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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못 버틴다, 거리마다 "텅텅"…이재명 정부가 지금 서둘러 '빚 탕감'하는 진짜 이유 [스프]

한동훈 PD

입력 : 2025.07.14 09:12|수정 : 2025.07.14 09:12

[교양이를 부탁해] 읽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빚 탕감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많은 분께서 아시겠습니다만 빚 문제를 탕감해 주는 이슈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지금 이 대책을 왜 하나,' 그리고 '왜 하필 지금인가,' '그리고 도덕적 해이 문제는 없는가,' 그리고 '빚을 성실하게 갚으셨던 분들이 느끼실 수 있는 상대적인 박탈감은 어떻게 할 거냐.' 그리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이렇게 하면 효과가 있을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까'라고 하는 등등의 논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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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오늘 제가 말씀드릴 제 이야기의 주된 골자는 안타까움입니다. 저는 이러한 일들이 몇 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령 구체적으로는 여러분께서도 아마 이름을 기억하실 수 있는데 2013년에 '국민행복기금'이라고 하는 제도가 시행이 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것과 매우 유사합니다.
 
SBS 뉴스 (2013.05.01)
정부가 장기 신용불량자를 구제하는 국민행복기금의 운용 골격을 마련했습니다. 구제 대상은 지난달 말 현재 6개월 이상 연체자 모두 2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정 기간, 일정 금액을 넘지 않는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고 연체되셨던 분들에 대해서 그때도 빚의 상당 부분을 탕감해 주었고, 채무를 재조정해 주는 정책이 추진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뭐 안심전환대출이라든가 또 다른 이름으로 이러한 부채를 조정해 주는 형태의 정책이 추진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당시에도 이렇게 이러한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하고 정책들이 추진되는 것을 보면서 그때도 역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확하게는 2017년에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라고 하는 내용을 담아서 보고서를 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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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안타깝게도 저희는 또다시 이러한 가계부채 문제 빚 탕감 이슈에 직면하고 있고, 정책 당국은 나서서 여기에 대응해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고 있고. 여기에 대해서 우려하시는 많은 분들께서 또 다른 목소리를 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제 생각 그리고 제언을 말씀해 드리려고 합니다만, 사실은 오늘 제가 드리는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앞서 말씀드렸던 2017년에 무려 8년 전에 제가 썼었던 보고서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고 무언가를 해야 되고 여기에 대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하는 상황이 가장 안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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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빚'인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상황
이런 질문이 나올 수가 있죠. 왜 지금 빚이냐, 왜 하필 지금이냐. 근데 저는 원래 거시 경제를 보는 사람이고 매크로 이코노미스트의 관점에서 보면 사실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금 한국 경제가 직면한 상황 때문입니다. 지금의 경기 흐름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지난해 연말에도 여기에 출연했었고요. 그런데 당시에도 제가 2025년 한국 경제를 전망하면서 "많은 전망기관들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지만 낙관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제 생각은 그럴 것 같지가 않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교양이를 부탁해 (2024.12.28.)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제시한 1.9%는 한국은행의 시나리오 분석에 담긴 숫자들을 감안하면 저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좀 더 낮게 잡고 있습니다
교양이를부탁해

지금은 어떠냐? 5월에 발표된 한국은행의 가장 마지막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 올해 전망치는 0.8%입니다. 지난해 연말 전망했던 수준의 반도 되지가 않아요.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면 역시 한국은행의 이러한 전망이 지금 여타 기관들의 전망과 비교를 해볼 때 그다지 또 비관적인 전망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보느냐? 사실은 실제로 최근에 나오고 있는 수치가 안 좋기 때문이에요. 지금 녹화 날짜 기준으로 7월 초 그런데 가장 최근까지 발표된 한국의 경제성장률 실제 수치는 1분기까지 나와 있습니다.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해서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대표 수치라고 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그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올해 상반기 한국 경제의 양상은 전방위적인 경기 위축입니다. 올해 1분기에 내용을 들여다보면 민간 소비 증가율도 마이너스, 건설 투자도 마이너스, 설비 투자도 마이너스, 수출도 마이너스, 심지어 정부의 재정 지출조차도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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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경제성장률을 높여줄 만한 부문이 없는 상황에서 전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난 겁니다. 이러한 상황은 제가 오랫동안 이러한 매크로 분석을 해 왔지만,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적어도 과거에는 가령 수출이 안 좋을 때는 소비라도 버텨줬고, 소비가 안 좋으면 수출이 좋았던 때도 있고, 민간 부문이 안 좋으면 정부라도 돈을 많이 써줬었거든요. 근데 올해 1분기는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렇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렇게 소비, 기업의 설비 투자, 건설 투자, 수출까지도 민간 부문의 경제 활동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누군가가 좀 도와주면 좋겠어'라고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이때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정부 재정 지출이 중요해진다고 저는 봅니다.
 
