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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기억 못 하는 동료 속여 15억 갈취한 공무원, 2심도 실형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6.20 15:30|수정 : 2025.06.20 20:15


직장 동료를 만취하게 한 후 술자리에서 만난 여성들을 성폭행한 것처럼 속여 6년간 15억 원을 뜯어낸 공무원 등 2명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오늘(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3부(김종기 고법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공갈)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공무원 A 씨와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공범 B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A는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는데도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1심과 비교해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1심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경우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피고인 B가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에게 6천200만 원을 추가로 변제했고 1년 이내 5천만 원을 더 변제하기로 약속해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 사건 범행은 형사사법 절차를 악용해 거액의 돈을 갈취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변제 금액이 전체 피해액과 대조해 상당한 금액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원심 형량을 변경할 만한 사정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A 씨 등은 2012~2013년 A 씨의 직장 동료인 C 씨를 한 식당으로 불러 여성과 함께 술을 마시도록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후 이들은 C 씨에게 "술자리에 동석한 여성이 성폭행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려 한다. 이를 무마하려면 합의금을 전달해야 한다"고 속여 9억 800여만 원을 뜯어냈습니다.

A 씨 등은 2017~2018년 C 씨를 식당으로 불러 같은 수법으로 재차 범행했고 "미성년자 부모에게 연락이 와서 자녀가 성폭행당했다고 말하더라. 10억 원을 요구하는데 안 해주면 감옥에 가는 수밖에 없다"고 협박해 6억 6천만 원을 갈취했습니다.

A 씨 등은 피해자가 평소 술을 마시면 기억을 잘하지 못하고 여성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점을 이용했습니다.

A 씨는 C 씨에게 성폭행 신고가 이뤄질 것처럼 속여 돈을 받는 역할을, B 씨는 '꽃뱀' 작업에 투입될 여성을 소개받아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고 모텔로 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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