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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도 못 산다? '2억 원에 팔린 인형' 라부부 신드롬 [스프]

최희진 기자

입력 : 2025.06.19 11:00|수정 : 2025.06.19 11:00

[경제탈곡기] 박상준 CMS증권 이사


라부부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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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애리 기자 : 저희는 모든 국제경제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라부부 얘기를 제일 처음, 제일 많이 했던 방송이 아닐까?

박상준 이사 : 이 종목이 상장한 건 2020년이거든요. 2022년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작년에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이제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서 정점을 향해서 달려가는 건지 더 앞으로 나아갈 건지 봐야 될 것 같습니다. 팝마트는 홍콩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인데, 피규어 기업으로만 생각하면 진입 장벽이 있는데 작년에 저희가 처음 소개할 때와 지금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거든요.

일단 중국의 소비 행태가 바뀌었다. 최근 10~15년 사이 중국의 소비는 크게 세 번 정도 변화를 겪었거든요. 소비 업그레이드. 중산층이 증가하고 돈이 많아지면서 소비가 많이 일어났던 것들. 명품이라든지 비싼 것들이에요. 소비 업그레이드되면서 더 비싼 것들을 사게 될 수 있었던 거, 대표적인 주식들이 명품, 마오타이주.

그 이후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도 그렇고 미국도 지원금 많이 줬잖아요. 우리나라도 지원금 주면서 사람들이 힘들었지만 유지할 수 있었고, 미국에서는 오히려 더 나아지는 상황이 발생했었는데, 중국은 지원금이 거의 전무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의 소비가 완전히 가성비 소비로 줄어든 거예요. 그 여파가 지금까지도 가고 있다고 보는데, 라부부 등 팝마트 피규어 가격이 싸잖아요. 1만 3천 원에서 1만 5천 원.

권애리 기자 : 일단 라부부를 조금 설명드려야 될 것 같아요.

박상준 이사 : 라부부는 팝마트가 2015년에 홍콩 아티스트와 계약해서 2019년 출시한 거거든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몬스터를 희화화해서 만든 캐릭터고, 출시 이후 지금까지 쭉 인기를 끌어서 중간중간에 여러 가지 이벤트들이 많았습니다.

권애리 기자 : 블랙핑크 리사가 인스타그램에 3일 연속 올리고.

박상준 이사 : 데이비드 베컴 부부가 차고 나오고, 여러 가지가 맞물려서 인기를 탔는데 키체인이 제일 인기가 많아요. 일본 팝마트 매장 들어가자마자 직원이 영어로 라부부 키체인 없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사람들이 그 정도로 찾은 건데, 가방에 키체인 달고 다니는 게 어느 순간부터 유행이었거든요. 거기에 또 편승이 되고.

권애리 기자 :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인기가 많은가요?

박상준 이사 : 우리나라는 특이하게 인기가 좀 늦게 올라왔어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 팝마트 매장에 가면 라부부 시리즈가 매대 뒤편에 종종 나왔었거든요. 약 한 달 사이에 인스타그램 등으로 인기를 타기 시작하고 전 세계적 파급 효과를 누리면서 한국에서도 빨리 증가했죠. 지금은 한국 팝마트 매장에 가도 라부부를 거의 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저희 회사 근처에 매장이 있어서 자주 들르는데, 줄을 서 있는 거예요. 줄이 얼마 안 길어서 일단 줄을 서고 뭔지 알아보자, 줄을 서고 보니까 라부부 최신작이 나온 거예요. 인당 2개씩 구매 제한을 두고 기다리는데 제 앞에 한 5번 정도 앞에서 끊겼거든요. 그래서 저는 못 샀지만, 앞에 있는 분들을 살펴봤어요. 어떤 분들이 오셨을까. 한국분들은 대부분 리셀러더라고요. 그리고 외국인들도 있더라, 이런 것들을 알 수 있었고.

인상 깊었던 건 일본에 갔을 때 라부부 키체인 없다고 하니까 한 인도 여성이 직원한테 거의 울먹이면서 어디 가서 살 수 있냐고, 직원이 나도 모른다, 이런 얘기를 제가 옆에서 나오면서 봤거든요. 그 정도로 희귀성이 부각된 시기라고 볼 수 있고, 그게 최근에 터진 거죠.
라부부

권애리 기자 : 이번에 2억 원에 팔린 라부부 인형은 크고 초기에 나온 희귀 모델인 거죠?

박상준 이사 : 그런 것들은 보통 한정판이죠. 이번에 베이징 피닉스 아트센터에서 경매가 있었는데, 라부부 제품 48점이 출시됐거든요. 48점에 총 7억 1200만 원 낙찰받았어요. 거기에서 최고가를 받은 게 2억 원을 넘었다. 기록이 깨졌어요. 이런 아트토이가 과거에 가장 비싸게 팔렸던 게 메디콤 토이의 베어브릭.

권애리 기자 : 사실 뉴욕에는 베어브릭이 엄청 많아요.

박상준 이사 : 베어브릭이 아트토이 1세대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처음에 팝마트를 소개할 때 이미 성공한 사업 모델이라고 이야기했던 게 바로 저런 건데, 베어브릭이 2001년에 출시됐고 스트리트 브랜드가 뜰 때 편승해서 성장했어요. 2019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칼 라거펠트와 협업해서 나온 베어브릭이 4100만 원에 팔렸거든요. 역대 최고가였어요. 출시되고 나서 한 20년 걸린 거잖아요.

근데 라부부는 2019년에 출시했으니까 6년 반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인플레이션도 있으니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 없고, 최고가를 굉장히 짧은 시간에 달성했다.

