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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승리가 불러온 미래…장강명 "인간만 하는 건 좋은 상상"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6.26 09:16|수정 : 2025.06.26 09:16


▲ 소설가 장강명

2016년 3월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계 최고의 프로바둑기사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했습니다.

이전까지 바둑은 판 위에 둘 수 있는 수가 무궁무진할 정도로 많은 데다 심오한 예술적 고민이 담겨 감히 기계가 인간에 범접할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 기존의 인식을 깨는 사건이 벌어지자 바둑계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 일 이후 바둑기사들은 AI를 이용해 바둑의 수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AI를 외면한 기사들은 차츰 도태됐습니다.

일련의 일들을 지켜본 소설가 장강명은 같은 일이 바둑뿐 아니라 문학에도 똑같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 예감했습니다.

인문학이며 철학이고 예술이라고 평가받던, 인간에게 특화된 영역이라 믿었던 바둑에서 기계가 사람을 뛰어넘었으니 문학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나는 바둑계에 미래가 먼저 왔다고 생각한다. 2016년부터 몇 년간 바둑계에서 벌어진 일들이 앞으로 여러 업계에서 벌어질 것이다. 사람들이 거기에 어떤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수십 년의 시간을 들여 헌신한 일을 더 잘 해내는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 갑자기 등장하는 것."(본문에서)

'먼저 온 미래' 표지 이미지 (사진=동아시아 제공, 연합뉴스)
'먼저 온 미래'는 장강명이 알파고 사건을 조명한 르포르타주입니다.

소설가가 되기 전 일간지 기자였던 작가는 전현직 프로바둑기사 29명과 바둑 전문가 6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알파고 출현이 바둑계에 불러온 변화를 설명합니다.

작가에 따르면 인터뷰에 응한 바둑 기사 가운데 "인공지능이 바둑은 잘 두지만, 소설은 잘 쓰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하호정 4단은 "솔직히 제 생각에는 인공지능이 소설도 되게 창의적으로 쓸 것"이라며 "우리가 인공지능을 제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는데 이제는 제일 인정하는 사람들이 되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작가는 이 같은 인터뷰 내용과 알파고 사건 후 바둑계의 모습을 토대로 AI가 계속 발전을 거듭하는 한 빼어난 문학 작품, 창의적인 소설을 쓸 날이 올 거라고 전망합니다.

또 사람들은 AI가 인류 문명을 파괴하거나 일자리를 빼앗을 것만 걱정하지만, 그보다 인간적인 가치를 빼앗기는 것을 우려하면서 "터미네이터가 등장하지 않아도, 내가 해고되지 않아도 나의 깊은 부분이 인공지능의 발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다만 작가가 오직 비관론만을 책에 담은 것은 아닙니다.

그는 마지막 장인 '인공지능이 아직 하지 못하는 일'에서 "기술에 대한 가치의 통제를 주장한다"고 말합니다.

기술 발전을 인간이 통제해야 하고, 통제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인문학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내 생각에는 인공지능이 아직 할 수 없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다. 좋은 상상을 하는 것, 우리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 그렇게 미래를 바꾸는 것이다."(본문에서)

(사진=동아시아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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