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생활·문화

렌즈에 담긴 나무의 향기…빛으로 그린 그림

이주상 기자

입력 : 2025.07.09 12:45|수정 : 2025.07.09 12:45

동영상

<앵커>

식물들은 자신만의 향기를 내뿜으며 주변과 소통을 합니다. 중견인 이정록 사진 작가는 이런 식물 특유의 향기를 빛으로 표현해서 카레라 렌즈에 담아냅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Private Light / 26일까지 / 갤러리 나우]

작은 웅덩이가 푸른 하늘을 가득 담았고 찬란한 빛으로 둘러싸였습니다.

주변은 낮은 키의 풀들이 초록과 보랏빛으로 퍼져 있습니다.

전남 순천의 주암호에 물이 빠지면 그 짧은 틈을 타고 식물들이 생명의 에너지를 분출합니다.

작업실 부근 숲길을 오가며 자연을 관찰하던 작가는 나무들이 자기만의 향기를 내뿜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주변의 식물이나 곤충들과 소통하는 자연의 언어인 겁니다.

그 향기를 카메라 렌즈에 담았습니다.

나주호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나무는 수위가 올라가면 물속으로 잠기게 될 것을 아는지 핑크빛으로 자신의 절정을 맞고 있습니다.

[이정록/작가 : 식물들이 내뿜는 그런 존재의 향기들 이런 것들을 제가 시각화하려고 시도한 작품들입니다.] 

식물들이 내뿜는 향기가 화려한 것만은 아닙니다.

가시덤불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한 채 숨이 막혀가는 매화나무는 잿빛으로 구조신호를 보내기도 합니다.

[이정록/작가 : 주변에 있는 흔한 나무나 풍경들, 그리고 물질성이 갖고 있는 그런 현상 너머에 있는 그 조금 더 근원적이고 비가시적인 그런 느낌들, 그런 것들을 저의 형식으로 좀 표현하고자 하는 게 저의 작업의 목적입니다.]

자연의 향기에 취한 작가는 해 질 녁부터 밤까지 긴 시간을 장노출로 촬영해 그 향기를 카메라 렌즈에 담아냈습니다.

색채조명의 옷을 입은 식물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빛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VJ : 오세관)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