 양극화가 일어나요, 집중했을 때. 그러니까 많이 다르면 아니면 전혀 질적으로 다른 분야가 되면 양극화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까 이 방송 시작하기 전에 어떤 프로야구팀 되게 좋아하신다고. 제가 물어봤더니 맞아요, 맞아요. 엄청 골수예요. 그런데 그러면 어떤 팀 싫어하시냐고.
▷김태현 : LG 트윈스.
▶김경일 : 그렇죠. 포항 스틸러스를 싫어하지 않으시죠?
▷김태현 : 네.
▶김경일 : 그건 다른 세상이니까.
▷김태현 : 다른 세상이죠.
▶김경일 : 그렇죠. 그러니까 같은 것에 몰입할 때, 정치에만 몰입했을 때 정치 양극화가 일어나는 거지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지는 사회라면 그 양극화라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되죠. 그래서 실제로 정치적으로 극단의 양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분들, 이런 사람들의 한 개인 개인의 삶의 패턴을 연구해 보면 이분들한테 없는 게 있어요.
▷김태현 : 뭐요?
▶김경일 : 취미, 레저, 예술, 스포츠. 그러니까 다양한 관심사가 없는 분들이 결국은 그렇게 양극화로 가기가 쉽거든요. 특히 상대 진영에 대한 극단적인 반감, 증오 이런 것들을 많이 가지게 되죠.
▷김태현 : 혹시 교수님, 요새는 휴대전화 여기서 또 유튜브. 그리고 유튜브 중에서 쇼츠, 숏폼 이것만 즐겨 보잖아요. 그러니까 알고리즘이 계속 돌아가니까 한 곳에만 몰입하는 그런 것도 좀 원인이 될까요?
▶김경일 : 다 중요한 건 하나에만 몰입하는 건 뭐든지 좋지 않습니다.
▷김태현 : 뭐든지.
▶김경일 : 그러니까 심지어 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책만 봐도 바보 된다.
▷김태현 : 어?
▶김경일 : 그러니까 책만 보고 유튜브 안 봐요 이래도 이상해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문제는 한 종류의 하나만 보는 게 제일 큰 문제예요. 그래서 쇼츠도 보시고요. 그다음에 좀 긴 영상도 보시고 책도 보시고 사람과 대화도 하시고. 그러니까 사회 전체의 다양성이 떨어져도 문제가 심각해지지만 나라고 하는 한 사람의 삶에서의 다양성도 떨어지고 있을 때 내가 무언가에 골몰하면서 내 반대쪽의 사람들을 극한의 미움으로 대하지 않는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죠. 저는 가끔 친구들이랑 이런 재미있는 장난도 쳐봅니다. 친구 알고리즘으로 유튜브 보기. 그러면 진짜 이렇게 새로운 세상이 있어?
▷김태현 : 그렇겠네, 내가 잘 몰랐던.
▶김경일 : 그렇죠. 그러니까 개인 보안의 문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수준에서 자기가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보면서 나랑 매우 비슷한 사람인데,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매우매우 다르구나. 그래서 모든 문제는요. 집단 간의 갈등이 치유되는 과정 중에 하나가 뭐냐 하면 집단 내에, 오히려 내집단 내에서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부터 이게 치유되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상대방 진영에 대한 극한의 혐오를 가지고 있잖아요.
근데 사실은 그전에 보면 집단 내에서의 갈등이 더 셉니다.
▷김태현 : 당내 내전이 더 세요.
▶김경일 : 그렇죠. 그래서 항상 집단 간 갈등보다 집단 내 투쟁이 훨씬 더 극렬하잖아요.
▷김태현 : 맞아요.
▶김경일 : 그런데 그걸 위해서는 먼저 이걸 해야 돼요.
▷김태현 : 뭐요?
▶김경일 : 집단 내에서, 내집단 내에서의 다양성을 인정하셔야 돼요.
▷김태현 : 교수님 여의도 가서 모 정당 행사 가서 강연 한번 하셔야 될 것 같은데.
▶김경일 : 그래서 그거를 하시게 되면 자연스럽게 타 집단에 대한 포용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김태현 : 그렇겠네요.
▶김경일 : 우리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기 때문에 그래요. 그래서 우리가 그런 거를 잘 넓힐 수 있도록 포용성을 높일 수 있는 리더를 한번 각자 선출해 보시는 것도 굉장히 좋은 방법일 겁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2020년대 들어서 코로나로 외로움을 느끼고 비상계엄으로 괴로움을 느끼고 우리 사회에 우울감이 커져만 간다 이런 평가들이 있거든요. 이런 집단 트라우마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는 어떤 대비가 필요할까요, 앞으로?
