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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압도적 지지…호남 텃밭 민심 확인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6.04 05:36|수정 : 2025.06.04 05:39


▲ 국민개표방송 행사장 찾은 이재명 후보 내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광주·전남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됐습니다.

흔들리던 호남 맹주(盟主) 위상을 이번 대선을 통해 다잡은 이 당선인과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와 향후 개헌 논의 과정에서 안정적인 지지 기반을 확보해 국정 운영의 동력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오늘(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95.56% 개표 기준 이재명 후보는 48.9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을 확정 지었습니다.

이 당선인은 광주 84.77%(전국 2위), 전남 85.87%(전국 1위)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의 토대를 쌓았습니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내란 심판' 성격으로 치러지며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했고, 광주·전남의 압도적 지지로 이어졌습니다.

당초 민주당은 선거 초기만 해도 호남 민심 이반을 우려했습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19대 대선, 전당대회, 총선·지방선거 등을 거치며 득표율과 투표율이 점차 감소했고, 지역 내 '반명(반 이재명) 정서'나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도 표출됐습니다.

특히 박빙 구도로 치러진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보수 정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광주·전남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하며 민주당에 뼈아픈 경고를 안겼습니다.

여기에 19대 대선 당시 국민의당, 2024~2025년 재·보궐선거에서 조국혁신당 등 지역 기반을 가진 대안 정당들이 등장하면서 민주당의 '호남 맹주' 지위가 흔들리는 양상도 나타났습니다.

이에 이 당선인과 민주당은 '호남의 압도적 지지 확보'가 대선 승리의 전제 조건임을 인식하고, 호남 민심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당선인은 호남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민심을 '회초리'에 비유하며 자세를 낮추고 반성의 태도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광주·전남의 숙원인 ▲ 인공지능(AI) 및 신재생에너지 육성 ▲ 5·18 헌법 전문 수록 ▲ 민·군 공항 통합 이전 국가 주도 추진 ▲ 전남의대 신설 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며 호남 민심을 공략했습니다.

민주당은 경각심을 갖고 일찌감치 '90% 득표·90% 투표' 목표를 설정하고 선거전에 임했습니다.

한덕수 후보의 출마와 국민의힘의 단일화 시도,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 구애 등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이번 대선의 성격을 '내란 심판·종식'으로 규정해 표심 결집에 나섰고 이는 전국 최고 수준의 지지율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호남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압도적 몰표로 정권 재창출에 기여해 그동안 수도권과 충청권에 빼앗겼던 지역 구도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 회복할 계기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광주·전남은 새 정부에 5·18 헌법 수록, 군 공항 이전 국가 주도, 의대 신설 등 지역 현안 해결을 더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호남의 지지를 확보한 이 당선인은 '여대야소' 상황까지 더해 국정 운영, 개혁 드라이브, 개헌 추진 등에서 큰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진' 다잡기에 성공해 전국 지지 확산 전략의 기반을 마련한 셈입니다.

다만 인수위원회 없이 임기를 바로 시작하는 상황에서 호남 인사의 입각과 공약 이행 여부 등에 따라 광주·전남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부터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또 계엄·탄핵 상황이라는 유리한 정국 속에서 치러졌음에도 이 후보의 득표율은 지난 대선에 비해 큰 폭으로 개선되지 않았고, 민주당 내부 목표치에도 미달해 호남 민심의 완전한 복원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입니다.

여론조사기관 메타보이스 오승용 이사는 "이번 선거는 과거와 달리 민주당이 호남의 대선 기여도를 과소 인식할 우려가 있다"며 "다만 전국적으로 50% 이상의 지지율 확보에는 실패한 만큼, 호남의 강력한 지지가 이 당선인의 정책 추진 안정성과 정당성 확보의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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