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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후불안' 시대…무기력·상실감으로 출산 등 영향"

한승희 기자

입력 : 2025.07.08 17:40|수정 : 2025.07.08 17:40


기후 변화에 따른 불안이 인간관계와 출산 등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막기 위한 심리지원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질병관리청과 대한예방의학회가 서울스퀘어에서 연 '기후보건포럼'에서 '기후변화와 정신건강'을 주제로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심 센터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산불 등은 트라우마성 사건이 돼 우울, 불안, 수면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등의 발생률을 높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가 2019년 강원 산불 당시 정신 건강 상태를 분석한 결과, 산불 경험자의 65%가 불면을, 58%가 불안 증상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불 경험자의 4분의 1가량은 정신적 고통이 중등도 이상이었고, 13%는 정신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심 센터장은 "최근 들어 주목해야 할 문제는 기후 불안(climate anxiety)"이라며 "기후 불안은 주로 청소년, 청년세대에서 나타나고, 무기력감이나 상실감 분노로 이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한 정서 반응을 넘어 교육, 진로, 인간관계, 출산 계획 등 삶의 다양한 결정에 영향을 준다"며 "기후 불안은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와 여러 연구기관에서 미래형 정신건강 이슈로 다루고 있는 만큼 국내 실태 조사와 세대별 특화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기후보건 영향평가 발전방향 (사진=질병관리청 제공, 연합뉴스)

또 "이제는 기후보건영향평가에 정신건강 지표와 미래 예측 분석이 명시적으로 포함돼야 한다"면서 "기후재난 심리지원 체계 정립과 지역 기반 정신건강 서비스 확충, 기후재난 후 심리 영향에 대한 표준화된 평가 도구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후보건영향평가는 기후 변화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자 질병청이 5년마다 수행합니다.

질병청은 내년에 하는 제2차 평가를 위해 평가 영역·지표를 확대하고, 평가를 세분화하는 등 추진 전략을 마련 중입니다.

질병청은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제2차 평가 추진 전략에 반영할 계획입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기후 변화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평가는 과학적 근거 기반의 기후 보건 정책 수립에 필수 요소"라며 "각 분야 전문가와 깊이 있게 논의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기후 보건 정책과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질병관리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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