이재명 대통령 (2025.07.05.)
국민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긴급하게 편성한 추경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집행이 돼서 현장에 우리 국민의 삶에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정부가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차 추경이 결정되었죠. 근데 제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냐면 시기입니다. 이미 7월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추경이 편성이 되더라도 실제로 돈이 풀리고 공무원분들께서 이것을 집행하시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통상적으로 과거에 저희가 경험했었던 시차를 감안하면 2차 추경이 우리 한국 경제에 본격적으로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시기는 어쩌면 앞서 말씀드린 이유 때문에 3분기가 아니라 4분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추경이 마련이 되었지만, 예상보다 한국 경제성장률을 높여주는 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은 시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많은 곳에서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되는가?' 그러한 이슈가 제기되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정부에서도 속도감 있는 재정 집행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저는 사실은 이 때문이라고 봅니다.


한국 경제, 소비는 왜 살아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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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런 질문을 던져봐야겠죠. 민간 소비, 가계 소비는 도대체 왜 살아나지 못하는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 제가 한 2년 전쯤부터 말씀드려 왔던 것이 가계부채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는 부분이었어요.

코로나를 거치면서 어쩔 수 없이 버텨야 했기 때문에 가계와 자영업자분들의 빚이 급증했습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선택한 방식 때문입니다. 미국과 같은 곳에서는 사실은 뭐 해고도 좀 유연하게 해주고 실업자가 급증하긴 했지만, 거기에 대응해서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대규모로 풀었고 그 시기를 넘길 수가 있었지만, 사실은 우리나라는 고용 시장이 미국만큼 유연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리고 우리 경제 구조적으로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고. 그렇다 보니 정부 보조금은 아니지만 금융 채널을 통해서 빚을 늘리는 방식으로 금융 지원을 통해서 코로나 시기를 넘기는 방식을 선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가계 자영업자 부분의 빚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결과를 낳았죠.

그런데 제가 한 2년쯤 전부터 말씀드려왔던 우려 사항은 이런 겁니다. 언제까지 코로나입니까? 코로나는 지나갔잖아요. 언제까지 저희가 코로나를 이유로 들어서 금융 지원책을 연장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사실은 이러한 부분을 금융감독당국도 인식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는 2022년 가을부터 3개년에 걸쳐서 점진적으로 코로나 기간에 펼쳤었던 코로나 금융 지원책이 철회됩니다. 철회되고 있었어요. 2022년 가을부터는 기존에 코로나와 관련해서 풀렸던 부채와 관련해서 '이자 안 내도 됩니다'라고 했던 것에 대해서 이자를 내야 하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2023년 가을부터는 이제는 안 갚아도 됐었던 원금을 나누어 갚으라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2024년 가을부터는 채무의 만기 연장이 안 되기 시작했어요.
교양이를부탁해

그러니까 2022년부터 점진적으로 3개년에 걸쳐서 코로나 때 대규모로 풀렸던 부채에 대한 상환 부담이 본격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겁니다. 이 시기에 사실은 정책 방향으로서는 저는 동의를 합니다. '상환 능력을 감안해서 돈을 빌려주자.' 그렇다 보니까 이제는 다들 익숙하게 아실 텐데 DSR 규제라고 소득을 감안해서 부채를 빌릴 수 있는 한도가 결정되었는데 그 한도가 '스트레스 DSR'이라고 해서 어려워진 경제 상황까지 감안을 하자라는 쪽으로 바뀌어 감에 따라서 돈을 빌릴 수 있는 한도가 지속적으로 줄어 왔습니다.

*DSR 규제: 대출자가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대출자 소득의 일정 부분에 미치지 못하게 제한

그럼 그 결과는 뭘까요? 전보다 점점 더 돈을 빌리기는 어려워지고 갚지 않아도 됐었던 이자와 원금을 나눠서 갚아야 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은 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합니까? 덜 쓰셔야 되는 거죠. 그래서 제가 사실 우려했던 건 그런 겁니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경험하게 될 가계부채 리스크는 과거와 다를 거다. 전혀 다를 거다. 한마디로 펑 하고 터지지 않을 거다. 예전에는 펑 하고 터졌다. 대표적인 것이 카드사 위기 같은 겁니다.

