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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등록 외국인 수사 중 강제출국…경찰에 통보도 안 한 법무부

김태원 기자

입력 : 2025.07.01 17:34|수정 : 2025.07.01 17:34

법무부 '강제퇴거 무방 확인했다'지만…경찰에 통보는 없었다


지난 4월, 경기 용인에서 몽골인 A 씨가 음주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A 씨는 지인에게 '본인이 운전했다'고 해달라며 허위 자백을 부탁하기도 했는데, 경찰의 추적 끝에 범행 나흘 뒤 결국 검거됐습니다.

A 씨가 사고를 낸 뒤 도주하고, 지인에게 허위 자백까지 부탁한 이유, 알고 보니 따로 있었습니다. A 씨가 합법 체류 기간을 1년 이상 넘긴 미등록 체류자 신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A 씨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A 씨를 법무부 산하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인계했습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상 경찰은 미등록 외국인의 신병을 확보하면 즉시 지방출입국에 인계해야 합니다.

법무부 화성외국인보호소  
<출입국관리법>
제101조(고발) ① 출입국사범에 관한 사건은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의 고발이 없으면 공소(公訴)를 제기할 수 없다. <개정 2014. 3. 18.>
② 출입국관리공무원 외의 수사기관이 제1항에 해당하는 사건을 입건(立件)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관할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에게 인계하여야 한다. <개정 2014. 3. 18.>
[전문개정 2010. 5. 14.]

A 씨가 외국인보호소에 넘겨진 뒤 경찰은 남은 수사를 진행하고 피해자들은 A 씨의 변호인을 통해 합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A 씨가 외국인 보호소에 인계된 뒤 열흘도 되지 않아 몽골로 강제출국 됐습니다. 경찰도, 교통사고 피해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A 씨가 한국을 떠난 겁니다.

A 씨는 강제퇴거 대상자로 언제든 퇴거 집행이 가능한 것은 맞지만,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갑작스러운 강제출국을 경찰도 피해자들도 납득하긴 어려웠습니다. A 씨를 남겨둘 근거는 없었던 걸까요? 출입국관리법을 살펴봤습니다.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외국인에 대해서는 강제퇴거 조치를 유예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46조의2(강제퇴거집행 등에 대한 특칙)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제25조의2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외국인이 같은 항에 따른 법원의 재판,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일 때에는 제62조에 따른 강제퇴거명령서의 집행을 유예하거나 제65조에 따라 보증금을 예치시키고 주거의 제한, 정기 보고, 신원보증인의 지정 등이나 그 밖에 필요한 조건을 붙여 보호를 일시해제할 수 있다. <개정 2025. 3. 18.>
[본조신설 2022. 12. 13.]

취재진은 A 씨가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강제퇴거가 진행된 사실에 대해 법무부에 문의했습니다. 법무부의 답변은 아래와 같습니다. A 씨의 이름만 가명 처리하고 질문과 답변을 원문 그대로 보여드립니다.
 

<법무부의 답변>

1. A 씨의 강제퇴거 결정이 내려진 이유는 무엇인지?

○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특정 외국인에 대한 보호사유 및 강제퇴거 집행 등에 관한 사실은 확인해드릴 수 없음을 알려드리니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 시기상 신병인계 후 곧바로 강제퇴거 처분을 받고, 10일도 되지 않아 출국이 됐는데 평균적인 집행 소요 기간에 해당하는지?

○ 2024년 기준 보호된 외국인의 평균 보호기간은 11일로서, 보호된 외국인은 여권 등 본국 출국 준비가 완료되는 즉시 신속히 송환되고 있습니다.

3. 강제퇴거 대상자이더라도 수사가 진행 중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았는지?
4. 외국인보호소나 출입국 외국인청 단위에서 수사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것은 맞는지?
5. 일반적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기소 전이나 또는 재판을 받는 것 포함) 불법 체류자는 바로 출국 처리를 하는지?
6. 수사 중인 외국인을 출국시키면서 수사기관에 통보하지 않았는지?
7. 해당 외국인이 출국하면서 마땅한 기소와 형 집행, 피해자 회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데 이에 대한 입장 요청?


○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보호"는 출입국관리공무원이 강제퇴거 대상에 해당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본국으로 출국시키기 위하여 보호시설 등 법무부장관이 지정하는 장소에 인치(引致)하고 수용하는 집행활동을 말합니다.
○ 이러한 "보호"는 법에서 정한 목적과 범위 내에서 집행하고 있으며 강제퇴거명령의 집행 확보 외에 수사 등 다른 목적으로는 보호를 할 수 없습니다.
○ 다만, 강제퇴거대상자가 수사를 받는 등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 관련 구금 절차로 전환하는 등 수사기관과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개인정보를 이유로 A 씨의 사례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피했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4번 질문으로 법무부가 A 씨가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였는데 이에 대한 답은 없었습니다. 3~7번까지 질문에 대한 개별 답변은 없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습니다.

