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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6일, 밤 10시경 전남 화순의 굴다리 아래, 출장으로 화순에 온 50대 피해자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하던 중 굴다리 아래에서 맞은 편 차량에 치였습니다.
[피해자 유족: 이 사고 자체가 큰 사고가 아니었는데 머리를 부딪혔다 보니까 3일 뒤에 돌아가시게 됐어요.]
두개골 골절 및 두부 외상으로 인한 출혈로 인해 결국 사흘 만에 사망한 피해자.
그런데 유족들은 사고 당시 CCTV에 나타난 가해 운전자의 이상한 행동을 발견했습니다.
사고를 낸 가해자는 차에서 내려 119가 아닌 인근에 살고 있는 사위에게 연락하고 사위가 도착하기까지 계속 주변을 서성거립니다.
[피해자 유족: 사위한테 전화하고 끝이에요. 사위가 도착하기 전까지 그 사람이 아빠를 살피지를 않아요. 돌아다니거나 옆에 흐르는 하천으로 내려가서 물을 퍼마시고 다시 올라오고]
특히 CCTV 영상에서 가해자가 화순천으로 내려가 더러운 하천 물을 총 31번이나 들이마셨습니다.
[피해자 유족: '이게 사고를 낸 사람이 하는 행동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당연히 물을 마시면 음주(운전)인 게 의도가 있어 보이는 거죠.]
하천에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사이 아내와 사위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무려 17분 동안 아무런 구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도착한 건 사고 발생 이후 21분 뒤, 그리고 다시 2분 뒤 구급대가 도착했습니다.
결국 사고 발생 23분이 지나서야 피해자는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주치의는 이 치료 지연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경과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최율/신경외과 전문의: 이분 같은 경우는 기저 두개골 골절하고 뇌출혈이 동반된 경우인데요. 이거은 시간이 생명을 좌우하는 응급이거든요. 초기 조처가 이루어지는 게 골든타임으로 중요하거든요. 시간이 1분 1초가 지연될수록 안 좋을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고 볼 수가 있죠.]
사고가 난 지점은 응급 병원으로 부터 겨우 200미터 떨어진 거리.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가해 운전자는 의료 지식을 갖춘 보건소장, 가해자의 아내는 전직 대학병원 간호과장이었다는 겁니다.
[피해자 유가족: 의료 지식이 정말 많을 텐데 사실 일반인들도 요즘 골든타임을 다 알잖아요. 당장 구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못 했을 것 같지 않거든요.]
검찰은 사고후 미조치와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가해자의 신고 지연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결과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김민호 변호사: 두 가지 혐의 사이에 형량 차이가 너무 크거든요 업무상 과실치사잖아요. 그럼 결국에는 교통사고 처벌 처리 특례법 위반인데 그거는 5년 이하의 금고고 유기치사는 2년 이상의 징역이거든요.]
지난주 수요일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금고 3년 형보다 무거운 금고 4년 형을 선고하고 가해자를 법정 구속했습니다.
하지만 유가족은 유기치사 혐의에 대한 재수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유가족: 신고(일찍)했으면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게 그게 계속 생각이 나서(마음이 힘들어요.) 이번에는 제발 사건을 제대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지은 죄에 맞는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취재 권혁정, 영상편집 김나온, 인턴 최석훈, 제작 모닝와이드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