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지방법원
술에 취해 바지에 실례까지 하고 쓰러져 있던 남편을 별다른 조치 없이 집에 두고 나왔다가 남편이 사망하자 유기죄로 기소된 아내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의정부지법 제11부(오창섭 부장판사)는 유기죄로 기소된 피고인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오늘(28일) 밝혔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23년 5월 20일 오전 10시쯤 A 씨는 경기지역에 있는 자기 집에 귀가했다가 현관 바닥에 술에 취해 쓰러진 남편 B 씨를 발견했습니다.
B 씨는 의식을 차리지 못한 상태로, 속옷과 다리 등에 대변이 묻은 상태였습니다.
A 씨는 별다른 조치 없이 B 씨 사진만 몇 장 찍은 후 외출했습니다.
딸과 식사를 하고 오후 3시쯤 집에 돌아와서 보니 B 씨는 그대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A 씨는 119에 신고했지만 B 씨는 결국 숨졌습니다.
A 씨에 대해 검찰은 남편 B 씨가 의식이 있는지 흔들어 깨우는 등 확인해야 할 법률상 구호 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유기죄로 기소했습니다.
A 씨가 경찰에 "쓰러진 남편을 발견해 바로 119에 신고했다"며 최초에 남편을 발견한 시점에 대해 거짓 진술을 한 점이 특히 수사 기관의 의심을 샀습니다.
이 재판은 피고인의 요청으로 국민 참여 재판으로 진행됐습니다.
변호인 측은 A 씨가 B 씨의 죽음을 예상할 수 없었고, 위급한 상황을 인지하고도 고의로 유기할만한 동기가 없었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가족들의 진술에 따르면 B 씨는 평소 술을 많이 마시며 만취 상태로 아무 곳에서나 잠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A 씨는 B 씨를 목격한 직후 딸에게 전화해 "아버지가 하다 하다 술 먹고 바지에 대변까지 봤다"며 한탄했고, 외출 후 집에 돌아가기 전에는 "대변은 다 치워놨으려나"하고 말하는 등 남편의 사망은 전혀 예상 못 한 모습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평소 피해자에게 화나 있었던 부분까지 가감 없이 진술하고 있고, 이들의 관계, 피해자의 평소 음주 습벽, 당시 현장 사진 등을 봤을 때 유기의 고의가 없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