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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합의 숨통 트이나…이란, 핵시설 미국 사찰 받을 의향

윤창현 기자

입력 : 2025.05.29 10:50|수정 : 2025.05.29 10:50


▲ 지난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5차 핵협상 때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왼쪽)이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이란이 미국과의 핵 합의가 이뤄질 경우 유엔 감시단과 미국의 사찰단이 자국 시설을 사찰할 수 있도록 허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AFP·타스 통신 등 외신들은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원자력청장이 28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언급하며 "수년 동안 우리에게 적대적이고 원칙 없이 행동한 국가들로부터의 사찰단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해왔다"라고 말했습니다.

에슬라미 청장은 이어 "합의가 이뤄지고 이란의 요구가 고려된다면 IAEA를 통해 미국 사찰단을 받아들이는 것을 재고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부터 오만의 중재로 핵 협상을 진행해 지난 2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5차 협상까지 벌였으나 아직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양국 간 핵 협상은 핵심 쟁점인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놓고 교착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2015년 타결된 이란 핵합의에서는 약속한 농도(3.67%)와 보유량 (U-235 기준 202.8㎏)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었으나,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이를 아예 폐기하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포기 조건은 수용할 수 있지만 전력 생산 등 민간 용도의 저농축 우라늄 생산 활동까지 포기하라는 요구는 과도하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나온 미국의 사찰단을 허용할 수 있다는 에슬라미 청장의 발언으로 핵 협상에 숨통이 트이는 게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 핵 합의에 매우 가까이 다가갔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란과의 핵 협상에 대해 "매우 좋은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자신이 중동 순방 직전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하겠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솔직히 말하자면 그랬다"고 시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고는 아니고, 나는 그것(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란과의) 매우 강력한 (합의) 문서와 사찰로 (이란 핵을) 해결할 수 있다면 이 시점에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해결책에 매우 가까이 다가섰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란 당국자들은 협상을 환영하면서도 우라늄 농축에 대해서는 "협상 불가"라고 거듭 밝혔습니다.

에슬라미 청장은 "농축 비율을 정치적으로 제기해서는 안 된다"라며 "농축 비율은 사용 유형에 따라 다르고 고농축 우라늄이 생산된다고 해서 반드시 군사적 사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란이 농축을 지속하는 것은 이란의 원자력 산업에서 불가분한 부분이며 이슬람 공화국의 기본 원칙이다"라며 "이 원칙에 위배되거나 이 권리를 약화하는 어떠한 제한이나 계획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다음번 핵협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바가이 대변인은 "다음 회담의 시간과 장소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며 확정되면 오만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오만을 방문 중인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도 "새 협상 날짜는 향후 수일 내로 명확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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