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애플이 요즘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애플의 최대 연례행사인 WWDC 첫날 행사를 끝내고 나서 애플의 주가가 2% 넘게 빠졌습니다. 바로 AI 기술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에요. 1년 전 애플 WWDC 당시 모습입니다.
2024년 WWDC
애플 인텔리전스를 소개합니다. 시리(Siri)는 앱과 앱을 돌아다니며 수백 가지의 작업을 해낼 수 있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라고 이름 붙인 AI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있었던 WWDC 장면 보실까요?
크레이그 페더러기 | 수석 부사장
시리를 개인 비서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 작업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1년 전에 다 됐다고 대대적으로 소개했던 걸, 1년 후인 올해가 돼서는 '미안한데 아직 못 만들었다. 내년에나 찾아올 수 있을까?'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어쩌다 애플이 이 지경이 됐느냐라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애플이 지난해 선보였던 AI 기능들은 단순히 사진 좀 지우고, 알람 맞추고, 날씨 알려줘 이런 수준이 아니었어요. 크게 세 가지로 요약을 해보면 ① 수많은 정보를 이해를 할 수 있는 능력, 즉 개인 문맥 인식 능력이라는 게 있어요. 예를 들면 '지난주에 온 보도자료 메일 추려줘', 그다음에 '그 메일을 조PD에게 포워딩해 줘'라고 하면 실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바로 ② 앱 내 동작 수행 능력입니다. 마지막으로 ③ '지금 화면에 보이는 번호 저장해 줘' 내 핸드폰의 AI도 내가 이해하는 것과 똑같이 읽어내서 이해하는 능력이에요. 시리한테 말만 하면 여러 가지 작업을 실행까지 해주는 그런 AI를 선보였단 말이죠. 그러면서 전문가들의 찬사가 쏟아졌었어요.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애플이 사기꾼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AI 기술을 2026년 이후로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거든요. 애플이 있지도 않은 기술을 자기네 가장 큰 행사에서 발표를 한 셈이 된 겁니다.
체면 구긴 애플...AI는 삼성에 밀리나?
이제 와서 되돌아보니 지난해 WWDC에서의 모습이 평소 애플답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와요. 애플이 어떤 회사입니까? 스티브 잡스가 전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직접 손에 들고 나와서 보여줬었잖아요. AI를 선전할 때는 미리 찍어놓은 영상과 CG로 만든 영상으로 대충 때우고 넘어갔거든요. 내용이 너무 좋다 보니까 전부 다 손뼉 치고 넘어갔는데 이제 와서 돌아보니 사기였구나(?) 하는 거죠.
그런데 이것이 비판받는 이유의 끝이 아닙니다. 애플이 솔직히 이 기술이 완성되지 않은 걸 몰랐겠어요? 다 알고 있었겠죠. 이런 상황에서도 애플이 이 광고를 계속했다는 거예요. TV 광고, 인쇄 광고, 옥외 광고물 들을 계속 붙이면서 AI를 선전했고, 이 광고를 토대로 아이폰 16을 엄청나게 많이 팔았어요.
이러다 보니까 (미국) 당국에서 광고 내리라고 경고받고 최근이 되어서야 이런 AI TV 광고들을 전부 삭제했습니다. 아이폰 16을 산 소비자들이 애플 상대로 집단 소송까지 제기했어요. 미국 나스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기업이었는데 AI가 뒤처지고 있다는 말이 한 1년 반 전부터 나오기 시작하면서 주가도 지금 한도 끝도 없이 내려오고 있어요. 이런 위기감에 처한 애플이 지난해에 평소 애플답지 않게 해서는 안 될 허위 과장 광고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미국 언론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 애플 체면이 말이 아니죠. 반면에 삼성 상황을 한번 볼까요?
굉장히 화제가 된 영상인데, 업로드 한 달 만에 3억 뷰가 넘어갔습니다. 무적의 애플이 손에 AI라는 무기를 들고 있는 삼성에게 얻어맞는다는 내용입니다. 삼성이 실제로 AI를 이렇게 잘하고 있느냐?
결과물이 비교가 안 됩니다. 삼성은 정말 너무 감쪽같은데 애플은 무슨 괴물을 만들어 놨죠? 사진을 지우는 기술에서만큼은 자타 공인 삼성이 애플을 압도합니다. 이걸 비교한 영상이 SNS나 유튜브에도 굉장히 많이 올라오고 있어요.
