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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부족한 비상소화장치 이제서야…재난 후 '뒷북' 행정

입력 : 2025.05.27 10:34|수정 : 2025.05.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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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군 풍각면의 한 산골 마을입니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좁고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오르면 민가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초기 화재 진압에 필수적인 비상소화장치도 없다 보니 고령의 농민들은 산불이 날 때마다 불안에 떨 수밖에 없습니다.

[임윤호/청도군 농민 : 봄철 되면 한 번씩 나고 (아직) 크게 안 나고, 조그마하게 나고 그랬어요. 상수도까지는 이게 연결이 안 됐고. (소화장치가)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좋지 뭐.]

이곳은 올해 말까지 비상소화장치를 설치할 예정지 중 한 곳입니다.

보시다시피 산들이 사방으로 둘러싸여 있고 현재 민가 50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경북소방본부는 도내 산림인접마을 654곳에 예산 50억 원을 들여 비상소화장치를 설치할 방침입니다.

이 가운데 국비가 25억 원으로 올해 소방청이 확보한 비상소화장치 설치 예산의 절반에 이릅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 : 시군별로 수요 조사할 걸 기준으로 하고 수요 조사 차이가 크지 않다 하면 그대로 하는데, 산림이 많은 지역에 우선순위를 줄 수도 있고...]

이번에도 산불 피해를 겪어야만 예산이 뒤따랐습니다.

이른바 괴물 산불이 나기 전만 해도 경북 지역은 비상소화장치 단 30개소만 설치될 예정이었지만, 산불 이후 설치 대상이 20배 넘게 급증한 겁니다.

2022년 울진산불도 마찬가지. 산불 이후 2022년 71개소, 2023년 230개소가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설치됐지만 2024년 예산은 뚝 끊겼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연구위원 : 예산 부분은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게 가장 우선해서 집행돼야 하기 때문에 다른 SOC인프라를 몇 년 뒤로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이 예산을 확보해서 가는 게 가장 시급한 접근이다. 우리가 선택 판단을 못 한다면 이번 경북 산불의 상처를 통해서 얻은 교훈들을 제대로 아로새기는 것이 아니겠죠.]

대구 역시 산림인접마을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는 단 1곳뿐인데, 대구시는 함지산 산불 이후 60여 개 설치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취재 : 정진명 TBC, 영상취재 : 노태희 TBC, 디자인 : 김세윤 TBC,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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