방만하게 가계에 돈을 빌려줬던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회수하지 못하는 거죠. 그럼, 금융기관들이 망가집니다. 이런 금융 기관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거나 그러면 망가진 금융 기관들이 부실화될까 봐 감독 당국이 금융기관에 유동성도 지원하고 이런 대책이 나오는 거죠. 한마디로 이렇게 떠들썩하기 때문에 뉴스에서 볼 수가 있어요. '아 위기가 터졌구나,' 그럼 정부도 바로 나섭니다. 한마디로 펑 하고 터지니까 대책이 명확하게 나올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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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제가 우려했던 가계부채 리스크는 뭐냐 하면 펑 하고 터지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거예요. 코로나도 지나갔다고 하고 경기도 이제 좋아질 거라고들 하는데 왜 이렇게 장사가 안되지? 사람들이 돈을 못 쓰는 것 같지? 높아진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한국 경제성장률이 높아지지 못하지? 그러고 나서 그 이유를 가만히 보니까 사람들이 돈을 못 쓰는 거죠.

돈을 왜 못 쓰나 하고 봤더니 부채 부담이 있는 거죠. 여기에 빌릴 수 있는 부채가 한도도 줄어들고 있는 거죠. 이게 사실은 제가 더 걱정했었던 부분인데, 부채 문제가 뉴스의 경제면이 아니라 사회면에 나오는 거예요. 아이를 버리고요. 이혼을 하고 가출을 하고 가장이 가족들과 동반 자살을 선택하고. 근데 이런 사건들이 터져서 사회면에서 뉴스로 나오고 나서 나중에 도대체 왜 그랬나 하고 원인을 따라가 보니까 '아, 이게 빚 때문에.'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는 분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했었던 겁니다.

어떠신가요? 저는 최근에 이런 뉴스들을 실제로 많이 보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렇다고 한다면 이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봐야 할 것이냐. 펑 하고 터지지 않았을 뿐이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한국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고. 사회면에서 이런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면 저는 이미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리스크는 제가 우려하던 방식대로 표면화되고 있다. 그래서 대처해야 하는 시기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채 탕감 '도덕적 해이 논란', 근본 해법은 일자리 대책
Q. 성실 상환자들의 상실감을 좀 많이 주는 정책들이 좀 나오는 것 같다는 느낌이 좀 드는데 이런 문제는 좀 해결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어떻게 방법이 좀 있을까요?

성실 상환자들과의 형평성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생기고 있는 논란은 저도 충분히 이해되고 납득이 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결국은 이것은 공감대의 문제인 것 같아요. 한마디로 '실시되는 정책이 어느 만큼 합리적이냐?', 보다 더 구체적으로는 '납득할 수 있느냐?' 이런 문제라고 봅니다. '야 저 정도의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끝까지 받아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탕감해 주는 게 정상적인 경제 활동으로 돌아오도록 해주는 게 더 낫겠다.' 또는 '아 저렇게 지금까지 힘든 상황에서도 오랫동안 열심히 빚을 차근차근 갚아오셨던 분들이라고 한다면 이런 혜택을 받는 게 당연하겠다'라는 식의 공감대인 겁니다.

그렇게 되려면 제가 드리고 싶은 제언은 무엇이냐면, 정책이 더욱더 정밀해지면 좋겠습니다. 마이크로 해지면 좋겠어요. 더욱더 구체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에 직면하고 계신 분들을 범주화해서 나눠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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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되느냐 그러면 저는 일단 좀 그런 분들 보고 '이리 와보세요' 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어디로 오시라고 하는 거냐 하면, 신용회복위원회 또는 '캠코'라고 불리는 자산관리공사 이런 곳입니다. 그런 다음에 자료도 쭉 뽑아서 보고 이야기도 나눠보는 겁니다. 그래서 한 분 한 분 좀 들여다보는 거예요. 저는 우선 가장 염려스러운 분들은 이런 분들입니다. 봤더니 나이가 너무 많으세요. 또는 건강이 안 좋으신 거예요. 또는 어린 아이가 있거나 부양해야 되는 나이 든 부모님이 계신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사실은 나가서 일하기가 힘들잖아요.

