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엡스타인 파일' 진상 규명하라"…마가 지지층 분열 조짐

김경희 기자

입력 : 2025.07.15 14:20|수정 : 2025.07.15 14:20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체포된 뒤 2019년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억만장자 엡스타인의 성 추문 사건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전망이 나왔습니다.

엡스타인 사건 기록을 담은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에 대한 미 법무부의 조사 결과 발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엡스타인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열성 지지층의 여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마가 지지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며 "트럼프의 일부 측근조차 이번 사태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근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엡스타인이 성 접대 리스트로 정관계 유력 인사들을 협박하거나 블랙 리스트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으며 그의 사망 원인도 타살이 아닌 자살이라고 재확인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2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간과 에너지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엡스타인에게 허비하지 말자"고 지지층에 당부하며 "우리 마가는 한 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마가 지지자들 사이에선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통해 이번 사안을 정면 돌파해달라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습니다.

마가 진영의 대표적 인플로언서 로라 루머는 "트루스소셜에 글 하나 올린다고 이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며 "스트라이샌드 효과, 즉 감추려 할수록 논란이 더 커지는 효과가 생기면서 트럼프가 글을 올리기 전보다 훨씬 더 사람들이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폴리티코에 말했습니다.

로라 루머는 이어 "트럼프 행정부에 타격을 주지 않도록 백악관이 지지층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엡스타인 사건을 조사할 특별검사 임명을 촉구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이자 팟캐스트 '워룸' 기자인 내털리 윈터스는 "사람들은 엡스타인 사건이 대놓고 묵살당한 것에 정말 분노하고 있다"며 "(트럼프 지지층이) 이렇게 오래 동요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지층의 이런 극심한 반발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 측근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음모론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온라인 여론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해 지지층의 불만이 얼마나 깊고 광범위한지 온전히 알지 못했던 것 같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부 기관 내부에서조차도 엡스타인 사건 처리를 놓고 갈등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극우 팟캐스터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댄 본지노 FBI 부국장은 법무부의 엡스타인 사건 처리 방식에 반발하며 팸 본디 법무장관과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본지노 부국장은 음모론에 선을 그은 캐시 파텔 FBI 국장과도 갈등을 빚었습니다.

민주당은 트럼프 진영의 균열 조짐을 파고들면서, 하원에서 엡스타인 관련 문서 공개 결의안과 법 개정안 등을 제출 또는 발의할 예정입니다.

공화당 의석이 더 많은 하원 구도상 해당 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지만, 공화당을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 걸로 보입니다.

악시오스는 "민주당은 트럼프와 지지층의 충돌을 기회로 삼아 공화당 의원들이 어느 편에 설지 선택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음모론을 바탕으로 공고해진 마가 지지층이 이번에 또 다른 음모론 논란이 일고 있는 엡스타인 이슈에 의해 내부 분열을 겪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뉴욕타임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지를 둘러싼 거짓말 등 음모론을 기반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정치 세력이 이제는 현대 음모론의 어머니격인 사건을 두고 스스로를 잠식시키고 있다"고 썼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