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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도 못 입고 대피"…긴박했던 아파트 화학물질 누출 현장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7.10 05:14|수정 : 2025.07.10 05:14


▲ 9일 인천 서구 대단지 아파트에서 수영장 청소에 쓰이는 염소계 화학물질이 누출돼 수영장 이용 주민을 비롯한 18명이 다쳤다. 출동한 소방관들이 염소계 화학물질이 누출된 수영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맡아본 적 없는 독한 냄새에 수영장과 사우나에서 제대로 옷도 입지 못한 채 황급히 대피했습니다."

어제(9일) 오후 3시 2분 발생한 차아염소산나트륨(염소계 표백제의 주성분) 누출 사고로 18명이 병원으로 이송된 인천시 서구 백석동 아파트의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이 아파트는 수영장, 사우나, 영화관, 3식 서비스 등을 갖춘 이른바 '리조트형 아파트'로 알려진 곳으로, 25개 동 4천800여 세대로 구성된 대단지입니다.

이날 사고는 아파트 지하 2층 수영장 기계실에서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누출되면서 수영장뿐 아니라 같은 층 사우나와 피트니스센터 등지에 있던 1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아파트 주민인 40대 여성 A 씨는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마친 뒤 사우나로 이동 중이었는데 수영장,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식당에서 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한 주민들이 갑자기 뛰쳐나오는 것을 보고 따라서 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일부 주민은 구토했고 눈물을 흘리는 분도 계셨다"며 "저도 눈과 얼굴이 따갑고 구토 증상 등이 있어 입원 수속을 밟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주민은 "사우나에 있다가 이상한 냄새를 맡고 대충 옷을 걸친 채 뛰쳐나왔다"며 "어떤 곳보다 안전해야 할 아파트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해 어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방 당국은 납품업체 관계자가 차아염소산나트륨 수용액을 수영장 기계실 내 보관 탱크에 주입하던 중 호스가 빠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염소계 화학물질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산화력과 살균력이 강해 주로 표백제나 소독제로 활용되며 밀폐공간에서 호흡기 자극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납품업체 직원 2명이 1t 트럭에 수영장 수질 관리용 차아염소산나트륨 수용액을 싣고 와 투입하다가 호스 이탈로 사고가 났다"며 "액체가 하수구로 유입되면서 수영장, 사우나, 헬스장 등지로 냄새가 퍼졌다"고 말했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입주민 안전을 고려해 기계실과 같은 층에 있는 수영장과 사우나 시설 이용을 긴급히 중단했습니다.

소방 당국은 아파트 단지에 임시의료소를 운영하면서 구연산·물 혼합액으로 중화 작업을 벌였습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구는 "염소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는 안전 안내 문자를 주민들에게 보냈다가 "염소가 아닌 수영장·수돗물 수처리제로 쓰는 차아염소산나트륨으로 확인됐다"고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은 "외부에 있다가 관리사무소로부터 아파트에 염소가 누출됐다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며 "다행히 누출된 액체는 염소가 아니라 '락스'의 주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으로 확인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과 아파트 관리 앱에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입주민들에게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병원 진료를 받으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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