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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블더] '연두색 번호판' 오히려 과시용? 1억 이상 차 판매량 '껑충'

정혜경 기자

입력 : 2025.05.15 15:28|수정 : 2025.05.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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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고가의 법인 차량을 개인용으로 모는 얌체족을 규제하기 위해 연두색 번호판을 도입했습니다.

법인 차는 구입비와 보험료, 유류비 등을 법인이 부담하고 세금 감면 혜택도 받습니다.

문제는 고가의 차를 법인 소유로 구매해서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사적 용도로 이용하는 경우인데요.

그래서 연두색 번호판을 달면, 한눈에 법인 차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으니 아무래도 눈치가 보여 사적 유용이나 고가의 법인 차 등록 대수가 줄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이 취지가 무색하게도 도입 1년 만에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법인 차 판매가 큰 폭으로 늘어, 이젠 연두색 번호판의 이른바 '약발'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한 법인 차는 8천만 원 이상의 고가 차량입니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에는 1억 원 넘는 수입 법인 차 구매가 전년보다 31%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법인 명의로 수입차를 등록한 비율도 전년보다 4.4% 포인트 감소했는데요.

업계에선 법인 차 구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개인 명의로 눈을 돌린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한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4월까지 1억 원 이상의 법인 차 판매량은 1만 2천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넘게 급증했습니다.

초고가 브랜드의 법인 차 판매량도 큰 폭으로 늘었는데요.

페라리는 1년 전보다 35% 늘어난 115대의 법인 차가 새로 등록됐고, 포르쉐도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했습니다.

람보르기니나 롤스로이스 같은 럭셔리 수입 차량 브랜드도 판매량이 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규제 초기에는 고가의 법인 차 구매를 꺼리게 했던 연두색 번호판이 이제는 오히려 자신이 부유한 계층임을 과시하는 상징으로 변질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법인 차량 이용자 사이에선, 연두색 번호판에 어울리는 차량 외장 색상을 고르는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도 전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법인차 규제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번호판 색만 차별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 시간과 장소를 엄격히 확인하는 대장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상편집 : 문이진, 디자인 : 김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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