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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푸틴 브로맨스 끝나나…우크라 사이에 두고 균열 조짐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7.15 09:37|수정 : 2025.07.15 09:37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두 강대국 지도자 사이에 한때 피어나던 '브로맨스'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휴전 압박에도 푸틴 대통령이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공세를 강화하면서 두 지도자의 오랜 밀착 관계에 균열 조짐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방공무기뿐 아니라 공격무기까지 대규모로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그간 대러시아 노선에서 정반대로 돌아섰습니다.

미국이 직접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식이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소극적이던 기존 트럼프 정부의 방침을 생각하면 중대한 전환으로 해석됐습니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번 지원 규모는 약 100억 달러(약 1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무기가 즉시 전장에 전달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를 향해 관세 위협도 휘둘렀습니다.

우크라이나와 휴전·종전 합의 시한으로 50일을 제시하고, 이 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뿐 아니라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도 '100% 정도'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모습이 푸틴 대통령에게 매우 우호적이던 과거의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AFP통신은 지적했습니다.

통신은 10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강력한 지도자"로 칭송하고, 본인에게 "아주 좋은 것들을 얘기해준" 사람이라며 따뜻한 시선을 보냈었다고 짚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을 향한 신뢰도 강력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였던 2018년 핀란드 헬싱키 미러 정상회담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미국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난 직후 대선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푸틴 대통령을 옹호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밀착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협상이 계속 교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크게 흔들린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발표한 이날 백악관에서 "여러 번 협상이 타결됐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서도 영부인에게 '푸틴과 훌륭한 대화를 나눴고, 이제 끝났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와우, 이상하다. 러시아가 방금 (병원의) 간호사를 폭격했다는데…'라고 말하곤 했다"며 푸틴에 대한 불만을 거듭 드러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임 하루만에 끝내겠다던 약속을 이미 지키지 못한 데다 여러 차례 푸틴 대통령과 직접 대화에서도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낸 상황이 누적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예술가'로서 본인의 이미지가 실추된 데 대해 큰 불만을 느낀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늦출 가능성인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특히 트럼프가 '관세전쟁'에서 최대한도의 압박 후 협상을 빌미로 결국 압박 수위를 내려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라는 별명을 얻은 것처럼,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도 그런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마크 몽고메리 전 미해군 소장은 AFP 통신에 "푸틴은 트럼프 대통령이 매번 최대한도까지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며 "푸틴은 무기든 경제든 버틸 수 없는 고통을 겪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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