그러면 제 생각은 뭐냐 하면 이런 분들에게 있어서는 해법이 부채 탕감과 같은 금융적인 해법은 궁극적인 해법이 안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분들은 지금 직면하고 있는 빚 문제를 탕감해 드리더라도 소득 자체가 적고 돈을 벌기가 어렵기 때문에 부족한 돈을 또 빌리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긴 빚은 또다시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죠. 그러면 저희는 또다시 몇 년 주기로 이러한 식의 대규모 채무 조정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사회적인 논란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분들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으냐? 이러한 분들은 금융적인 해법이 아니라 복지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또 다른 그룹이 있을 수 있어요. 와서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문제가 있는 분들이죠. 돈을 빌렸는데 그걸로 뭐 도박을 하신다든가 또는 투기적인 투자를 하신다든가 유흥에 써버린다든가 방만하게 소비하셨다든가 이러한 분들은 저희가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이분들은 본인들의 책임이 있지 않으십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저는 사회적인 비용을 들여서 이분들의 빚 문제를 탕감해 주는 데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본인들의 책임도 있으십니다'라고 좀 일단 제외해 놓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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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실은 더 중요한 다른 그룹이 있어요. '내가 돈을 벌 기회만 있으면 일자리만 있다면 나는 일할 능력도 있고요. 일할 의사도 있어요. 근데 내가 돈을 벌 기회가 없어요. 일자리가 없어요.' 이런 분들도 저는 상당수 있으실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 같은 경우에는 저는 빚을 탕감해 드리는 것보다도 어쩌면 이분들이 더 좋아하실 수도 있는 것이 일할 기회를 드리는 거라고 봅니다. 그러면 이분들께 어떻게 하면 일할 기회를 만들어 드릴 수 있을까? 미 중앙 정부라든가 지자체가 나서서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에 대해서 일자리를 지원하는 사업들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이러한 사업을 저는 이러한 부채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하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부채 상환 능력이 있고 의지가 있는 분들을 선별해 낸 다음에 공공 부문에서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를 이분들께 연결해 드리는 겁니다.

그런데 이때 중요한 것은 이분들의 소득이 의미 있는 수준이 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가령 이런 거예요.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드렸는데 한 달 소득이 100만 원이다, 그러면 저는 또다시 돈을 빌리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제공해 드린 일자리가 한 달에 200만 원, 300만 원 벌 수 있는 일자리다, 그러면 저는 조금 상황이 달라질 것 같아요. 그러려면 저는 이 정책 당국에서 이 일자리와 관련된 고용 부문과 관련된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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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런 것 때문이에요. 만약에 취업자 증가 수 또는 실업률과 같은 숫자를 중시하게 된다면 이러한 숫자를 목표로 삼게 된다고 한다면 사실은 100만 원짜리 일자리를 2개, 3개로 쪼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죠. 근데 만약에 그게 아니라 이러한 두세 개의 일자리를 하나로 합쳐서 정말 도움이 필요하신 분께 한 달에 200~300만 원짜리 일자리를 만들어 드린다고 한다면 물론 취업자 증가 수는 좀 덜 늘어날 겁니다. 하지만 이분들이 부채 문제에서 벗어나는 출발점이 될 수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본다고 한다면 이것은 결국은 무슨 이야기가 되냐 하면 고용 대책이 일자리 대책이 결국은 가계부채 대책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정부의 가계 대책이 범정부적이어야 됩니다. 한마디로 가계부채 대책을 수립하고 정책을 실시하는 기관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이러한 금융이나 통화 당국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노동부 또는 중소벤처기업부 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같은 여타 부처들이 가계부채 대책 수립에 함께 들어와야 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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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면 지금과는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 숫자는 처음에 많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고용시장 상황이 어렵잖아요. 일자리를 늘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정책 당국이라고 하더라도 처음에는 일자리를 많이 늘리기 어렵다고 하는 것을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단 만 명 또는 5만 명이라고 하더라도 더 이상 돈을 빌리지 않고 본인이 돈을 벌어서 빚을 갚을 수 있는 분들을 우리가 만들 수 있다고 한다면 어쩌면 그것이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구조적인 해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앞서 말씀드린 방식으로 가계부채 정책이 시행된다고 한다면 저는 사실은 더욱더 중요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가 있는 분들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고 또는 스스로 일을 해서 빚을 갚을 수 있는 분들은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빚 탕감에 드는 정부 재원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면 여력이 생기게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도 사실 정부가 '빚과 관련된 정책을 추진하겠다'라고 하지만 정부의 재정 상황은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세웠던 세수 계획 대비 재작년에는 세금이 56조 4천억 원이 덜 걷혔었고요. 지난해는 30조 원 가까운 돈이 정부의 계획 대비 세금이 덜 걷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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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보니 정부는 돈을 쓰기가 어려웠어요. 사실 올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까 법인세, 소득세 이런 게 덜 걷힐 수 있고요. 부동산 경기가 그다지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다 보니까 종부세나 양도세 같은 것도 많이 걷히기 쉽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결국은 정부는 굉장히 어려운 재정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지금 빚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는 거죠.

