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계속되는 유로화 강세가 물가에 미치는 하방 압력을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루이스 데긴도스 ECB 부총재는 전날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정책포럼에서 약간의 유로화 강세는 무시할 수 있다면서도 "1.20달러를 넘어서면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르틴슈 카작스 리투아니아 중앙은행 총재는 "올해 환율이 크게 움직였고 이는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유로화 가치가 더 뛴다면 물가와 수출에 압력으로 작용해 추가 금리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수입품 가격이 낮아져 국내 물가가 하락하고 반대로 수출에는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2일 외환시장에서 1유로는 1.176달러 안팎에서 거래됐습니다.
최근 유로화 가치는 2021년 9월 이후 거의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달러 대비 유로화는 올해 들어서만 약 14% 뛰었습니다.
유로화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하면서 종전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3월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자 미국 자산 매도세의 반사이익으로 오름폭을 키웠습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목표치인 2.0% 안팎으로 안정됐습니다.
ECB 당국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몇 년간 이어진 인플레이션과 싸움에서 사실상 승리했다고 잇따라 선언했습니다.
ECB는 시장에서 '셀 아메리카' 움직임이 나타나자 유로화 지위를 높일 기회라며 반겼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로화 강세가 물가를 더 낮출 경우 소비·투자 심리 악화로 경기가 다시 둔화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ECB는 이미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유로화 강세가 물가 목표치 2%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도 물가가 목표치를 장기간 밑돌거나 낮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유로화 가치가 역사적 평균치 1.1829달러보다 낮은 점을 들어 "환율 여파가 일부 있지만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요인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