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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신지애, 통산 66승 '대기록'…신화는 진행형 [스프]

권종오 기자

입력 : 2025.05.24 09:06|수정 : 2025.05.24 09:06

[별별스포츠+]


신지애
세계 스포츠사를 수놓았던 명승부와 사건, 인물, 교훈까지 별의별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별별스포츠+', 역사와 정치마저 아우르는 맥락 있는 스포츠 이야기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

37살 '작은 거인' 신지애가 또 하나의 낭보를 전했습니다. 지난 5월 11일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 우승한 것입니다. 이날 신지애는 최종 합계 7언더파로 일본의 후지타 사이키와 공동 선두를 이룬 뒤 연장 첫 홀인 18번 홀(파5)에서 약 70m 세 번째 샷을 홀 30cm에 떨구는 절묘한 웨지 샷으로 약 2년 만에 일본 투어 정상에 복귀했습니다.

우승 상금 2천400만 엔(약 2억 3천만 원)을 받은 신지애는 JLPGA 투어 사상 최초로 통산 상금 14억 엔을 돌파해 14억 715만 8천71엔으로 늘렸습니다. 또 37세 13일에 우승하며 이 대회가 메이저로 승격한 2008년 이후 최고령 우승 기록인 2013년 모테기 히로미의 36세 17일을 1년 정도 늘려 놓았습니다.


남녀 통틀어 한국인 최다 66승 대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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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후 7년 만에 살롱파스컵을 다시 품에 안은 신지애는 JLPGA 투어 통산 29승을 달성했습니다. JLPGA 투어 입회 전인 2008년에 거둔 2승을 더하면 31승이 됩니다. 일본 무대 31승 가운데 메이저 우승은 2018년 11월 리코컵 이후 이번이 5승째입니다. 신지애는 또 JLPGA 투어 영구 시드 조건인 30승에 1승만을 남기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한 번만 더 우승하면 평생 일본여자프로골프 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우승으로 신지애는 통산 66승째를 거뒀습니다. 일본 31승 외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1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1승,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LET) 6승, 호주투어 5승, 지금은 없어진 레이디스 아시안투어 1승 등을 기록했고 공동 주관 대회 등을 제외하면 승수는 66승이 되는데 최근 우승은 지난해 12월 호주여자오픈이었습니다. 통산 66승은 한국인 가운데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입니다. 선배 박세리도 동갑내기 박인비도, 그리고 남자 골프의 전설 최경주와 최상호도 정규 투어에서 달성하지 못한 경이적 수치입니다.


아시아인 최초의 세계 1위, 상금만 300억 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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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4월에 태어난 신지애는 3개월 늦게 출생한 박인비와 더불어 이른바 '박세리 키즈'라 불립니다. 박세리가 1998년 7월 '맨발의 투혼'을 발휘하며 최고 권위의 US오픈을 제패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골퍼의 꿈을 키운 것입니다. 신지애는 17살이던 2005년 아마추어로 KLPGA 투어 SK엔크린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프로에 입문한 뒤에는 쟁쟁한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국내 무대를 평정했습니다. 2007년엔 KLPGA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시즌 9승에다 최단기간 통산 누적 상금 1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KLPGA 대상-다승-상금-평균타수 1위를 내리 3년 연속 독차지했습니다.

2008년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대회까지 모두 출전하는 강행군을 펼치면서도 LPGA에서 3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여주었는데 이 가운데는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오픈이 있었습니다. 이해 그는 세계 4대 투어인 LPGA, JLPGA, KLPGA, LET에서 한 해에 모두 우승을 기록한 최초의 골퍼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듬해 2009년에는 LPGA에서 시즌 3승을 기록하며 신인상, 상금왕, 다승왕 등을 차지했는데 이는 '골프 여왕' 박세리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며, 1978년 낸시 로페즈의 달성 이후 31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신지애는 마침내 2010년 남녀 통틀어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골프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후 2016년부터는 JLPGA에서 주로 활동하며 일본 무대에서도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벌어들인 상금도 어마어마합니다. 한국 무대 총상금은 약 21억 원, 미국에서는 우리 돈으로 약 151억 원, 일본에서는 약 135억 원을 손에 거머쥐었습니다. 한미일 3국 상금만 해도 300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여기에 후원 업체와 맺은 계약금과 광고, 각종 부상과 기타 수입을 다 합치면 500억 원 이상이라는 게 골프계의 분석입니다.


믿을 수 없는 신기의 샷 '신(神)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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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가 이처럼 세계 무대에서 위업을 세운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은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정교함입니다. 신지애의 전성기 시절 일본 취재진이 한국을 방문해 그의 연습을 촬영한 적이 있습니다. 드라이버로 샷을 두 차례 했는데 페어웨이에 떨어진 공 2개의 간격은 1m에 불과했습니다. 깜짝 놀란 일본 취재진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이어 약 115m 남은 거리에서 신지애는 8번 아이언을 가볍게 쳤는데 핀 2m 옆에 떨어졌습니다. 당시 골프 취재기자였던 필자가 9번 아이언으로 한 번 더 쳐줄 것을 부탁하자 신지애는 지체 없이 샷을 날려 이번에는 핀 1m에 붙였습니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도 도무지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습니다. '인간이 같은 거리에서 다른 아이언을 잡고도 이렇게 연거푸 송곳 같은 샷을 날릴 수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신기의 샷으로 '신(神)지애'라고 불리지만 그에게도 약점은 있습니다. 바로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짧다는 것. 미국 무대에서 그의 비거리는 하위권이었습니다. 골퍼로서는 엄청난 핸디캡입니다. 하지만 장타자가 숏 아이언을 잡을 때 그는 5번 우드로 핀을 맞힐 만큼의 정교함으로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키 180cm에 불과한 단신의 한국 농구 선수가 2m가 넘는 거한들이 즐비한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득점왕에 오른 것입니다. 퍼팅과 어프로치 등 빼어난 숏 게임 능력도 비거리의 약점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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