근데 앞서 말씀드린 그런 그룹핑을 통해서 일부는 배제하고 일부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한다고 한다면 그래도 여력이 생길 수 있잖아요. 그러면 이 여력을 우리는 어떻게 쓸 것인가? 제가 맨 처음에 말씀드렸던 중요한 부분,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먹을 거 먹지 않고 입을 것 입지 않고 돈을 아껴서 어떻게든 부채를 갚으려고 노력하셨던 분들에게 성실 상환자분들에게 혜택을 드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겁니다. '어려우셨죠? 금리를 조금 깎아드리겠습니다.' '만기를 조금 연장해 드릴게요'라고 하는 식으로 혜택을 드릴 수 있다고 한다면 이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그래 어떻게든 힘들더라도 내 힘으로 내가 빌린 돈을 갚아야 되겠다'라고 하는 사회적인 공감대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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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만약에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 반대로 흘러간다, 그래서 자칫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탕감해 줄 것이라고 하는 기대가 형성되게 된다고 한다면 우리 사회의 빚 문제는 걷잡을 수가 없을 겁니다. 그 재원을 정부가 감당할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이번에도 저희가 몇 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는 빚 문제에 또다시 직면하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분명히 몇 년 뒤에 저희는 또다시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논란이 있을 거고 그런 가운데서도 정부는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 또다시 돈을 써야 될 거예요. 만약에 저희가 이번에 이러한 빚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어떤 출발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면 저는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 경제의 큰 내부 리스크 '가계부채' 데이터 없는 위기 대응, 이대로 괜찮나
한국 경제를 놓고 무슨 트럼프의 관세 전쟁 또는 미중 무역 마찰 이런 대외적인 요인 또는 지정학적인 전쟁 이런 것들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내부적인 리스크 요인이 뭐냐, 꼽아봐라'라고 하면 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항상 반복적으로, 그리고 앞순위에 놓는 것이 오늘 말씀을 드리고 있는 빚 문제입니다. 가계부채 리스크와 부담이에요. 이 문제가 이렇게 우리 경제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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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국제기구에서 처음으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에 못 미치는 1%대의 숫자를 발표했다고 하는 게 뉴스에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 빚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 그렇다고 한다면 저희가 이 빚 문제를 정확히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저희는 뭘 알아야 할까요? '어떤 분들이 도대체 왜, 어디서, 얼마를 빌려서 그 돈을 어디에다가 쓰고 있는가?' 그리고 '그 결과로 이분들이 정말 상황이 좋아지셨나?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면 빌린 돈에 문제가 생기고 있진 않은가? 어느 만큼 부실화되었나?' 이러한 것들을 알아야 저희가 정말 제대로 된 가계부채 정책을 내놓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방금 제가 말씀드렸던 이러한 질문을 만약에 저한테 던지신다, 그럼 저는 자신이 없어요. 왜냐하면 저는 이것과 관련된 세부적인 데이터를 제가 충분히 보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질문과 가장 유사한 통계가 있기는 있습니다. 통계청에서 1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가계금융 복지조사라고 하는 자료입니다. 그런데 작년 12월에 발표된 자료에서 담고 있는 우리나라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빚의 수준 빚의 성격과 관련된 데이터는 2024년 3월 기준의 자료입니다. 무려 1년도 더 전에 조사한 자료가 작년 말에 발표되었고 그러한 수치를 보고 저 같은 사람들이 이런 말씀을 지금 드리고 있는 겁니다. 지금의 빚 문제가 1년도 전에 있었던 상황과 정말 동일할 것이냐? 저는 아닐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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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도 크게 요동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그와 관련된 경기 흐름도 상당히 달랐잖아요. 그러면 우리는 정말로 데이터가 없는 거냐? 저는 사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거의 한 7~8년 전에 한국은행에서 워낙 이렇게 가계부채, 빚 문제가 이슈가 되다 보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어요. 자료원은 신용평가 회사입니다. 그 당시에 100만 명 정도 되시는 분들의 데이터를 샘플로 받았어요.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료에 한계가 있어요. 뭐냐면 신용평가사의 자료다 보니까 개인별, 차주별 데이터입니다. 그런데 사실 빚 문제는 가구 단위로 발생하잖아요. 그렇죠 한 집, 가장이 어떠냐 이런 식으로 발생하지 않습니까? 근데 차주 단위 데이터예요. 더욱더 중요한 한계는 뭐냐 하면 사실은 빚 부담에 대해서 저희가 생각을 해보려면 '얼마를 버느냐' 하는 소득, '얼마를 빌렸느냐'라고 하는 부채, '돈을 얼마를 쓰느냐'라고 하는 소비와 함께 도대체 '이렇게 빌린 돈으로 집을 샀나 또는 다른 걸 샀나,' '돈을 갚을 수 있는 자산은 있나' 이런 자산 데이터가 중요한데 신용평가사들의 데이터에는 자산 데이터가 없습니다.

