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지난달 24일 강원도 원산 명사십리 바닷가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2016년 무렵 공사를 시작한 뒤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자재수급 어려움 등으로 수차례 완공이 연기된 뒤 근 10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 지은 것입니다. 준공식에는 김정은과 딸 김주애뿐 아니라 부인 리설주가 18개월 만에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4일 열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준공식
김정은은 준공식에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 일어번질 행복의 파도가 조국의 금수강산 곡곡으로 뻗어갈 낙원의 내일을 부르며 세계적인 관광문화 휴양지로서의 매력적인 명함을 선양하리라는 확신을 표명"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어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밝힌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규모를 보면 호텔과 여관 등 숙박능력만 2만 명, 해수욕장과 각종 봉사시설들의 하루 수용능력은 4만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해외 관광객을 염두에 두고 어마어마한 관광단지를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북한에게 관광은 대북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어떤 대북제재도 관광객들이 북한에 가서 돈 쓰는 것을 막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전경
준공식 행사에는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도 초대됐습니다. 교통이 좋지 않은 북한에서 강원도 원산에서 열리는 행사에 해외사절까지 초청한 것은 이례적인데, 북한군 파병으로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로부터 관광객 유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관광객만으로 대규모 해양관광단지를 다 채울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북한은 일단 북한 주민들을 먼저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관광지구가 7월 1일 개장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손님들을 위한 봉사를 시작하게 된다"고 밝힌 것입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이달 1일부터 개장
북한이 예고한 대로 이달 1일부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가 개장했습니다.
김정은의 주요 관심사인 관광지구가 개장한 만큼, 북한 노동신문은 관련 소식을 자세하게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은 7월 2일자 2면에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서 봉사 시작'이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3일에는 1면에 '위대한 어머니당의 숙원에 떠받들려 인민은 새 문명, 새 복리를 향유해간다'라는 기사와 '인민의 웃음소리 끝없이 울려퍼지는 동해의 명사십리 –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또, 4일에도 역시 1면에 '조선중앙통신사 보도 – 사회주의 조선의 무진한 창조력과 과감한 실천력을 뚜렷이 확증한 동해명승의 천지개벽, 갈마반도의 명사십리에 세계굴지의 해안관광도시 인민의 문화휴양지가 훌륭히 일떠선데 대하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가 개장하기까지 김정은의 영도력과 건설 과정을 찬양했습니다. 노동신문은 10일에도 '황홀경의 명사십리, 행복의 인파십리 – 세상에 둘도 없는 동해명승에 인민의 웃음 파도친다'는 기사와 '황홀경의 명사십리, 행복의 인파십리 – 향유자들은 말한다'는 기사를 연이어 실었습니다.
노동신문은 2일 기사에서 "전국 각지의 수많은 근로자들이 세상에 없는 황홀한 관광명소에로의 여행을 열망하고 있는 가운데 운영 첫 날부터 수 많은 손님들이 이 곳에 여장을 풀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강원도와 함경남도의 근로자들은 물론 수도 평양과 조국의 북단에 위치한 함경북도, 양강도, 자강도에서, 나라의 서부지역 도, 시, 군들에서 온 수 많은 남녀노소가 새 문명 향유의 희열을 안고 관광지구에 들어섰다"고 전했습니다.
노동신문 첨부한 사진 보니
그런데,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이 기사와 함께 첨부한 사진들을 보면 관광객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북한 매체들이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여러 모습을 사진에 담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넓은 해변의 상당 부분은 비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 수용인원 4만여 명을 자랑하는 관광단지의 규모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관광객 뒤편 해변이 상당 부분 비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자유여행이 가능한 나라가 아닌 만큼 관광단지 개장에 맞춰 북한 전역에서 손님들을 보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많이 보이는 것은 국내 손님만으로는 넓은 해양관광단지를 다 채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기야 하루 수용능력 4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북한이 정책적으로 마련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지난달 26일, 러시아 관광객들이 지난 7일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첫 해외 관광객들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러시아 관광객들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채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전망입니다. 현재 러시아와 북한 간에는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을 연결하는 항공편이 운항중인데, 이 항공편의 규모로 볼 때 하루 최대 170명의 러시아 관광객이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통일부는 추정했습니다. 모스크바와 평양 간 항공편도 곧 운항될 것으로 보이는데, 주 2회 정도로 예상되는 이 항공편이 운항된다 해도 러시아 관광객이 크게 늘기는 힘듭니다. 러시아 이외의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대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찾을 것이라고 보기는 더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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