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포르도 핵 시설을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전격 공습하면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 역량에 실제 어느 정도의 피해를 줬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공습 직후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밝혔지만, 이란은 핵시설 지상부만 손상됐을 뿐이라고 반박하며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직접 타격한 것은 이란 현지 시간 22일 새벽입니다.
공격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며 "포르도는 끝장났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도 이날 군사작전이 "극적인 성공"이라며 "이란의 주요 핵농축 시설은 완전히 전적으로 제거됐다"고 말했습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한 일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파괴한 것"이라며 "우리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후퇴시켰다고 생각한다"라고 자평했습니다.
댄 케인 미군 합참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작전에 B-2 스피릿 전략폭격기 7대를 전개해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GBU-57를 7발을 투하했다며 "이란은 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포르도 핵시설은 이란 핵프로그램의 심장부입니다.
이란은 2009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이 시설 존재를 인정하며 원심분리기 3천 기를 설치할 수 있는 규모라고 밝혔고, 최근 IAEA 보고서는 원심분리기 2천700대가 실제 설치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포르도 등지에서 진행된 농축우라늄 순도는 준하는 무기급인 60%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포르도 핵시설은 이란 곰주(州)의 천연 요새인 산악지역에 위치해 있고, 깊이는 80에서 90미터로 추정됩니다.
이스라엘군이 보유한 무기로는 단독 파괴가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지표면 아래 60m까지 파고들어 폭발하도록 설계된 미국의 최신형 벙커버스터 폭탄 GBU-57이 무더기로 투하됐다면 상당한 피해를 유발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AP 통신은 공습 후 촬영된 위성사진 분석 결과 핵시설 출입구가 파손된 모습이 관측됐으며 주변 산악지역 색깔이 갈색에서 회색으로 변한 점 등을 들어 벙커버스터가 명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도 지하 농축시설 바로 위에 지름 5.5m 크기의 구덩이가 새로 파인 것이 관측됐다고 위성사진 기업 막사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란은 주요 핵시설의 농축 물질을 미리 다른 장소로 옮겨놓아 미군의 이번 공습으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이틀 전인 지난 20일 모센 레자에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장군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농축 물질이 옮겨져 안전한 장소에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날 공습 이후에도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소식통을 인용해 "3곳 시설이 오래전에 대피했으며 농축 우라늄도 안전한 곳으로 이전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파테메 모하제라니 이란 정부 대변인은 "핵시설 외곽 지역 주민들에게는 아무 위험이 없다"면서 "나탄즈, 이스파한, 포르도의 주민들은 일상을 이어가도 괜찮다"고 밝혔다고 반관영 타스님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작년 10월 이스라엘과 이란이 대규모 본토 공습을 주고받은 이후 이스라엘 정치권에서 이란 핵시설 타격 방안이 본격적으로 거론 돼온 만큼 이란이 농축물질 등을 옮길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란의 주장대로 포르도 핵시설이 건재하거나 농축 우라늄을 은닉했다면 이란은 미국에 공격당한 것을 계기로 오히려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란 원자력청(AEOI)은 이날 미국의 공격 사실을 확인하며 "적들의 사악한 음모가 핵 순교자들의 피로 이뤄진 이 국가산업(핵프로그램) 발전의 길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위성과 항공기로도 산속에서 벌어진 붕괴 등 구체적인 내용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당분간은 답을 알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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