답변에 '강제퇴거대상자가 수사를 받는 등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 관련 구금 절차로 전환하는 등 수사기관과 협의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어, A 씨의 수사를 담당한 경찰에 문의했지만 신병을 인계한 후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A 씨의 출국 사실 통보도, 구금 절차에 대한 협의 시도도 없었습니다.

A 씨는 뒤늦게 검찰에 송치됐지만, 검찰은 형 집행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고, 피해자들은 합의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A 씨의 강제출국에 대한 보도가 나간 다음 날, 법무부는 해당 보도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반박 자료를 냈습니다.
법무부 보도자료법무부 보도자료보도자료엔 '강제퇴거 대상자가 수사를 받는 등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 관련 구금 절차로 전환하는 등 수사기관과 협의를 하고 있으며, 이번 경우에도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사건이 종결되어 강제퇴거되어도 무방하다는 내용을 확인 후에 강제퇴거 집행을 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분명 신병을 인계한 후 A 씨의 신병 처리와 관련해 어떠한 공문도,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확인해 줬습니다. 법무부 측은 수사기관과 협의를 하고,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강제퇴거해도 무방하다고 확인을 했다고 하는데, 왜 두 기관의 설명이 다른 걸까요?

두 기관의 설명이 다른 이유는 경찰과 법무부가 사용하는 신병인계·인수증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불법 체류자 신분 외국인의 신병을 인계할 때 사용되는 문서의 양식입니다.
신병인계·인수증서류를 살펴보면 "상기인들을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신병인계함에 있어 형사사건과 무관하고 사건이 종결 처리되어 강제퇴거 조치되어도 이의를 제기치 않을 것을 확인합니다"라고 적혀 있고 이에 담당자가 서명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경찰은 A 씨를 인계할 때 이 서류에 서명을 한 뒤 넘겼고, 법무부는 이를 토대로 A 씨가 강제퇴거 조치되어도 무방하다고 확인을 받았다고 하는 것입니다.
 

누구의 잘못인가?

신병을 인계하는 경찰이 이 문구에 서명을 했기 때문에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법무부가 이 문서만을 근거로 '수사기관과 협의를 하고 강제퇴거해도 무방하다고 확인했다'고 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저희가 입수한 A 씨의 퇴거 결정 통고서입니다.
출입국사범 심사결정 통고서A 씨가 화성외국인보호소로 넘겨진 바로 다음 날인 4월 11일 작성된 문서입니다. A 씨가 뺑소니 사고를 내고 경찰에 적발돼 신원 조회 중 불법 체류 사실이 확인됐다고 적혀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강제퇴거 대상자라고 하더라도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면 강제퇴거 조치를 유예할 수 있습니다.

법무부는 필요할 경우 수사기관과 구금 절차를 논의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신병 인수 후 수사기관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해당 외국인을 강제퇴거 조치했습니다. A 씨가 뺑소니 사고 피의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서류로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인수증에 적힌 약관을 근거로 '강제퇴거 조치되어도 무방하다고 확인했다'고 하는 설명은 충분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A 씨는 국내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고 몽골로 돌아갔고,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됐습니다. A 씨가 가입한 책임보험의 대인 보장 한도가 120만 원밖에 되지 않아, 각각 전치 2주와 4주의 부상을 입은 피해자들은 병원에서 간단한 검사만 받은 뒤 퇴원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입국관리법상 수사기관은 불법 체류자를 검거하면 즉시 외국인청에 넘겨야 하는데, 이때 법무부와 주고받는 서류에 '사건이 종결되었음을 확인하다'는 약관이 들어있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경찰과 법무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인계증에 서명을 하고 넘긴 후에는 피의자의 상황에 대해서 알 수가 없고, 법무부는 신병을 인수받은 후에는 범죄 피의자라는 사실보다는 불법 체류자의 신분으로만 고려해 강제출국 조치에만 신경 썼습니다. (물론 강제퇴거 심사결정 통고서엔 범죄 사실이 적혀 있습니다.)

해당 보도 이후 경찰은 법무부와 만나 불법 체류자 신병 인계 제도와 관련한 협의를 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양 기관은 신병인계·인수증에 적힌 문구가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하고, 현장에서 실무를 처리하는 직원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으론 경찰과 법무부가 원활한 협의를 통해 더 이상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힘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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