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직장갑질119에는 거의 매일 '가짜 프리랜서 계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의 상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가짜 프리랜서는 계약의 형식은 프리랜서지만 실제 근무 형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 경우를 말한다. 사용자들이 법을 잘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용해 일은 '근로자'처럼 시키면서도 노동관계법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프리랜서 계약을 강요하면서 이 가짜 프리랜서 문제는 주요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상담을 신청하는 이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유튜브 작가, 애견미용사, 필라테스 강사는 물론이고 카페 알바나 방송 출판업 종사자, IT, 사회복지 등 그야말로 프리랜서 계약을 하지 않는 분야가 없다. 이들의 공통 질문은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일하는데 자신이 정말 프리랜서냐'는 것이다.
이런 질문이 너무나 많이 들어와서 직장갑질119에서는 최근 프리랜서 감별사 온라인 체크리스트(
https://gabjil119-77677.waveon.me)까지 제작했다. 오픈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수백 명이 이 테스트를 통해 자신이 가짜 프리랜서인지 여부를 확인했다.
2006년 학원 강사 대법원 판결(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은 근로자 판단 징표를 제시한 중요한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 여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여부 △노무제공자가 독립하여 자신의 재산으로 사업을 영위하는지 여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여부를 근로자 판단 징표로 보았으며, 그 외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부차적 판단 징표로 보았다. 해당 판결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계약의 실질적 내용에 따라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러나 19년 전 대법원 판결을 통해 근로자 판단 징표가 제시되었음에도 현실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계약의 실질적 내용에 따라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판결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하는 것은 ABC 테스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2018년 물류배송업체 다이나맥스 소속 배송기사들이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하며 ABC 검증요건을 제시했는데, 사용자가 A, B, C 각 요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어느 하나라도 입증하지 못할 경우 근로자로 추정하도록 하고 있다.
(A) 노무제공자는 업무수행과 관련해, 계약상·실제로 사용자의 통제와 지시를 받지 않는다.
(B) 노무제공자는 사용자의 통상적인 사업범위 외 업무를 수행한다.
(C) 노무제공자는 관례적으로 기업과 독립적으로 설립된 직종, 직업 또는 사업에 종사한다.
이 다이나맥스 판결에서 제시한 ABC 검증요건은 2020년 1월 자로 시행된 AB-5법을 통해 성문화, 법제화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일부 서비스직군의 경우 검증 결과와 무관하게 독립사업자로 분류하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근로자성 입증 난이도 측면에서 한국의 상황보다는 진일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노동자들이 자신이 가짜 프리랜서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면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다수 비임금 노동 계약이 사용자 편의를 위해 위장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자 당사자가 자신이 근로자임을 입증하는 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