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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분산·검찰개혁 내세운 '이재명표' 개헌안…실현은 미지수

하정연 기자

입력 : 2025.05.18 16:04|수정 : 2025.05.18 16:04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오늘(18일) 지난 대선보다 한층 구체화된 개헌 공약을 내놨습니다.

이날 저녁 첫 대선주자 TV 토론을 앞두고 평소 수세적 이슈로 꼽혔던 개헌론에 대해 오히려 선제안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사안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부각하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이 후보가 내놓은 개헌안은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대통령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국무총리 국회 추천 명시 등으로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를 이르면 내년 지방선거, 늦어도 2028년 총선에서는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게 이 후보가 내놓은 로드맵입니다.

다만 옛 여권을 중심으로는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은 데다 개헌론 자체가 워낙 첨예한 이슈라는 점에서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이 구상대로 실현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 공약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를 도입해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의 공약은 정치권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이자 이 후보 자신도 4년 전에 언급한 용어인 '4년 중임제'가 아닌 '4년 연임제'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론상 중임제하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차기를 건너뛰고 차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있지만, 연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만 한 번 연이어 출마할 수 있도록 한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했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도 4년 연임제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또 이 후보는 이밖에도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을 대폭 담았습니다.

우선 대통령이 본인과 직계가족의 부정부패, 범죄 관련 법안에는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에 대해서도 사전에 국회 통보·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20대 대선 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으로, 전임 윤석열 정부의 패착을 시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윤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부인 김건희 여사를 수사하기 위한 '김건희 특검법' 등 법률안에 대해 총 25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이번 개헌구상의 특징 중 하나는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 국회의 힘을 대폭 강화한다는 점입니다.

현행 헌법상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국회가 추천한 인사만 국회의 동의하에 총리로 임명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국회의 인사 임명동의권 범위도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국무총리·감사원장·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때만 국회의 임명동의를 거쳐야 하지만, 앞으로는 공수처·검찰청·경찰청 등 수사기관과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중립적' 기관장을 임명할 때도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상당 부분 국회로 넘기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또 이 후보는 헌법에 규정된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폐지를 공식화했습니다.

20대 대선 당시 이 후보는 수사·기소권 분리, 검사 재량권에 대한 통제장치 강화 등의 검찰 개혁 방안을 공약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도 훨씬 강력한 검찰 개혁 의지를 드러낸 모습입니다.

이밖에 이 후보는 현행 헌법상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두도록 하고, 지방자치권 보장을 위한 헌법기관을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가 이처럼 구체적인 개헌 공약을 발표한 것은 향후 TV 토론 등에서 이어질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힙니다.

대선 이전에 개헌 관련 언급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방어적인 입장을 고수하기보다는, 오히려 구체적인 개헌론을 제시함으로써 논의의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것입니다.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고, 이후 22대 대선과 차기 지방선거가 동시에 열리는 2030년부터 통과된 개헌안을 적용하자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내비쳤습니다.

다만 이 후보는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줄이는 '임기 단축 개헌'에 대해서는 "국가 최종 책임자의 임기 문제는 좀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앞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공언했던 만큼, 다른 대선 후보들이 이를 고리로 공세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기에 국민의힘을 중심으로는 이 후보의 대통령 4년 연임제에 대해서도 '민주당 영구 집권을 노린다'는 주장이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우리 헌법상 개헌은 재임 당시 대통령에게 적용이 없다고 명시돼 있다"며 논란을 차단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옛 여권 지지층의 의구심이 얼마나 빠르게 해소될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아울러 민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로 분산시킨다고 해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가 해소되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국회 자체의 권한을 키우는 것보다는 대통령을 견제하는 야당이나 소수정당의 역할을 키울 장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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