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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주담대 한도 6억' 카드…불타는 서울 집값에 극약처방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6.27 13:06|수정 : 2025.06.27 13:07


정부가 오늘(27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은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 원으로 설정해 과도한 대출을 막고, 실수요가 아닌 경우 대출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정부가 오늘 '초강수' 대출 규제책을 내놓은 것은 서울 강남 아파트값 급등세가 최근 비강남권까지 확산하며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과열된 시장이 전례 없는 강력한 규제로 당분간 진정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당장은 현금이 없는 젊은층의 집 장만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습니다.

금융위 가계부채 관리 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금융권 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것입니다.

이는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일부 지역에서 수십억 원대 고가 아파트를 사기 위해 거액 대출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입니다.

전문직 등 고소득자가 10억∼20억 원을 빌려서 강남 아파트를 사며 집값을 밀어 올리는 사례 등을 제한하겠다는 것입니다.

6억 원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12억∼13억 원대)의 절반 수준입니다.

정부는 6억 원으로 설정한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는 않았습니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서울·수도권 주택가격 수준, 주택구입 시 금융권 대출 이용하는 정도, 차주 소득 대비 부채가 어느 정도 규모 적절한가 등을 고려해봤을 때 6억 원 정도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억 원 제한은 고가주택을 대상으로 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최근 서울 강남권과 한강벨트 등에 10억 원씩 대출 받아 들어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 대출을 막으면 수요를 확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진입 문턱을 높임으로써 시장 과열을 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출 한도를 줄이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시기와 맞물리면서 수요 억제 정책 파급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의 소득·집값과 상관없이 대출 한도 자체를 제한한 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규제입니다.

정부가 서울 집값 급등세와 '패닉 바잉' 조짐에 극약 처방을 내놓은 것입니다.

전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0.43% 올라 6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이번주 성동구의 아파트값은 0.99%, 마포구는 0.98% 올라 2013년 1월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 공표를 시작한 후 역대 최대의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가계대출 증가 규모 역시 4월 5조3천억 원, 5월 6조 원으로 확대됐고, 6월에도 증가 추세가 지속됐습니다.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와 갭투자 수요를 제한해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 구매에는 금융권 대출을 사실상 막는 데도 초점을 맞췄습니다.

다주택자는 대출을 활용한 주택 추가 구입이 금지(주택담보대출비율(LTV) 0%)되고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도 받을 수 없습니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할 땐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생깁니다.

다른 지역 거주자 등이 은행 대출을 받아 수도권 주택을 사두는 형태의 '갭투자'가 사실상 막히는 것입니다.

1주택자가 집을 옮기기 위해 대출을 받아 다른 집을 살 경우 기존 집 처분 기한이 2년에서 6개월로 강화됩니다.

갭투자에 쓰이기 쉬운 조건부 전세대출도 금지합니다.

정부는 이번 대출 규제들은 수도권·규제지역에 한해 시행함으로써 침체를 겪는 지방 부동산 시장과 차별 대응 원칙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번 6억 원 주담대 한도는 문재인 정권 때인 2019년 말 투기과열지구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출을 금지한 조치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당시 15억 원 초과 아파트 구입 시 아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돼서 재산권 침해 등으로 헌법 소원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이번엔 6억 원으로 대출 한도를 열어놔서 당시보다 유연한 규제라는 입장입니다.

신 국장은 "15억 이상 고가주택에 대출을 1원도 못하게 한 조치는 지나치게 획일적이었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금융당국이 그동안 금과옥조처럼 강조해오던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린다'는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부는 LTV, DTI(총부채상환비율), DSR 등의 제도를 통해 소득과 상환능력에 기초한 대출규제를 운영해왔습니다.

금융권은 현재 개인별 DSR을 40%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신 국장은 "6억 원을 30년 만기대출 받았을 때 원리금을 한 달 평균 300만 원 내야 한다"며 "소득으로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빚을 지게 하자는 기본 틀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선 집값이 이미 크게 오른 상황에 주담대 한도를 설정하면서 이제 가정을 꾸리고 살 집을 마련하기 시작하는 2030세대가 부동산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금 부자만 집을 살 수 있냐는 비난을 벗어날 수 없다"면서도 "정책 방향성이 있어서 어쩔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초강력 조치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으면 금융당국은 추가 조치를 즉각 시행한다는 방침입니다.

규제지역에 LTV를 더 강화하고, 전세대출이나 정책대출에도 DSR 적용을 확대하는 안이 거론됩니다.

그간 전세자금이나 정책모기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DSR 적용이 안됐는데, 이 때문에 전셋값 상승, 갭투자 증가, 집값 상승의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돼왔습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자본 규제 방안도 검토됩니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내줄수록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SCCyB), 부문별 시스템리스크 완충자본(sSyRB) 등 더 많은 자본을 쌓게 하는 것으로, 은행의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지면 대출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함영진 랩장은 "이번 규제는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극약처방"이라며 "이래도 안 잡히면 중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공급, 임대차 공급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택공급 대책 및 규제지역 추가 지정도 뒤따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우수 입지에 충분한 규모의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는 확신을 통해 수급 불안심리가 해소될 수 있도록 주택공급 활성화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며 "규제지역 추가 지정 등 시장 안정 조치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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