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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헌재, '체외수정 출산' 레즈비언 커플 부모로 인정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5.23 05:09|수정 : 2025.05.23 05:09


▲ 성소수자(LGBT) 운동 깃발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22일(현지시간) 체외수정(IVF)을 통해 자녀를 출산한 레즈비언(여성동성애자) 커플을 부모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보조생식 기술을 통해 태어난 자녀의 경우, 출생 시점부터 양쪽 어머니 모두를 부모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미성년자의 개인 정체성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두 부모 모두의 돌봄, 교육, 지도, 도덕적 지원을 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양가 가족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유지할 권리 또한 위태롭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현행법은 동성 커플이 해외에서 체외수정을 통해 자녀를 출산한 경우 법적 부모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레즈비언 커플은 자녀 입양 절차를 거쳐야만 법적으로 부모 지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토스카나주 루카시 법원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따른 것입니다.

루카시 법원은 한 레즈비언 커플이 두 사람 모두를 자녀의 부모로 등록해 달라고 요청한 사건을 심리하던 중, 관련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며 헌재에 판단을 요청했습니다.

헌재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현행법이 사회 현실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성 소수자 인권단체 '레테 렌포드'의 회장이자 이 레즈비언 커플을 대리한 빈첸초 미리 변호사는 "이 판결은 단 하나의 가족 모델에만 집착하는 문화에 맞서 모든 아이의 이익을 위한 문명화된 법적 원칙을 확립한 결정"이라고 환영했습니다.

이어 "역사적인 판결이며, 여성이 이제 파트너나 아내와 함께 아이를 갖기 위해 굴욕적인 입양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헌재는 이번 판결과 별도로 독신 여성이 보조생식 기술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 규정에 대해서는 "불합리하거나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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