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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혹독한 더위 속에 서울의 한 고층 아파트 단지가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제보가 왔습니다. 주민들은 한 달 동안 계단으로 오르내리고 있다는데, 앞서 여름은 피해서 공사를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권민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천500세대 규모인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입니다.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출입 금지' 표지가 붙어 있고 바로 옆 계단에는 택배물이 수십 개 쌓여 있습니다.
지난달 12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진행하는 교체 공사로 엘리베이터 사용이 전면 중단된 겁니다.
[아파트 주민 : (몇 층 사세요?) 17층이요. (17층이요? 너무 힘드실 것 같은데.) 당연히 힘들죠. 오르내리는 것보다 더워서 일단.]
옆 동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23층까지 올라가는 고층 아파트입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사용이 막히면서 주민들은 전부 계단으로 오르내려야 하고 택배도 1층에서 하나하나 찾아가야 합니다.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집을 떠난 주민도 있습니다.
[이순국/아파트 주민 : 저는 21층에서 살고 있는데 오르락내리락 하루에 한두 번 정도 하니까 미치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월세 얻어서 한 달 동안 (나가서) 사시는 분도 (있어요.)]
이 아파트는 지난해 정기점검에서 운행 중지 판정을 받고, 31개 동 엘리베이터 전부를 교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름에 공사를 진행하면 힘들지 않겠느냐며 주민들이 반발하자 올 2월 당시 관리소장은 '7~8월엔 공사를 하지 않겠다'며 동의 투표를 독려했습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3분의 2 정도 공사가 7월과 8월에 진행하는 걸로 결정됐습니다.
[아파트 주민 : 노후돼서 뭐 교체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는 할 수 있다. 다만 그게 체감온도가 40도 넘어가는 이 시즌에는 아니다. 원래 여름에 (공사를) 안 하기로 했는데.]
중환자나 임산부, 노약자에 대한 세대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3개 층마다 간이의자를 놓는 데 그쳤습니다.
한여름 공사에 대해 주민 의견을 다시 묻는 재투표 절차나 공청회도 없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관리사무소와 시공사 측은 오는 17일부터 예정된 3차 공사 일정을 조율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김윤성, 디자인 : 조수인·김한길, VJ : 노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