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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으로 쓴 부처 가르침·10명의 저승 왕 그림, 일본서 돌아왔다

이주상 기자

입력 : 2025.07.08 09:38|수정 : 2025.07.08 09:38


▲ 경문 첫부분

부처의 가르침을 정성껏 옮겨 쓴 고려시대 불교 경전과, 조선 전기에 그려진 귀한 불화가 일본에서 돌아왔습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최근 일본에서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와 '시왕도' 등 2건을 환수해 국내로 들여왔다고 밝혔습니다.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는 짙은 청색의 종이에 금가루를 아교풀에 개어 만든 안료로 필사한 고려시대 사경입니다.

사경은 불교 경전을 옮겨 적은 경전을 뜻합니다.

불교 교리를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했는데, 인쇄술이 점차 발달한 뒤에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공덕을 쌓는 방편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번에 돌아온 사경은 화엄종의 근본 경전인 대방광불화엄경을 쓴 것입니다.

부처와 중생이 하나라는 사상을 바탕으로, 도솔천 궁을 올라가는 과정을 전합니다.

중국 당나라 때 승려인 실차난타가 한문으로 옮긴 80권 본 중 22권에 해당합니다.

가로로 쭉 펼쳤을 때 10.9m에 달해 불교 예술로서 가치가 큽니다.

표지에는 금·은빛으로 그린 연꽃 5송이가 있고, 넝쿨무늬가 연꽃을 감싼 형태입니다.

국가유산청은 "정교하면서도 능숙한 선을 볼 때 전문 사경승의 수준 높은 솜씨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왕도' 전체 10폭
대방광불화엄경 사경은 현재 2건이 국보, 10건이 보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함께 고국 땅으로 돌아온 시왕도는 조선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로 66㎝, 세로 147㎝ 크기의 비단 위로 저승에서 망자가 생전에 지은 죄를 심판하는 10명의 심판관, 시왕을 그렸습니다.

10명의 '심판관' 모습이 모두 담긴 완질입니다.

총 10명의 시왕이 모두 담긴 완질은 일본의 한 사찰이 소장한 것과 이 작품 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왕도' 속 다양한 문양. 왼쪽부터 운문, 소국화문, 당초문
두 유물은 일본 내 한국 문화유산을 꾸준히 찾는 과정에서 존재가 확인됐습니다.

고려 사경의 경우, 지난해 10월 고미술을 거래하는 일본인 소장자가 재단에 먼저 연락을 해왔고 이후 조사와 협상을 거쳐 올해 4월 국내로 들여왔습니다.

소장자는 2023년 일본의 한 경매에서 유물을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선 전기 시왕도는 2023년 8월 일본 경매에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해 낙찰에 성공한 경우입니다.

소장자는 약 20년 전 재일교포였던 부모님으로부터 한국 유물을 다수 상속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복권기금을 활용해 유물을 환수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고려와 조선 전기 뛰어난 불교미술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많은 국민이 보실 수 있도록 해 그 가치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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