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 장관
건강한 어린이와 임산부를 코로나19 백신 접종 권고 대상에서 제외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 장관의 최근 결정 과정에서 주무 기관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지시간 어제(28일) 복수의 전현직 보건 당국자들을 인용해 CDC가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결정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지난 27일 SNS에 올린 올린 글과 동영상에서 건강한 어린이와 임산부가 CDC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이 소식을 전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백신 불신론자'인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건강한 어린이에 대해 코로나19 백신을 추가 접종하도록 권고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임상 데이터는 부족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발표 직후 CDC는 큰 혼란에 휩싸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연방 보건 당국자는 워싱턴포스트에 "CDC 관계자들은 그 결정이 SNS에 올라왔을 때 알게 됐고, 사람들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급히 움직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발표 5시간 뒤 CDC에 한 장짜리 '장관 지시문'이 배포됐는데, 날짜는 일주일 전인 '5월 19일'로 기재돼 있고 권고 제외 대상에 '건강한 어린이'와 '모든 어린이'가 모두 언급돼 있어 혼란이 더 커졌다고 당국자들은 전했습니다.
임산부를 백신 권고 대상에서 제외한 데 대해선 미국 식품의약청, FDA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FDA 고위 당국자들은 지난주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에 발표한 새로운 코로나19 백신 정책 관련 기고문에서 65세 이상과 코로나19 발병 시 중증으로 진행될 의료 조건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백신 접종을 승인한다며 해당 의료 조건에 임신을 포함한 바 있습니다.
미국 CDC와 FDA의 조치는 미국의 첨단 의과학 기술을 토대로 진행하는 연구, 결정, 홍보에 자율성을 가지는 까닭에 글로벌 스탠더드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전격적으로 발표된 이번 권고안이 미국을 넘어 미국의 보건정책을 기준으로 삼아온 국제사회에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과 당국자들은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행보가 CDC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낮추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백신 사용에 대해서 CDC는 FDA가 승인한 백신의 사용에 대한 권고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합니다.
CDC 산하의 예방접종자문위원회가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권고안을 제시하면 CDC 국장이 이를 승인해 공식 공중보건 지침으로 채택합니다.
다만 현재 CDC에 정식으로 임명된 국장이 없어서 백신 권고안을 최종 승인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불명확하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습니다.
CDC 국장 직무대행을 맡다 국장으로 지명된 수전 모나레즈는 아직 미국 의회 상원의 인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