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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패싱 당한 이스라엘, 가자지구 맹폭…"80명 사망"

김경희 기자

입력 : 2025.05.15 11:29|수정 : 2025.05.15 11:29


핵심 동맹인 미국의 중동 방문에서 소외당한 이스라엘이 현지시간 14일 가자지구를 맹폭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늦게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내 여러 지역에 새로운 대피 명령을 내리고 공습을 시작했습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80명이 사망했으며, 희생자 대부분이 폭격당한 자발리아 지역 주택가에서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대피 명령이 내려진 지역에는 지역 내 가장 큰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과 여러 학교가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보건부는 성명에서 "일부 피해자들은 여전히 구조대와 민간 응급팀의 손길이 닿지 않는 도로와 잔해 아래에 깔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에 휴전을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제외한 채 중동을 방문한 시점에 단행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만 국가와의 수익성 있는 거래로 옮겨간 모습에 이스라엘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지만 일단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최근 가자 전쟁의 종결 방안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에서 이스라엘이 소외되는 장면도 심심찮게 드러났습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하마스와의 직접 협상을 통해 가자지구에 인질로 억류됐던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 에단 알렉산더를 데려오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또 미국과 친(親)이란 예멘 후티 반군과의 휴전 협상에서도 소외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겠다는 약속도 받지 않고 후티에 대한 공습을 종결하고 휴전을 선언해 버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정권으로 간주하는 시리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제재를 해제해 주고, 이스라엘과 수교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가자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초리에 시달리는 데 더해 최우방 미국의 외교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당혹감이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알렉산더의 석방을 도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한 것 외에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이스라엘 언론은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무함마드 신와르가 다른 고위 간부들과 함께 전날 이스라엘 표적 공습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쟁 내내 하마스의 지휘 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해 온 이스라엘은 휴전에 비타협적인 신와르를 제거하기 위해 그가 은신한 것으로 추정된 가자 남부 칸 유니스의 유럽병원 지하를 타격했습니다.

하마스의 주요 지도자들이 대부분 사망한 상태에서 강경파인 신와르까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휴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가자지구의 기아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지원을 받는 비정부기구 인도주의 재단'(GHF)은 이스라엘군과의 공조 하에 이달 내로 가자에서 구호물자 배급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이 3월 초부터 가자 내 구호물자 반입을 전면 차단한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구호품을 빼돌리지 못하게 하겠다면서 GHF라는 신생 기구를 설립해 구호품을 배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 구호품 배급을 전담해 온 유엔과 여러 구호단체는 배급 시설을 몇 개만 운영하겠다는 GHF의 시스템이 민간인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반대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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