한 7~8년 전에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공동으로 주관하셨던 공청회에 가서 제가 이런 의견을 드렸었어요.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 조사와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이 DB를 결합하시면 좋겠다.' 그런데 그때 현실적인 어려움들도 동시에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뭐냐 하면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이걸 주민등록번호 같은 걸 가지고 연결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공개하는 데 어려움도 있고. 그렇다 보니까 한국은행에서 데이터는 있는데 지금 공개되고 있진 않아요.
교양이를부탁해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정말 불가능한 거냐. 지금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나요? 빅데이터와 AI의 시대 아닙니까? 근데 우리 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내부적인 리스크 요인이 가계부채라고 하고, 이렇게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고, 정책 당국이 나서서 돈을 쓰려고 하는데 우리는 정말 이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냐. 빅데이터와 AI의 시대로 가자고 하고 있고 그렇게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정말 우리는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실시간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그리고 만약에 이것과 관련된 제도적인 규범적인 어떤 걸림돌이 있다고 한다면 국회가 되었건 정부가 나서서건 이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맞는 방향 아닌가?

그래서 그렇게 해서 만약에 실시간으로 우리가 직면한 가계부채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집계되고, 공개가 되고, 저 같은 사람들이 분석하고 여기에 대해서 토론의 장이 만들어진다고 한다면,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이러한 부채와 관련된 논란을 상당 부분 피해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정부 당국도 정책 당국도 우리 경제가 직면한 진짜 가계부채 리스크에 맞는 정책을 보다 더 목표로 해서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교양이를부탁해

이게 왜 중요하냐면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어요. 가령 이런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가계금융 복지조사 자료를 보면 세부 데이터는 없는데 '소득 10분위,' '소득 5분위' 이러한 식의 결과는 나옵니다. 이 결과를 보면 우리 경제가 가지고 있는 가계부채는 소득 상위 20% 계층이 우리나라 전체 가계부채의 45% 정도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이게 어떻게 해석이 되나요? 이렇게도 볼 수가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에 그렇게 가계부채가 많다고 하지만 소득 상위 계층이 많은 부분을 가지고 있으니, 사실은 별로 그렇게 위험한 건 아니야." 왜냐하면 이분들은 자산도 많고 소득도 많고 신용등급도 높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건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금융기관들이 돈을 빌려줄 때 뭘 봅니까? 담보 보고 소득 보고 신용등급 보잖아요. 그러니까 이분들이 돈을 많이 빌리는 건 당연한 거죠.

근데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정말 가계부채에 문제가 없습니까? 그럼 뒤집어서 한번 말씀을 드려볼까요? 소득 하위 20% 계층이 우리나라 전체 가계부채에서 가지고 있는 빚의 비중은 5%가 안 됩니다. 이분들이 평균적으로 가지고 계신 빚은 소득 상위 20% 계층이 가지고 있는 빚의 규모의 10분의 1도 안 됩니다. 적잖아요. 문제가 안 되나요? 이게 부담이 안 될까요? 소득이 적고 자산이 적기 때문에 더 적은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이분들한테는 굉장히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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