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경제

뜨거운 영끌…5대 은행 가계대출 2조 원 뛰고 1시간 상담 대기

유덕기 기자

입력 : 2025.06.15 10:35|수정 : 2025.06.15 13:22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0조 792억 원으로, 5월 말(748조 812억 원)보다 1조 9천980억 원 불었습니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해 8월 9조 6천259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9월 이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꾸준히 축소됐고, 올해 1월에는 4천672억 원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곧 2월(+3조 931억 원) 반등한 뒤 3월(+1조 7천992억 원)과 4월(+4조 5천337억 원), 5월(+4조 9천964억 원)까지 증가폭을 키워왔습니다.

특히 이달 하루 평균 가계대출 증가액은 1천665억 원으로, 작년 9월(+5조 6천29억 원) 이후 8개월 만에 월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지난달(1천612억 원)보다도 많습니다.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대출 포함) 잔액은 595조 1천415억 원으로, 5월 말(593조 6천616억 원)과 비교해 12일 사이 1조 4천799억 원 늘었습니다.

신용대출도 103조 3천145억 원에서 103조 9천147억 원으로 6천2억 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 증가액(500억 원)이 5월(265억 원)의 거의 두 배에 이릅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가 부동산·주식 등 자산 투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다른 통계들에서도 확인됩니다.

5대 은행에서 이달 들어 12일까지 새로 취급된 주택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3조 114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은행권은 주택구입용 신규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집 구입과 관련된 이른바 '영끌' 추이가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된 지표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하루 평균 2천510억 원 규모로, 5월(2천318억 원)보다 약 200억 원 많고, 지난해 영끌이 절정(7∼9월)에 이르기 직전인 5월(2천436억 원)이나 6월(2천777억 원)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에서 정책대출 비중이 빠르게 줄어드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2월 가계대출 증가
이달 들어 5대 은행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액 가운데 정책대출 비중은 28% 수준입니다.

작년 말 56%에서 불과 5개월여 사이 약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2월 가계대출 증가 당시에는 신규 주담대 취급액 가운데 약 절반 정도가 정책대출이었기 때문에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 완화(작년 12월) 등의 영향이 상당 부분 있다고 은행 내부적으로도 분석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정책대출 비중이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책대출에 담보주택 가격 9억 원 이하 등의 조건이 붙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9억 원 초과 고가 주택 대상의 은행 자체 재원 주담대가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눈에 띄게 불어난 개인 신용대출의 상당 부분은 주택뿐 아니라 주식·코인에도 흘러드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5대 은행의 12일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103조 9천147억 원)은 작년 11월(104조 893억 원) 이후 가장 많습니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을 제외한 일반 신용대출 잔액(65조 4천19억 원)은 지난해 3월(65조 4천124억 원) 이래 1년 2개월여 만에 최대 기록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주변 자금의 대표적 지표인 투자자예탁금은 12일 현재 62조 9천444억 5천700만 원으로, 2022년 4월 27일(64조 8천560억 1천800만 원)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불어난 상태입니다.

가계대출이 집행되기 전 선행 지표인 대출 신청·접수도 최근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A 은행에선 주택담보대출 신청(서류접수 후 심사 완료 기준) 건수와 금액이 올해 1월 4천888건, 1조 1천581억 원에서 5월 약 1.5 배인 7천495건, 1조 7천830억 원으로 뛰었습니다.

더구나 이달엔 12일까지 4천281건, 8천261억 원의 신청이 이뤄져 건수로는 이미 지난달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B 은행에서도 같은 기준의 주택담보대출 신청 금액이 1월 1조 3천120억 원에서 5월 1.4 배인 1조 8천300억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특히 정책대출을 빼고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만 따로 보면, 신청액이 같은 기간 7천50억 원에서 1조 3천70억 원으로 거의 두 배가 됐습니다.

C 은행은 지난달 비대면 채널에서 무려 5천여 건의 주택담보대출 접수(심사 미완료 건도 포함)가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월평균(약 1천800건)의 2.8 배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은행에 신청·접수된 대출 건의 상당수는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실제 집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영업점 창구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5대 시중은행 중 한 곳의 서울 광화문 인근 지점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구입이 가능한지 등을 문의하는 상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대출 창구에 고객들이 몰리다 보니 거의 1시간 가까이 기다리면서까지 대출 상담을 받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소재 지점 관계자도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미리 대출을 신청하려는 고객도 많고, 하반기 주택 구입을 고민하는 고객도 늘었다"며 "고객과 상담하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와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최근 가계대출 관련 브리핑에서 "6월엔 분기 말 매·상각이 있어 기술적으로 가계대출 숫자가 높게 나오지 않을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5월 주택거래량이 현재 추세로 미뤄 3월보다는 적고 4월보다는 조금 많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2∼3개월 시차를 고려할 때 7∼8월까지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