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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필수 검진'인데 1분이면 예약 마감…"초시계 필수"

최고운 기자

입력 : 2025.06.13 21:12|수정 : 2025.06.1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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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유아 건강검진은 국가가 정한 무료 필수 검진입니다. 모두 8차례 받는데, 이걸 예약하는 게 유명 가수 콘서트 예약만큼이나 어렵단 이야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거고, 대책은 없는지 최고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기 정보는 미리 입력해 두고, 초시계도 준비했습니다.

[김다연/만 2세 아기 엄마 : 시간이 땡 되면 이 선생님 체크 한 다음에, 날짜 체크 한 다음에 바로 넘어가야 해요.]

매주 금요일 오전 9시 정각에 열리는 서울 구로의 대형 소아청소년과 병원 영유아 건강검진 예약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김다연/만 2세 아기 엄마 : 지금 20초 남았어요. 아 떨려.]

'꿀팁'을 모두 동원한 끝에 예약에 간신히 성공했습니다.

[김다연/만 2세 아기 엄마 : 오 됐어요. 오~! 저 화요일 오전 10시로 예약됐어요. 마감이에요. 지금 36초 지났어요. (마감이에요?) 네.]

국가가 정한 무료 필수 검진인 영유아 건강검진은 생후 14일부터 71개월까지 모두 8차례 받습니다.

문제는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에서 받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통상 영유아 검진을 하고 병 의원이 받는 수가는 1명당 3~4만 원대.

같은 시간이면 감기 환자 여럿을 진료할 수 있다는데, 병원 입장에선 이게 이득입니다.

[양임용/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총무이사 : 키 재고 몸무게 재고, 두위 측정하고 문진표 작성된 거 직원이 입력하고 진찰하고 상담 이렇게 하면 총 시간이 사실 15분 이상 훌쩍 넘어가게 되는데요. 이 시간 대비 수가를 비교하면 당연히 효율성은 굉장히 떨어집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병·의원이 시간과 인원을 제한해 영유아 검진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인력 수급 부족도 병원 쏠림 현상을 일으키는 요인입니다.

소아청소년과가 태부족한 지방은 검진을 위해 멀리까지 가거나,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 다른 진료과를 찾고 있습니다.

[양임용/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총무이사 : 검진해야 하는 건 맞는데 소아과는 점점 줄고 있고 (검진) 하는 곳에는 대기가 많고. 놀고 있는 병원에는 대기가 적고. 이런 구조적인 것들을 어떻게 맞출 것이냐.]

영유아 건강검진은 성장·발달 이상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적정한 수가 산정과 전문 인력 수급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양지훈, 영상편집 : 박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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