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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듯한 아스팔트 위…폭염과 싸우는 교통경찰들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7.08 12:08|수정 : 2025.07.08 12:08


▲ 뙤약볕 속 출근길 교통 관리 중인 교통경찰

오늘(8일) 오전 8시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역 오거리는 간밤 식지 않은 열기에 아침 햇볕이 더해지며 아스팔트는 말 그대로 끓는 듯했습니다.

그늘 하나 없는 도로 위에서 동대문경찰서 소속 심 모(30) 경장의 호루라기 소리는 멈출 새가 없었습니다.

출근길 끼어들기, 꼬리물기 등 얌체 운전 단속 등이 그의 임무입니다.

경찰의 혹서기 근무 지침은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으면 현장 근무를 자제하게 하고, 35도를 넘으면 금지합니다.

그러나 교통사고 등 긴급한 상황에서는 이 지침을 지키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오늘 동대문구의 체감온도는 오전 8시 31.2도에서 9시 32.4도로 1시간 만에 1도 넘게 올랐습니다.

교통경찰들은 모자와 조끼, 흰색 장갑, 마스크까지 착용해 더위가 더욱 힘겹습니다.

하루에도 한두 번씩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지만, 그것도 잠시입니다.

심 경장은 "폭염과 한파 중에 고르라면 폭염이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교통경찰과 함께 교통 관리를 하던 모범운전자 이 모(67) 씨는 "우리야 잠깐 있다가 들어가지만, 경찰은 하루 종일 더위하고 싸운다"며 눈에 흘러드는 땀을 손으로 훔쳤습니다.

더운 날에는 단속 과정에서 시민과의 실랑이도 쉽지 않습니다.

시민의식이 높아져 폭언은 줄었지만, 폭염으로 인한 높은 불쾌지수 속에서 '딱지'를 떼다 보면 시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오늘 떡전교사거리에서 교통 단속을 하던 박 모(32) 경장은 끼어들기로 적발된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약 5분간 법규 위반 사항을 설명했지만, 운전자는 "이 정도는 봐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습니다.

박 경장은 "주로 오토바이가 단속되는 경우가 많은데 노면이 덥다 보니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고 시비가 될 때도 있다"고 어려움을 전했습니다.

박 경장이 받은 아이스팩은 10분 만에 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30분이면 완전히 녹는다고 했습니다.

더위로 쉽게 지치지만, 교통경찰에게는 시민의 도로 위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박 경장은 "끼어드는 차들을 단속하고 난 뒤 가끔 뒤에 있던 차량이 창문을 내리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줄 때가 있는데 그때 힘이 난다"고, 심 경장은 "고생한다는 시민들의 말씀 한마디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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