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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 한 해 정원 100명, 로스쿨 진학 한 해 80명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5.26 05:54|수정 : 2025.05.26 05:54


▲ 경찰대학

세금으로 전액 학비 지원을 받아 경찰 간부로 자동 임용되는 경찰대학 출신들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로스쿨에 입학한 경찰대 출신은 최소 81명으로 경찰대 한해 입학생 100명에 근접했습니다.

지원받은 혈세를 일부 반납하며 퇴직하는 경우 역시 줄을 잇고 있습니다.

어제(25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졸업 후 '의무복무' 기간인 6년을 채우지 않고 학비 등을 상환한 뒤 퇴직한 경찰대 출신은 14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상당수는 로스쿨 합격 후 경찰을 그만뒀거나, 재직 중 로스쿨을 다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퇴직한 경우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의무복무를 마친 경우까지 포함하면 로스쿨 관련 퇴직자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종로학원이 2025학년도 전국 25개 로스쿨 가운데 22곳의 합격자 1천850명을 분석한 결과 경찰대 출신은 81명이었습니다.

한해 신입생 100명의 80% 수준입니다.

경찰대 출신은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고 퇴직할 경우 학비, 기숙사비, 수당, 급식비, 피복비, 교재비, 용품비 등을 합산한 경비를 일부 상환해야 합니다.

2025년 기준으로 총 8천614만 원입니다.

다만, 이는 6년 전부를 복무하지 않았을 때가 기준입니다.

5년을 근무하고 그만둘 경우 토해내야 할 금액은 6분의 1 수준인 1천500만 원 미만이 됩니다.

한 경찰관은 "8천만 원을 다 상환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며 "몇 년 현직으로 버티다 변호사가 되는 게 '남는 장사'라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로스쿨에 합격한 상당수는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스쿨 재학을 위한 휴직이 막힌 상황에서 대부분 파출소·지구대 근무를 자원한다고 합니다.

파출소 4교대 근무는 주간-야간-휴무-비번 근무 순으로 돌아갑니다.

야간·휴무·비번을 이용하면 평일 최소 3일은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중간·기말고사, 변호사 시험 기간엔 연차를 쓴다고 합니다.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고, 경찰의 법률 전문성을 고려하면 로스쿨 진학 자체가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열악한 처우,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승진의 문 등이 오히려 엘리트 경찰들을 로스쿨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경찰 상당수가 퇴직을 선택하며, 경찰 간부 육성이라는 경찰대 설립 취지가 훼손되는 건 부인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경찰청에 변호사 자격증을 자진 등록한 경찰대 출신 재직자는 49명으로, 한해 로스쿨 합격자보다도 적습니다.

지난해에는 변호사 자격을 자진 등록한 경찰대 출신 12명이 퇴직했습니다.

2021년 2명, 2022년 5명, 2023년 6명과 비교하면 급증 추세입니다.

전문가들은 '로스쿨 사관학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경찰대 존폐에 대한 논의까지 불붙을 수 있다며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동국대 이윤호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도 퇴직할 경우 내야 하는 상환액 1천만∼2천만 원은 대형로펌 한두 달 월급 수준"이라며 "경찰대생이 누린 혜택에 비해 너무 적은 액수"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경찰대와 경찰관이 입신을 위한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의무복무 기간을 늘리거나 경비 정산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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