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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들어가면 '푹'"…20대 4명 순식간에 삼켰다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7.10 12:08|수정 : 2025.07.10 14:46


▲ 수난 사망사고 발생한 금산 금강 상류

"여기는 옛날부터 익수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위험한 곳이라 지역 주민들도 여기서는 물놀이 안 해요."

절벽을 깎아 만든 듯한 수려한 산세와 금강이 흐르는 충남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 기러기공원(원골유원지) 인근에는 곳곳에 '물놀이 금지 구역', '물놀이 사망사고 발생지역'임을 알리는 안내판과 현수막이 비치돼 있었습니다.

한쪽에는 커다란 빨간 글씨로 큼직하게 쓰인 '수영금지' 표지판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곳에서 금산 토박이 주 모(65) 씨는 "물가는 모래가 보일 정도로 얕지만, 조금만 가도 수심이 3m를 훌쩍 넘어서서 위험한 곳이라 물놀이를 금지하고 안전 부표도 설치해 놓은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은 예전부터 사망사고를 봐왔기 때문에 물에 안 들어가지만, 외지인들은 잘 모르고 수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이곳에서는 9일 오후 6시 19분쯤 대전에서 놀러 온 20대 4명이 물놀이를 하다 실종됐습니다.

수색한 지 3시간 30분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수난인명구조장비함도 곳곳에 보였지만, 순식간에 사고가 발생한 이번 수난사고에서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중학교 동창 사이인 5명이 함께 물놀이를 갔다가 A(22) 군이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친구들 4명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금산군은 이곳에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운영본부를 운영하며 안전요원을 매일 2~3명 배치하고 있었지만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당시 2명의 안전요원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이들이 순찰해야 하는 강 길이만 400m에 달합니다.

심지어 이들은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채 물에 들어갔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수영에 미숙한 상태로 구명조끼 없이 물놀이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강물이 겉보기와 다르게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급변하는 위험한 지역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금산에서만 50여 년을 거주한 정 모(60) 씨는 "강가는 물이 아주 얕고 모래들도 뽀얗게 보여서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고 들어가지만, 물살도 보기보다 거세고 수심이 중간에 갑자기 깊어지는 구간이 많다"라며 "수심이 6m가량으로 깊은 곳도 있어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탓에 특히 2012년, 2013년에 수난사고가 잇따라 발생했고, 충남도와 금산군은 이곳을 입수금지 지역으로 지정해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이곳을 흐르는 금강의 유속은 가까이서 보면 강물이 양쪽에서 휘돌며 흐를 정도로 꽤 거셌습니다.

물가는 어린아이들도 물놀이할 수 있을 만큼 얕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지만, 강 중간부터 짙은 빛을 띠는 물색은 그 부분의 수심이 깊다는 것을 가늠케 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곳의 강폭은 40∼50m이며, 수심이 제일 깊은 곳은 7∼8m에 달한다고 합니다.

금산군에서는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는 구간에는 사람들이 진입하지 못하게 강을 가로지르는 안전 부표를 설치해놨습니다.

물놀이가 허용된 부표 아래 구역 수심은 성인 기준 허리 아래까지 오는 정도로 비교적 수심이 얕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쪽에서는 다슬기를 잡거나 얕은 수심에서 물놀이하는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 편이라고 주민들은 전했습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 씨는 "어죽 거리도 있고 출렁다리 명소도 있어서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다슬기를 잡거나 낚시하러도 온다"며 "젊은 청년들이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어 지역주민으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유족들과 신고자, 안전요원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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