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인공지능(AI) 챗봇 '그록'(Grok)이 관련 질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백인 집단학살'(white genocide)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엉뚱한 답변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 등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의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에는 이용자 질문과 무관하게 그록이 '백인 집단학살'과 남아공을 언급한 사례가 다수 게시됐습니다.
남아공은 머스크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입니다.
한 이용자가 메이저리그(MLB) 선수의 연봉을 알려달라고 그록에 묻자, 이 챗봇은 난데없이 "남아공에서의 '백인 집단학살' 주장은 매우 논쟁적"이라는 답변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일부에서는 백인 농부들이 과도한 폭력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한다"며 "일부 단체는 높은 살인율과 함께 '보어(남아공 백인)를 죽여라'(Kill the Boar)'라는 노래와 같은 인종적 동기를 언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이용자가 "야구에 대한 질문인데 왜 그런 답을 하느냐"고 하자, 그록은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며 당초 질문이 "야구에 대한 것이지 백인 집단학살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남아공에서의 백인 집단학살 주장은 매우 분열을 일으키는 내용"이라며 다시 이 주제를 언급했습니다.
이 AI 챗봇은 만화나 자연 풍경 등과 관련된 다른 엑스 게시물에도 질문과는 무관한 '백인 집단학살' 관련 답변을 내놨습니다.
그록이 이런 답변을 내놓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고, 머스크의 AI 기업 xAI도 이에 대해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런 답변은 국경을 강화하고 사실상 모든 난민 수용을 거부해 온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남아공 백인에게는 미국 정착을 허용한 시점과 맞물린다고 CNBC 방송은 전했습니다.
최근 아프리카너(Afrikaners·17세기 남아공에 이주한 네덜란드 정착민 후손) 49명은 미 정부로부터 난민을 인정받아 미국에 들어왔습니다.
남아공에서 과거 백인 정권은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 차별 정책)를 자행했지만, 그 후손인 이들은 현재 백인에 대한 역차별로 일자리를 잃고 폭력에 노출되는 등 박해를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동조하며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남아공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