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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어닝 쇼크 남 일 아냐…차·철강·정유도 2분기 부진 전망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7.08 10:54|수정 : 2025.07.08 10:54


국내 상장사 실적 '만년 1위'였던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실적충격)를 기록한 가운데 자동차, 철강, 정유 분야 주요 기업들도 같은 분기 다소 부진한 실적을 올릴 전망입니다.

경기 침체, 미국 관세 등 산재한 악재가 실적 악화로 이어졌는데 관세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히는 올해 하반기에 반등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오늘(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조 6천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5.94%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는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6조 69억 원을 23.4% 하회하는 어닝쇼크로,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실적에 재고자산 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미리 손실로 인식해 처리하는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이 반영된 것이 영업이익을 크게 끌어내렸습니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더불어 국내 산업계를 떠받들고 있는 자동차, 철강, 배터리, 정유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입니다.

연합뉴스가 연합인포맥스 시스템을 이용해 증권업계의 최근 한 달 치 전망을 분석한 결과 현대차의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46조 3천22억 원, 3조 7천132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작년 동기 실적(매출 45조 206억 원·영업이익 4조 2천791억 원)보다 매출은 2.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3.2% 감소한 수치입니다.

같은 그룹사인 기아의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28조 7천578억 원, 3조 462억 원이었습니다.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기아가 작년 2분기 매출 27조 5천679억 원, 영업이익 3조 6천437억 원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2분기 전망치는 매출은 4.3% 늘고, 영업이익은 16.4% 줄었습니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현대차그룹의 최대 실적 행진은 멈추게 됩니다.

매출은 늘고,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실적 흐름에서 나타나듯이 현대차·기아의 실적 악화에는 지난 4월부터 부과된 미국 품목별 관세가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현대차·기아가 관세에 따른 비용 증가에도 미국 내 가격은 동결하면서 판매량은 선구매 수요 등에 따라 소폭 늘었지만 이익은 비용 반영으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2분기 글로벌 판매에서 미국 비중(도매 기준)은 현대차 24%, 기아 27% 정도입니다.

다만 올해 하반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가동률 개선, 원가 절감, 가격 인상 효과 등으로 실적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업황 악화에 더해 미국의 50% 품목별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철강업계도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은 매우 어둡습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6천545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현대제철의 2분기 영업이익도 906억 원에 그쳐 작년 동기 대비 7.5%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세계적 업황 악화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50% 철강 관세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한 국내 철강 업계는 고육지책으로 최근 무기한 휴업 등으로 적극적인 감산에 들어가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배터리와 정유업계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3사인 삼성SDI와 SK온의 경우 2분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2분기 2천80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삼성SDI는 올해 2분기 2천24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SK온 또한 1천억 원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다만 배터리 산업에서는 업계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천92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5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북미 공장 가동률 확대와 유럽 정책 지원 등에 힘입어 배터리 3사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나옵니다.

정유업계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입니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 마진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가 하락이 이 효과를 상쇄하며 실적의 발목을 잡아서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석유 사업 영업이익은 3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94% 감소했습니다.

시장에서는 2분기에도 이와 유사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에쓰오일(S-OIL)의 2분기 영업손실은 2천458억 원으로 1분기(영업손실 215억 원)보다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또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건설업계는 실적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는 모습입니다.

현대건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작년 동기(1천473억 원)보다 60% 이상 증가한 2천363억 원입니다.

DL이앤씨는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1천73억 원으로 작년 동기(326억 원) 대비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며, HDC현대산업개발도 작년동기(538억 원)보다 40.3% 증가한 755억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삼성E&A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작년 동기 대비 38.6% 감소한 1천613억 원 수준이며 대우건설도 영업이익이 7.95%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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