Q. 사실 AI 이미지 편집 기능은 있으면 재밌고 좋긴 한데 이게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기술은 아니잖아요. 애플과의 AI 경쟁에서 압승했다고 보기엔 좀 과하지 않나.
사실 조금 그렇죠. 우리가 원하는 궁극적인 AI 기술은 사실 이런 게 아니거든요. 정말 '비서'라고 부를 수 있는 AI 에이전트 핵심 기능은 삼성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삼성이 삼성의 AI가 더 낫다고 말할 근거가 무언가, 궁금할 수도 있어요. 삼성은 적어도 AI 기능을 가지고 호들갑은 떨지 않았잖아요. 대대적인 행사에서 허위 발표를 하지는 않았잖아요. 그런데 호들갑 안 떨었다고 (삼성이) 호평을 받느냐? 사실 그건 아닙니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막강한 '애플 생태계', AI 시대에 '최대 약점' 됐다
지금 애플은 AI 기술이 단기간 내에 좋아질 거라는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에요. '애플 생태계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제가 앞서 사진을 (AI로) 편집하는 걸 시연해서 보여드렸잖아요. 여기에는 작은 비밀이 하나 숨겨져 있습니다. 애플은 사실 제가 비행기 모드로 놓은 상태에서 사진을 편집을 했었어요. 즉 오프라인 상태였다는 겁니다.
그런데 삼성은 오프라인 상태로 놓으면 사진 편집이 안 돼요. 무조건 인터넷에 연결돼 있어야 됩니다. 이게 무슨 차이냐? 지금 나와 있는 AI들은 우리가 검색을 하든 지브리풍으로 사진을 바꿔달라고 하든, 인터넷망을 타고 AI의 데이터센터로 들어가서 그 데이터센터에 있는 슈퍼 컴퓨터가 연산을 한 후에 그 결과물을 다시 우리에게 보내주는 방식이거든요.
즉,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나 사진, 하다못해 (AI) 질문 내용들은 필연적으로 (기기) 외부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런데 애플은 초창기부터 '고객 정보를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겠다'라는 굉장히 강력한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AI 작업을 할 때도 고객의 정보를 외부로 빼내지 않겠다, 스마트폰 안에서 수행이 되도록 하겠다, 온디바이스로 대부분의 작업을 하겠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애플도 알고 있어요. 그 많고 복잡한 AI 연산을 작은 휴대폰 안에서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애플이 들고 나온 두 번째 방안이 뭐냐. 데이터센터, AI 클라우드 서버 등을 직접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요. 모든 인프라를 전부 만들고 심지어는 데이터센터 돌리는 전력망도 직접 처리하겠다는 입장이거든요.
Q. AI 시대의 덕목(?)은 사실상 개방성인 것 같은데, 그게 데이터든 인프라든. 애플처럼 '나 홀로 쇄국 정책'을 외치면서 고집할 만큼 보안으로 얻는 이득이 큰가요?
AI 시대가 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가 더 높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애플의 이상이 실현된다면 애플은 아마 AI 분야 세계 최고 기업이 될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질 낮은 결과물을 보여준다면 사실 쓸 수가 없는 기능이잖아요. 개인정보 중요한데 아예 AI 산업 자체에 끼어들지 못할 정도일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거죠.
애플은 사실 AI를 스피커에 들어가는 하나의 기능 정도로 보고 최근까지도 별로 중요하게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내부 발언들이 나오고 있어요. 그러다가 몇 년 전에 오픈AI의 챗GPT가 발표되고 화들짝 놀라서 너무나 늦게 AI 산업에 들어왔는데, 이 상황에서 선두 주자인 챗GPT나 제미나이도 아직 해내지 못한 AI 에이전트 모델 개발하고 인프라도 혼자 다 구축하겠다? 많은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거죠.
강정수 | 블루닷 AI 연구센터 센터장
애플이 AI 관련된 실책을 분명하게 했다고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자면 (AI) 학습과 교육은 아마존이나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는 거죠.