권애리 기자 : 우리나라도 연예인들이 베어브릭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그러면서 아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 낯선 분들도 있을 텐데요. 미국에서는 베어브릭 한 번 못 본 사람은 없을 거거든요. 으리으리한 건물 1층의 대형 조형물로도 베어브릭이 들어가요.

박상준 이사 : 라부부도 베어브릭의 길을 가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랜덤 박스를 차용했잖아요. 홍콩이나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신소비의 핵심은 랜덤 박스라고 볼 수 있는데,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거예요. 가챠 문화가 우리 어렸을 때 뽑기잖아요. 100원씩 넣고 돌려서 뭐 나올지 모른다는 거, 계속 돈 넣게 되는 거잖아요.
라부부

베어브릭도 그런 형태를 차용해서 나왔던 건데, 처음에는 조그만 피규어로 나왔다가 인기를 끌면서 큰 것까지 집에 장식하는, 어떤 글로벌 패션 트렌드와도 맞물려서 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스트리트 패션 매장 같은 데 가면 베어브릭이 꼭 있었던 거예요.

일본 하라주쿠 스트리트 패션 편집숍 같은 곳에도 라부부가 등장했거든요. 발매가의 3~4배 정도에 팔리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라부부 키체인 말고 피규어 신제품이 나오는데 또 한 번 바이럴을 탔죠. 아마 사기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웃음)

권애리 기자 : 라부부 인형 자체를 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이 정도 되면 라부부를 만든 회사의 가치나 앞으로의 전망이 또 궁금합니다.

박상준 이사 : 팝마트가 몇 번의 변혁을 겪었는데요. 2022년까지만 해도 사업 모델은 똑같았습니다. 일본에서 검증이 됐던 가챠 모델, 랜덤 박스로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을 했는데, 문제는 본인들의 IP가 부재했고 대부분 콜라보로 디즈니 등과 같이 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2019년에 라부부 등이 나오고 인기를 타기 시작하면서 본인들의 IP가 자리 잡는 구간이 최근 몇 년 동안 있었고, 지금은 5~6개 정도 되는 굵직굵직한 IP를 보유하고 있어요.

그리고 작년에 주가가 많이 오를 때의 성공 스토리는 해외의 확장성이었거든요. 해외 매장이 얼마나 더 오픈했고 몇 백 퍼센트 상승했는지가 중요하게 작용을 했는데, 당시는 찻잔 속의 태풍 같은 느낌.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엄청나게 인기 많은데, 해외에 매장을 열었지만 아직 어필되지 않은 느낌이었는데요.

올해 초부터 북미 쪽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북미에는 매장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매장 하나 열면 새벽부터 캠핑하고 물건 사려고 싸우는 상황이 왕왕 있고요. 캐나다는 밴쿠버 매장이 하나 있는데 토론토까지 비행기 타고 4~5시간 걸려요. 밴쿠버 매장에서는 살 수 있지만 당연히 물건 없겠죠. 근데 토론토 같은 데 가면 편집숍에서 3~4배 가격에 팔고 있는 거예요.

또 제가 일본 매장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건데, 와서 키체인 없으면 허무하잖아요. 왔으니까 한번 둘러보다가 크라이베이비라든지 다른 IP 하나씩 사가는 거예요. 주가가 지금 많이 올랐지만 라부부 옆에 있는 IP들이 조금씩 뜨는 것을 첫 번째로 기대할 수 있고요.

두 번째로 지금은 제품만 만들어내잖아요. 향후에는 주가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게, 애니메이션 만들고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말이 나올 수 있고요. 그다음에는 현금도 많이 쌓였고 하니까 놀이공원을 만드는 디즈니의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 근데 지금 차트만 보면 개별 주식에 투자하기는 좀 힘들잖아요.
라부부

권애리 기자 : 거의 팔란티어 그래프 아닙니까? 너무 비싸진 거 아닌가 싶어서.

박상준 이사 : 두 가지 이유인데 라부부 IP 성공이 첫 번째 큰 이유가 될 거고, 두 번째는 올해 초 딥시크 발표 이후에 홍콩 증시가 기술주들이 많이 올랐잖아요. 2분기 들어서 기술주들이 쉬고 있습니다. 결국 실적 보장이 확실한 섹터로 자금이 몰리는데, 신소비 쪽으로 다 몰리고 있거든요. 팝마트뿐 아니라 다른 쪽으로도. 그러다 보니까 수급적으로 몰리는 측면이 있고요.

그래서 개인 투자자들은 개별 주식에 투자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 한국에서도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더 좋게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방법. 타임폴리오 글로벌소비트렌드 ETF라는 게 있거든요. 한국에서 살 수 있는데 연금 계좌에서도 살 수 있고요. 탑 텐 종목에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종목이 팝마트예요. 지금 비중이 10% 정도 됩니다. 타임폴리오는 액티브 운용을 잘하기 때문에, 수급 측면 등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하면 장기 보유를 하다가도 왔다갔다 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굉장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권애리 기자 : 여기는 진짜 액티브하게 운영하나 봐요. 팝마트가 한 달 전에는 비중이 10위였다가 1위로.
라부부

박상준 이사 : 네. 그리고 한 달 사이 주가가 굉장히 많이 올랐으니까. 액티브를 전통적으로 잘하는 하우스다 보니까 여기에서 팝마트에 간접 투자할 수도 있고, 탑 텐 종목에 최근 트렌드 종목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팝마트에 직접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연금 계좌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서 이런 식으로 접근하셔도 괜찮지 않을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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