▶김경일 : 일단은 개인의 대처부터 먼저 말씀을 드릴게요. 아무리 사회가 해도 개인이 대비를 못하시거나 준비를 못하시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까요. 잘 주무시려고 하는 노력이 되게 필요해요, 아무리 내가 관심 있는 거라도. 그런데 인간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개인과 전체 사회 모두 지금까지 일어난 거의 대부분의 큰 불행, 스스로 만들어낸 큰 불행들은 잠이 부족해서거든요. 이게 만병의 근원이에요.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잘 수 있는, 내 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그리고 우리 회사나 아니면 내 동료들이 잘 자고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는 그런 게 필요하고요. 그럼 이제 하나 더 치고 들어가서 그러면 언제 우리는 어떤 날 잘 못 자고 어떤 날 잘 자잖아요. 이걸 또 추적한 연구자들이 있어요. 김 변호사님이 어떤 날 잘 잘 때도 있고 어떤 날 못 잘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김 변호사님이 그 전날에 주간 업무를 보실 때, 그러니까 낮일 때 그 언어를 분석한 거예요. 수만 명을.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이런 상대방에게 감사의 표시를 사소하게라도 많이 한 날 자기도 모르게 잘 자요.
▷김태현 : 이건 새로운 거네.
▶김경일 : 이게 굉장히 중요한 시그널인데.
▷김태현 :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 잘 자겠다.
▶김경일 : 그러니까 문 열어주는 사람한테 감사합니다. 그다음에 우리가 일 끝나고 난 다음에 고생했어요, 감사합니다. 이런 말들을 조금만 빈도를 높여도 실제로 그날 밤에 잠을 자는 데 무의식적으로 유리해집니다.
▷김태현 : 희한하네요. 알겠습니다. 교수님, 지금까지 개인의 대비책을 말씀해 주셨는데 우리 사회가 대비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요?
▶김경일 : 지금 한국도 그렇지만 다양한, 특히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같이 불려왔던 많은 나라들이 굉장히 양극화돼 있고 갈등하고 충돌이 많죠. 그런데 그거를 심리학자들이 한번 면밀히 들여다보니까 그 가운데 무엇이 있냐? 외로움이 있어요. 그런데 외로운 사람들은요. 외로운 뉴스를 소비하고 외로운 사람들은 음모론에 잘 빠지며.
▷김태현 : 그럴 수 있겠다.
▶김경일 : 외로운 사람들은 아까 말씀드렸던 진심으로 이상한 얘기를 할 때 그 사람한테 매력을 느껴요.
▷김태현 : 희한하네. 교류가 다 없으니까 진짜 악순환이네.
▶김경일 : 그러니까 내가 외로우니까 외롭지 않은 사람들의 뉴스가 싫은 거예요.
▷김태현 : 그러네요.
▶김경일 : 그래서 양쪽이 서로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야 돼요, 양쪽이 서로를. 그래야 우리 사회가 내가 저쪽과 반대되는 입장이라 하더라도 저쪽을 너무 외롭게 만들면 저쪽이 외로운 뉴스를 소비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가 아무리 갈려서 정당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갈등이 있어도 상대방을 극한의 외로움으로 몰아넣는 그런 일만큼은 나를 위해서 피해야 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그 사회에서 보편적이고 정상적이며 상식적인 뉴스. 여기서의 뉴스는 꼭 언론을 통해서 나오는 뉴스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우리가 옆에 사람한테 듣는 것도 뉴스죠. 그런 얘기들에 대해서 정상적인 거구나, 이건 비정상적인 거구나라고 할 수 있는 구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요. 그 과정에서 서로 싸우고 갈등해도 외롭지 않기 때문에 이 상처는 치유될 수 있어, 이거는 극복할 수 있어라고 하는 집단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되죠.
▷김태현 : 알겠습니다. 이제 어느덧 마지막 질문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저희가 이제 마음의 리부트가 필요한 2025년인데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 이거를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해 주신다면 어떤 단어가 있을까요?
▶김경일 : 근데 리부트라고 하는 키워드를 이미 주셨기 때문에 너무 쉬운 문제죠. 리부트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리부트, 우리의 뇌를 리부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걷는 거예요. 걸으면 집착했던 문제를 놓고 편도체의 기능이 약화되며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해마의 기능이 활성화된다.
▷김태현 : 맞아, 왠지 좀 걸으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편안해질 때가 있어요. 맞아요.
▶김경일 : 생각해 보니까 우리가 지금 갈등하고 있는 수많은 그런 여러 가지 문제들에 있어서 갈등의 당사자들이나 상대방과 함께 손 붙잡고 걸어본 경험이 없어요.
▷김태현 : 그러네.
▶김경일 : 최근에. 예전에는 정치적인 어떤 지도자들이 상대방과 손 붙잡고 많이 걸었거든요.
▷김태현 : 맞아, 그랬던 것 같아요. YS, DJ는 그랬죠.
▶김경일 : 그러니까 본 당사자들도 그렇지만 그걸 본 우리들도 심리적으로 인간에게는 거울 뉴런 같은 게 있어서 그 행동을 보면서 우리도 같이하는 것 같은 걸 느껴요. 우리가 이런 모습을 좀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리부트라고 하셨으니까. 우리가 정말 극한의 갈등을 겪고 있었던 사람들끼리 같이 한번 걸어가 보는, 같은 방향으로 한번 걷는 모습들을 2025년도에는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오늘 너무 재미있는 말씀 많이 해 주셨는데요.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고요. 지금까지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경일 : 감사합니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SBS 김태현의 정치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