현금을 빅테크 중에서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애플이 엔비디아하고 계약을 맺어서 GPU를 구매해서라도 이 부분들을 해결했어야 되는데 너무 애플스럽게 완전한 수직 통합을 하려다 보니 시간을 놓쳤다는 거죠.
사실 이런 폐쇄성과 수직 계열화 즉, '애플 생태계' 구축은 지금까지 애플의 경영 철학이자 생존 법칙이자 최대 무기였습니다. 그런데 AI는 애플 생태계와 정반대 성향을 가진 산업이다 보니까 여기에 올라타기가 쉽지 않은 거죠.
Q. 지난해 WWDC 행사 때 애플이 오픈AI랑 손 잡는다고 해서 주목받았던 것 같은데.
샘 알트만 오픈AI CEO는 협업을 하기로 했는데 팀 쿡 옆에 서지도 못했습니다. 관중의 한 명처럼 보다가 갔어요. 지금 애플과 오픈AI의 협업 관계를 대변하고 있는 장면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애플이 가장 중요한 휴대폰 통제 부분은 열지 않고 챗GPT한테는 그냥 검색 기능 정도만 맡겼어요. 말이 협업이지 실제 중요한 작업을 같이 하고 있지는 않다. 결국 팀 쿡은 자사 시스템을 처음으로 외부 기업에 공개해서 오픈AI나 구글과 손을 잡고 갈 것이냐, 아니면 끝까지 지금의 폐쇄적인 생태계를 고집할 것이냐. 이 기로에서 선택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와요.
반면 삼성은 어떤가요? 삼성은 아예 갤럭시라는 핸드폰이 이 세상에 처음 나올 때부터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운영 체제로 했잖아요. 이게 삼성의 엄청난 약점으로 꼽혔거든요. 자신들만의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게.
그런데 AI 시대에 와서는 오히려 이 약점이 지금 강점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구글의 안드로이드 체제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디바이스는 결국 삼성의 갤럭시예요. 게다가 내 손안에 비서 AI를 만들려면 실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의 엄청난 데이터가 있어야 됩니다. 이 데이터를 많이 끌어모아서 구글과 공유하는 회사가 삼성이에요.
이러다 보니까 구글과 삼성의 관계는 굉장히 전략적인 제휴 관계다. 결국은 함께 가는 회사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거든요. 실제로 삼성이 얼마 전부터 구글 제미나이를 자사 핸드폰에다 탑재하기 시작했잖아요. 삼성이 구글에 의존을 한 게 아니라 구글이 제미나이를 갤럭시에 실어달라면서 거액의 돈을 지불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죠. 삼성은 제미나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퍼플렉시티와도 계약을 한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이러다 보니까 굉장히 오픈돼 있는 삼성의 갤럭시 생태계가 적어도 AI 분야에 있어서는 폐쇄적인 애플보다 더 유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약점이었던 게 강점이 될 수 있고 강점이었던 게 단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는 삼성의 갤럭시가 애플의 아이폰을 이길 수 있는 판이 된 거냐? 아직은 이렇게 말하기는 일러요. 구글에도 OS나 소프트웨어를 소개하는 행사가 있는데 이 구글의 'I/O' 행사는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았어요.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는 기술을 선보였는데 여기서 약간 걸리는 게 뭐냐? 안드로이드 언급은 한 번도 없었다는 거예요.
삼성의 갤럭시 입장에서 기대했던 건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에 제미나이를 집어넣어서 이것이 휴대폰을 전부 통제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기능을 소개해 주길 바랐는데 이게 전혀 없었어요. 사실 휴대폰 속의 앱과 앱을 돌아다니면서 읽어내고 통제하는 AI 에이전트는 말이 쉽지 굉장히 구현하기 힘든 기술입니다. 아직까지 인류의 AI 기술로 여기까지 도달을 못 했어요. 전문가들은 3년쯤은 더 있어야 내 손안의 비서 역할을 하는 AI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폰 판매량이 AI 기능 좀 안 된다고 당장 떨어질 거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없어요.
강정수 | 블루닷 AI 연구센터 센터장
이번에 앱들이나 OS의 디자인이 투명성을 가지면서 대단히 예뻐진 건 맞고요.
이런 부분에서의 만족도는 분명하게 좋아질 거라고 보면서 AI 갭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느끼는 큰 차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애플도) 노력할 거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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