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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에 쏟아지는 주문…휴식도 없는 '사투', 직접 해보니

권민규 기자

입력 : 2025.07.09 20:27|수정 : 2025.07.0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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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런 날, 뜨겁게 달아오른 거리를 계속 누벼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배달노동자, 또 택배기사들입니다. 정부가 안전을 위해서 휴식을 권고하는 시간대가 있기는 하지만, 생계를 위해서 제대로 쉴 수 없는 게 이들의 현실입니다.

권민규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현재 서울의 기온은 36도입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나는데 이 날씨에 배달을 하면 얼마나 더울지, 제가 직접 콜을 받아 움직여보겠습니다.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오전 11시가 되자, 배달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햄버거와 커피, 국밥 등 몇 건 배달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온몸이 땀으로 젖었습니다.

배달기사님들이 엘리베이터에서 항상 이렇게 기대시는 걸 봤는데, 왜 기대시는지 알 것 같습니다.

기대고 쉴 공간이 마땅치 않네요.

뜨거운 날씨 탓에 예상치 못한 사고도 생겼습니다.

더위와 습기에 감자튀김을 담은 종이봉투 바닥이 찢어진 겁니다.

훼손된 상태로 배달할 수 없어 제 돈으로 새로 사서 전달했습니다.

첫 배달 비용이 4천 원이었는데, 죄송한 마음에 감자튀김 2개를 다시 시켰는데 5천800원이 나왔습니다.

배달값보다 더 나온 거죠.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해야 되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할 것 같습니다.

땡볕에 계속 노출된 배달 가방 온도는 60도를 넘어섰습니다.

점심 시간 앞뒤로 3시간 동안 배달 4건을 진행했는데,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현기증이 났습니다.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매일 수백 개씩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기사들도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스팩 등으로 포장했는데도 냉동 식품이 녹는 경우가 많고, 음식이 상하기도 합니다.

[신태하/당일배송 택배기사 : 오후 시간 되면 스윽 녹아버려요 그냥. (골판지가?) 골판지가 밑으로 녹아버리니까. 다른 물품에 오염되기도 하고. (고객님들께) 죄송스럽기도 하고.]

늘 시간 압박에 시달리니 잠깐 쉬기도 어렵습니다.

[신태하/당일배송 택배기사 : (기사님 저희 몇 개 정도 남았죠?) 48개요. (48개요?)]

햇볕이 가장 뜨거운 정오부터 오후 3시 사이는 정부가 휴식을 권고한 시간대이지만, 배달노동자와 택배기사에게는 생계를 위해 놓칠 수 없는, 가장 바쁜 시간일 뿐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최혜란, 디자인 : 제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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