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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고위급에 휴대전화 금지령…"이스라엘 해킹 우려"

박재연 기자

입력 : 2025.06.18 16:26|수정 : 2025.06.18 18:04


▲ 지난 16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 국영 텔레비전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엿새째에 접어든 가운데 이란 고위급 당국자와 안보 관계자들에게 이동통신망과 연결된 휴대전화 등의 정보통신(IT) 기기를 쓰지 말라는 지시가 하달됐습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기관인 이란 국영 파르스 통신은 이스라엘의 사이버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이란 국영 TV는 이스라엘로 불법수집된 정보가 넘어갈 수 있다며 자국민에게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휴대전화에서 삭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고 AP 통신은 전했습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전쟁연구학부의 루카시 올레네이크 선임연구원은 "이는 적국이 핵심 인사들을 추적하거나 (통신 내용을) 가로채고 심지어 표적으로 삼는데 (통신망에) 연결된 기기를 쓸 수 있다는 이란 당국의 우려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3일 이란 내부의 군사 시설 등을 겨냥해 대대적인 기습을 감행한 이스라엘은 표적 공습으로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등 군부 수뇌부 다수를 우선적으로 제거했습니다.

이란의 핵 프로젝트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란 내 과학자와 관련 전문가들도 다수가 피살됐습니다.

이란은 13일에만 이스라엘을 향해 200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반격에 나섰지만, 이스라엘은 F-35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이란 각지 주요 시설을 겨냥해 폭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란이 이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한 데는 이스라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핵심 인사들의 거처 등 주요 정보가 속속들이 털린 상태였던 것이 치명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스라엘은 첨단 기술을 동원해 주변 적대국 인사들을 도·감청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이스라엘 보안기업 NSO 그룹이 개발해 세계 각국에 수출한 휴대전화 도감청용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는 민간인 불법 사찰 등에 광범위하게 악용돼 국제적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사이버 공간에서도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격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 사이버보안 기업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 이란이 이스라엘 국민들을 상대로 '방공호를 겨냥한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는 등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거짓 문자 메시지를 유포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란에서는 친이스라엘 성향 해커 집단이 17일 오전 이란 세파흐 은행을 해킹해 모든 데이터를 파괴했다고 주장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주장의 진위는 즉각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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