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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에 '엄마와 꽃구경' 속여 자녀 데려간 아빠 유죄 확정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7.11 12:08|수정 : 2025.07.11 12:08


▲ 대법원 전경

이혼 소송으로 별거 중에 자녀를 돌보던 아내 몰래 남편이 어린이집 교사를 속여 아이들을 하원시켜 데려갔다면 미성년자 유인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부모라 할지라도 속임수 등 부당한 수단으로 꾀어 데려간 경우 유인죄의 주체로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게 대법원 판단입니다.

오늘(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폭행,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A 씨는 2022년 4월 이혼소송으로 별거 중이던 당시 아내와 협의 없이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아이들 엄마와 함께 꽃구경을 갈 것"이라고 거짓말을 해 자녀들을 하원시켜 데려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보다 앞서 2021년 8월 아내를 폭행한 혐의도 있습니다.

A 씨는 미성년자 유인 혐의와 관련해 아이들 연령에 비춰 의사능력이 없으므로 '유인'의 대상이 될 수 없다거나 자신도 아이들을 공동으로 양육하고 있었으므로 양육 상태의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하급심 법원은 아이들 엄마로부터 보호·감호권을 위임받은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대한 기망(속임)을 인정할 수 있고, A 씨가 이전에 비양육자임을 전제로 양육비 액수를 제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공동양육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으나, 2심은 두 자녀를 데려간 것은 사회 관념상 하나의 행위로 평가된다며 1심을 파기하고 징역 3개월을 선고했습니다.

A 씨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양육권을 남용해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때에는 미성년자 유인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부모가 이혼했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의 일방이 평온하게 보호·양육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해 미성년자나 보호감독자를 꾀어 자녀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미성년자에 대한 유인죄를 구성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형법과 판례에 따르면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는 미성년자를 자기 또는 타인의 지배하에 두어 정상적인 보호관계, 자유로운 생활상태를 불량하게 변경시키는 범죄를 가리킵니다.

목적은 상관이 없으며 미성년자를 보호·양육할 목적이 있는 경우에도 죄가 성립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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